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리메이크시 원작자에 수익 절반 이상 돌아가…시즌송은 수익 독점에 자리매김시 ‘연금 효과’ 커
#골라 듣는 재미가 있는 시즌송
12월 7일 오전 8시 기준, 지니뮤직 차트 1위는 듀오 다비치가 발표한 ‘매일 크리스마스’다. 6일 발표 직후 곧바로 차트 정상을 차지한 이 노래는 다비치가 데뷔하고 처음 선보이는 시즌송이다. 원래 음원 파워가 강했던 다비치의 신곡이 크리스마스 분위기까지 등에 업으니, 차트 톱10을 휩쓸던 Mnet ‘쇼미더머니 10’ 경연곡들을 일제히 밀어냈다.
같은 소속사 단위 가수들이 뭉쳐 시즌송을 내는 사례도 늘었다. 작곡가 유희열이 이끄는 안테나 소속 가수들과 얼마 전 한솥밥을 먹게 된 유재석, 걸그룹 러블리즈 출신 이미주가 함께 부른 ‘다음 겨울에도 여기서 만나’ 역시 12월 2일 기준 벅스뮤직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프로듀서 서동환이 작곡과 편곡을, 싱어송라이터 권진아가 작사를 맡은 이 곡에는 정재형, 루시드폴, 페퍼톤스, 샘김, 이진아, 권진아, 정승환, 서동환, 적재 등 안테나 식구들이 모두 참여했다.
안테나 측은 “‘좋은 사람, 좋은 음악, 좋은 웃음’을 모토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대중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2021년의 끝자락에 서 있는 현재, 안테나 식구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의기투합해 완성한 ‘다음 겨울에도 여기서 만나’는 행복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끌어 올리며 올겨울을 따뜻한 선율로 수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SG워너비 출신 김용준과 인피니트의 메인 보컬 김성규도 의기투합했다. 이들의 소속사 더블에이치티엔이는 12월 6일 공식 SNS 및 유튜브 채널에 크리스마스 시즌송 ‘눈이 내리면’ 티저를 공개했다. 13일 정식 발매돼 시즌송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보컬리스트 에일리(Ailee)는 최근 한식구가 된 걸그룹 마마무 출신 휘인(Whee In)과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컬래버레이션 곡 ‘홀로 크리스마스(Solo Christmas)’도 11일 공개된다.
이에 앞서 가수 이무진과 헤이즈는 듀엣으로 입을 맞춘 신곡 ‘눈이 오잖아’를 12월 3일 발표했다. 올해 ‘신호등’으로 큰 사랑을 받은 이무진이 직접 작사·작곡한 곡으로 헤이즈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또한 그룹 스트레이키즈도 스페셜 싱글 형태로 ‘크리스마스 이블’(Christmas EveL)을 발표하는 등 활동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가수들이 연말연시를 겨냥한 시즌송을 내놓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정식 앨범보다 싱글 형태의 음원을 발표하는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계절이나 특정 시기에 어울리는 이벤트성 노래를 발표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왜 캐럴이 아니라 시즌송을 택할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유명 가수들의 캐럴 리메이크 앨범이 쏟아지곤 했다. 가창력이 빼어난 가수들의 리메이크 앨범뿐 아니라 그 해 인기를 누린 개그맨들이 코믹하게 부른 캐럴 앨범도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요즘은 가수들이 기존 캐럴을 다시 부르는 경우가 드물다. 왜일까.
결국 수익성을 고려한 판단이다. 캐럴 리메이크는 원곡을 자신 만의 형식으로 다시 부르거나 편곡을 가미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저작인접권만 인정받을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이들이 스트리밍해도 수익의 절반 이상이 원곡자에게 돌아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즌송은 다르다. 새로 만든 노래이기 때문에 제작사뿐만 아니라 작곡·작사가와 같은 저작권자와 실연자인 가수들이 유통 플랫폼으로 돌아가는 40% 정도의 마진을 제외하면 모두 가져와 나눌 수 있다. 때문에 캐럴 리메이크곡에 비해 수익률이 월등하다.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공공장소에서 점차 캐럴을 트는 것을 꺼리는 것도 주요 요인이다. 몇 해 전부터 대형 영업장에서 캐럴을 사용하면 면적당 기준으로 매월 저작권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미 이들 업체들은 월 단위로 저작권료를 내고 있기 때문에 추가 징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문은 캐럴을 트는 것을 주저하는 요인이 됐고, 그 빈자리를 각종 시즌송이 메웠다.
가요계 다른 관계자는 “대다수의 노래가 발표 시기에 많이 불리고 잊히지만, 시즌송으로 자리매김하면 특정 시기가 될 때마다 스트리밍이 크게 증가한다. 봄마다 ‘벚꽃엔딩’이 울려 퍼지며 순위 차트에서 역주행 하듯, 겨울이 되면 박효신의 ‘눈의 꽃’, 터보의 ‘스키장에서’, 미스터투의 ‘하얀 겨울’ 등이 어김없이 울려 퍼진다”면서 “시즌송을 발표하는 제작자나 가수들 역시 이런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