입양 9개월 만에 사망…1~2주에 한 번꼴 상처 발견
검찰은 5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성수제 강경표 배정현) 심리로 열린 장 씨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양부 안 아무개 씨에게는 정인양을 학대하고 아내의 학대와 폭행을 방조한 혐의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장 씨에게 각 범행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극악범죄에 대한 동일한 범죄를 막기 위해 법정 최고형 선고가 마땅하다"며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진지하게 참회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인 양은 지난해 1월 장 씨와 안 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이후 정인 양 얼굴과 온 몸에는 멍과 큰 상처들이 자주 발견됐다. 지난해 5월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장 씨와 안 씨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학대 물증을 찾지 못했다며 정식 사건으로 전환하지 않았으며 분리 조치도 없었다. 정인 양은 결국 지난해 10월 13일 사망했다.
지난해 말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를 공개했다. 정인 양의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발견됐다.
검찰은 이날 "장기간 학대로 극도록 쇠약해진 피해자의 복부를 밟아 무참히 살해해 범행 방법과 결과가 참혹하다"며 "피해자는 자신의 나이에 맞게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었는데 지속적 학대로 밥을 제대로 못 먹을 정도로 쇠약해졌다"고 질타했다. 이어 "단순히 우발적으로 학대한 것이 아니라 처음엔 이마에 멍이 들 정도로 작은 외력을 가하다가 늑골, 겨드랑이, 등 주위로 학대했고 이후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복부를 가해했다"며 "범행 동기가 납득이 어렵고 잔혹한 점, 성향을 보면 개선·교화의 여지가 없다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정인 양이 장 씨 부부의 무차별적 학대와 가혹행위로 '지옥'과 '감옥'에서 지내는 것과 같은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강조했다.
또 장 씨가 범행 당시 급박한 상황임에도 택시를 호출하고 난 뒤 녹즙업체 직원의 전화를 아무렇지 않게 받고 어묵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등 범행 이후 태도가 상식에서 벗어난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안 씨에 대해선 "피해자는 장기간에 걸쳐 상해를 입었는데 이를 외면했고 결국 피해자는 사망했다"며 "피해자 상태를 알고도 눈감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억울한 척하기만 하고 생명을 구할 행위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변호인 신문에서 학대했다는 것은 시인하면서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화날 때 실수를 했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으면 건강상 문제가 생길까 봐 그것도 걱정이 됐다. 지저분하게 먹을 수 있는데 위생적으로 걱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말도 못하게 정말 미안하고 제가 대신 죽고 싶다"고 흐느꼈다.
앞서 1심에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고 장 씨는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치명적 손상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살인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남편 안 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