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팀에 FA팀에 패배 등 기복 보였지만 백승호 영입 등 ‘선수 욕심’이 왕좌 차지 원동력
#우승팀 전북이 벌인 기록 잔치
5연패라는 금자탑을 세운 전북의 우승은 최다 연패 기록 외에도 다수의 기록들을 쏟아냈다. 전북은 최근 5년간 우승 외에도 2009년 첫 우승 이래 통산 9회의 우승을 경험했다. 이 또한 K리그 역대 최다 기록이다.
전북이 지난 다섯 번의 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5년 내내 뛴 선수들도 있다. 이들 역시 역대 최초 선수 개인 5연속 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이승기, 이용, 최보경, 최철순, 한교원이 그 주인공이다.
그중에서도 최철순은 전북의 역대 9회 우승 역사를 모두 함께하며 개인 통산 최다 리그 우승자로 남았다. 그간 전북 동료였던 이동국, 홍정남과 8회 우승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지만 이들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현역에서 은퇴하며 최철순이 단독 1위로 앞서 나가게 됐다.
사령탑 데뷔 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김상식 감독도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2009시즌 전북에 입단해 이후 코치, 감독직을 거친 김 감독은 K리그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세 번째 인물이 됐다. 앞서 조광래 대구 FC 대표이사, 최용수 강원 FC 감독이 이 같은 영광을 누린 바 있다. 김 감독은 최 감독과 같이 한 팀에서 세 가지 신분으로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근조' 치욕 딛고 선 김상식 감독
5연패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남긴 전북에도 위기는 있었다. 시즌 초반 무패행진으로 우승 경쟁을 벌였지만 이내 승리에 어려움을 겪으며 흔들리기도 했다. 4월 중순부터 리그에서 7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 기간 3연패를 기록하는 등 부진했다. K3 리그 소속 약체 양주시민구단과 맞붙은 FA컵에서도 패해 조기 탈락이라는 쓴 맛을 봤다.
자연스레 초보 감독인 김상식 감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아시아 정상 자리를 놓고 벌이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팀이 패하자 일부 팬들은 과격한 행동을 벌였다. 전북 클럽하우스에 한 팬이 항의의 뜻을 담은 걸개를 내걸었다. 문제는 이 걸개에 김상식 감독을 지목하는 동시에 '근조' 문구를 넣은 것이다. 김 감독으로선 치욕스러운 경험이었다.
이번 시즌 전북이 그간의 모습과 달랐던 점은 울산에 우위를 내줬다는 것이다. 전북과 울산은 수년째 리그 내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쳐왔다. 울산은 전북에 밀려 올 시즌까지 3연속 준우승을 기록했다. 전북이 우승을 차지하고 울산이 준우승에 머무는 동안 전북은 울산을 상대로 철저하게 앞섰다. 2019년부터 2년간 8경기를 치르며 4승 3무 1패의 압도적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만큼은 달랐다. 5경기에서 1승 2무 2패로 열세를 보였다. 13년 만에 울산에 열세를 보인 한 해였다. 특히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패배는 뼈아팠다. 울산의 강세에 전북은 우승을 내줄 위기에 몰리는 시점도 있었다.
#적재적소에 이뤄진 전력 보강
시즌 중 기복을 보이는 어려움 속에서도 전북 우승의 원동력은 적재적소에 이뤄진 전력 보강과 두터운 선수층으로 꼽힌다. 전북은 수년째 리그에서 선수단 연봉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구단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구단별 연봉 지급액 자료에 따르면 전북은 지난해 역시 '인건비' 1위에 올랐지만 만족을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최전방에 브라질 명문 구단 코린치안스 출신 구스타보(브라질)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포항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던 공격수 일류첸코(독일)에 또 투자했다. 이들은 각각 타 구단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할 수 있는 자원이지만 출전 시간을 나눠 가졌다. 이들은 각각 15골씩을 넣으며 우승에 일조했다.
전북은 이적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던 백승호의 영입에도 과감하게 베팅했다. 백승호는 이적 초반 적응 기간을 거쳐 K리그 수위급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사살락(태국), 김진수, 송민규 등을 연달아 영입하며 약점으로 평가되던 부분들을 채웠다.
결국 전북의 선수 욕심은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전북은 수년째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스쿼드를 갖춘 팀"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이 팀은 만족할 줄 몰랐다. 모든 팀을 통틀어 가장 적극적으로 전력 보강에 뛰어들었다. 풍부한 선수단에서 나오는 힘으로 우승을 이뤘다.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선수들에게 기복이 올 수 있는데, 선수가 많다 보니 돌아가면서 팀을 이끄는 활약을 보여줬다. 이것이 다른 구단들과 차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지성과 함께 더 높은 곳을…
5연패 달성 이후 김상식 감독은 벌써 다음 시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내년엔 2관왕, 3관왕에 도전할 것"이라며 욕심을 보였다. 이어 "앞으로 10년을 이끌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전북 구단은 이번 시즌에 앞서 김상식 감독을 선임한 데 이어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스타 박지성을 어드바이저로 영입했다. 어드바이저 직함을 맡은 그는 선수단과 스태프 운영, 훈련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임무를 맡았다. 구단이 장기적 관점에서 팀 컬러를 만들기 위해 점찍은 인물이 박지성 어드바이저였다.
전무후무한 리그 5연패, 박지성 어드바이저 영입과 함께 장·단기 목표를 가지고 팀을 운영하고 있는 전북이지만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최근 수년간 대항마로 나선 울산의 도전은 해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또 전북은 김 감독의 공언대로 국내 리그뿐 아니라 아시아 정상도 노리는 팀이지만 아시아 내 라이벌들의 성장이 만만치 않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전북은 K리그를 이끄는 리딩 구단으로 올라선 지 오래지만 현실에 안주할 수 없다"며 "김 감독은 올해 분명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다. 부임 1년 차였기에 '허니문 기간'을 보냈지만 다음 시즌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도전도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중국 리그가 쇠락했지만 이번 시즌 우승을 가져간 중동 쪽이 계속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