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부상과 조모상 슬픔까지 극복…넬리 코다와 뜨거운 경쟁 ‘랭킹 빼고 다 이겼다’
#한국인 최초 올해의 선수 2회 수상
고진영은 말 그대로 투어를 '평정'했다. 7월 초 시즌 첫 우승을 한 고진영은 이를 포함해 하반기에만 5승을 쓸어담았다. 자신이 참가한 시즌 9개 대회에서 다섯 번 우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타이틀도 따라왔다. 2018년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다승왕에 올랐고 올해의 선수도 받았다. 올해의 선수 2회 수상은 한국인 최초 기록이다. 이번 시즌 19개 대회에 참가, 13개 대회에서 톱10에 들며 이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은 LPGA 역대 최고 우승 상금이 걸린 대회였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 우승만으로 150만 달러(약 17억 8000만 원)를 거머쥐었다. 5승을 쌓아 올린 고진영의 시즌 상금은 350만 2161달러(약 41억 6800만 원)로 상금왕까지 잡았다.
고진영은 2019년과 2020년에도 연속 상금왕 자리에 올랐다. 상금왕 3연패는 한국인 최초, LPGA에서도 2006~2008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처음이다. 시즌 내 성적을 합산하는 레이스 투 CME 글로브 포인트에서도 1위에 올랐다. 배어 트로피(최저타 수상, 리디아 고 수상)를 제외하면 대부분 타이틀을 고진영이 휩쓴 셈이다.
고진영의 분전은 예년에 비해 다소 부진했던 한국 선수들의 성적을 메웠다. 한국인 선수들은 2019년 15승을 합작하며 기록을 세웠다. 2020년에는 7승으로 줄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줄었고 6명이 합작한 기록이었다. 이번 시즌엔 박인비와 김효주만 우승을 경험한 상황에서 고진영이 홀로 5승을 책임졌다.
#부상과 개인적 슬픔 이겨내고…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만든 고진영이지만 시즌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시즌 개막 이후 두 번째로 참가한 대회에서는 컷오프를 경험했다. 당시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었던 그로서는 31개월 만의 컷 탈락이었다. 전반기를 우승 없이 보낸 이후 7월 초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하자 고진영은 "지난 몇 대회 동안 '골프 사춘기' 같았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이번 시즌 긴 시간을 부상과 싸우며 보냈다. 5월부터 손목 부상이 시작돼 시즌 내내 그를 괴롭혔다.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지만 1라운드에서는 통증이 심해 눈물을 흘렸다. 캐디가 기권을 권유할 정도였다.
3월에는 조모상을 당하는 개인적 슬픔도 있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출입국이 자유롭지 않은 탓에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골프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회의감이 들었다"는 속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고진영은 이후로도 "꿈에 할머니가 나와 기뻤다"며 지속적으로 할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도쿄 올림픽도 있었다. 고진영은 치열한 대표 선발 과정 속에서도 여유 있게 대표팀에 합류했기에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대회에서 공동 9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는 "생각보다 부담이 많았다. 부담감에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8월 초 올림픽 일정이 끝났지만 고진영은 8월 열린 대회에 모두 불참하는 등 휴식기를 가졌다. 재충전 후 참가한 대회에서 고진영은 1위에 오르더니 9월 중순부터 4승을 차지하는 괴력을 보였다.
#넬리 코다와 치열한 경쟁
이번 시즌 LPGA를 평정한 고진영은 시즌 내내 넬리 코다(미국)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이들은 고진영이 우승을 거둔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도 각축을 벌였다. 둘은 3라운드 종료 시점까지 공동 1위를 달렸다. 결국 고진영은 4라운드에서 버디만 9개를 잡아내는 활약으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올해의 선수, 다승왕, 상금왕 등 고진영이 수상한 각 부문에서 코다는 모두 2위에 올랐다. 코다는 이번 시즌 4회 우승을 달성했고 많은 시선이 쏠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랜 기간 세계랭킹 1위를 달리던 고진영을 2위로 끌어내린 선수도 코다다. 고진영은 2021시즌 개막 당시 1위에 올라 있었지만 전반기 부진이 이어지며 6월부터 코다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고진영은 휴식기 이후 다시 우승을 몰아치며 10월 말과 11월 초 세계랭킹 1위를 탈환했지만 코다의 분전으로 또 다시 2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시즌 최종전 우승으로 랭킹 탈환을 기대케 했지만 평균 포인트 0.13점 차이로 고진영(9.94)이 코다(10.07)를 추격 중이다.
대부분의 기록, 트로피를 석권한 고진영에게 남은 건 세계랭킹 1위다. 그는 시즌 5승을 달성한 이후 귀국길에서 "세계랭킹을 생각하며 플레이하지는 않는다. 그 주마다 목표를 정해서 경기한다"면서도 "내년에도 잘한다면 최대한 빠른 기간 안에 다시 1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골프여제' 고진영의 활약상
△LPGA 통산 12회 우승(메이저 2회)
△역대 수상
2018 신인상
2019 올해의 선수, 배어 트로피, 상금왕, 다승왕
2020 상금왕
2021 올해의 선수, 상금왕, 다승왕
△2021년 성적(톱10 이내 13회)
7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 우승
8월 2020 도쿄올림픽 공동 9위
9월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우승
10월 코그니전트 파운더스 컵 우승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11월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KLPGA 통산 10회 우승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