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대엔 여행도 덜 붐비는 곳을 찾게 된다. 실내보다 야외가 더 편하고 유명 관광지보단 사람들이 잘 모를 것 같은 덜 알려진 곳이 선호된다. 그런 면에서 공주는 부담 없이 다녀오기에 좋은 곳이다. 목적은 ‘말없이 걸으며 나를 되돌아보기’. 서울에서 공주까지는 차로 2시간, KTX로는 1시간 30분이면 닿는다.
#2.6km 공산성 한 바퀴
해발 110m로 야트막한 공산에 금강과 공주 시내를 굽어보고 있는 공산성의 총 길이는 2.6km다.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사진=이송이 기자공주는 백제의 옛 수도로 백제 웅진시대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백제 문주왕 원년인 475년에 한성에서 지금의 공주인 웅진으로 도읍을 옮겼다가 다시 성왕 16년인 538년에 지금의 부여인 사비로 도읍을 옮길 때까지 64년간 짧은 수도의 영광을 누렸다.
당시 백제는 고구려 장수왕의 남침으로 한성이 함락된 뒤 웅진으로 천도해 있던 시절이다. 신라 1300년 수도였던 경주에 비하면 공주는 64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백제의 수도였다는 점에서 현재까지도 그리 조명 받고 있지 못한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떠랴. 지금의 여행객에게는 사람 많은 경주보다 한적한 공주가 더 좋은 것을.
공주 공산성은 서울 한양성곽처럼 당시 백제의 왕성이었다. 공산의 능선과 계곡을 따라 지어졌다. 공산성은 백제시대엔 웅진성이라 불렸다. 백제시대에는 토성이었지만 조선 인조 때 석성으로 개축해 현재에 이른다. 백제의 성터에 조선의 성곽이 올라간 셈이다. 공산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백제 웅진의 왕성이었던 공산성은 공산의 능선과 계곡을 따라 지어졌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사진=이송이 기자해발 110m로 야트막한 공산에 금강과 공주 시내를 굽어보고 있는 공산성의 총 길이는 2.6km다. 성곽 위를 한 바퀴 걸어보기에 좋다. 전체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성곽을 걷는 동안 문화재로 지정된 금서루, 진남루, 쌍수정, 영동루, 광복루, 공북루 등 여러 누각에서 잠시 쉬어간다. 왕궁터와 사찰, 연못 등 여러 백제의 유적도 만난다.
공산성 성곽길을 걷다 보면 성곽 위를 아슬아슬 걷기도 하고, 전망대에서 금강을 내려다보기도 한다. 궁터가 있었다는 너른 벌판을 가로질러 보기도 하고 누각에 올라 호령도 해본다. 깃발 펄럭이는 성곽을 따라 걸으며 공주시내와 금강을 하염없이 내려다본다. 잔잔하다. 아름답다. 고요하다.
조용히 걸으면서 삶의 온갖 소용돌이 속에 들떠있던 기분이 차분히 내려앉고 옛것이 주는 단단한 기운을 받는다. 옛것은 오래된 것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은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옛것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죽어도 죽지 않는 것, 역사는 형체가 사라져도 의미를 잃지 않을 무언가를 찾아낸다.
#마곡사 백범명상길 솔바람 산책
절집을 스쳐가며 잠깐의 고요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사진=이송이 기자공주에 갔다면 태화산 자락의 마곡사에도 들러볼 일이다. 마곡사는 설법을 들으러 모여든 사람들이 골짜기를 가득 메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절집을 스쳐가며 잠깐의 고요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누군가와 함께 있더라도 눈빛과 미소만 주고받는다. 말이 필요 없는 곳, 말없이도 편안한 세계로 들어간다. 속 시끄럽고 어지러운 말일랑 잠시 잊어도 좋다.
마곡사 뒷산자락으로 일명 솔바람길이 있다. 솔바람길은 3개 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부담 없이 걷기는 3km 정도인 1코스 백범명상길이 좋다. 마곡사에서 출발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순환코스로 1시간 정도 걷게 된다. 초입의 경사길만 잠시 오르고 나면 소나무 가득한 숲길이 아늑하고 포근하다. 흙 위엔 솔잎이 융단을 깔아 놓았다. 걸음걸음이 폭신하다.
마곡사 뒷산자락으로 일명 솔바람길이 있다. 솔바람길은 3개 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부담 없이 걷기는 3km 정도인 1코스 백범명상길이 좋다. 사진=이송이 기자백범명상길에는 김구 선생이 머물던 집터와 삭발터가 있다. 김구 선생이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뒤 마곡사에 은거했던 역사가 있다. 김구 선생이 마곡사에 머물며 수행하던 당시 그가 명상을 하며 걸었을 길이다. 릴케는 ‘인간은 고독, 그것 자체’라고 했다. 다시 12월, 각자의 고독한 시간을 통해 삶을 돌아볼 시간이 다가왔다.
마곡사 솔바람길은 1코스인 백범명상길 외에도 5km의 트레킹코스인 2코스 명상산책길, 11km의 등산코스인 3코스 송림숲길도 있다. 원하는 코스를 걸으면 된다. 근데 왜 걷지? 복잡한 세상에 살면서 억지로라도, 살짝 틈이 벌어진 빈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그 빈 시간 속에서 너무 촘촘했던 삶의 밀도에 숨을 불어 넣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