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계기로 삶의 방식 수정 ‘탈 도쿄’ 바람…“일과 휴가 함께” 나가노현 등 지자체들 적극 호응
스이타 아야카(30)는 미야자키현에 있는 인구 약 1만 명의 소도시로 거처를 옮겼다. 이전에는 도쿄의 헤드헌팅회사에서 근무했지만, 현재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중이다. 지속가능한 생활에 대해 학생들에게 가르친다거나 마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녀는 “언젠가 도쿄를 떠나 사는 것을 막연하게 꿈꿨다”고 한다.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 대유행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도쿄에 살 때 스이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앞으로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에 좌절감에 빠지곤 했다. 반면, 지금은 자신의 재능을 살려 새로운 프로젝트에 열중하고 있다. 스이타는 이렇게 전했다.
“도쿄 회사에서는 젊은 사원이 큰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죠. 그러나 지방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많은 기회가 있어요. 이곳에 오면서 내 가능성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힘든 점은 없었을까. 보통 지방으로 이주하는 젊은이들은 또래 주민이 적기 때문에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이타도 첫 6개월 동안은 현지 생활에 적응하느라 제법 고생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젊은 주민들이 서로 도울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본 정부가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을 계기로 삶의 방식을 수정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도쿄·수도권에 사는 20~30대 젊은층 중 3분의 1가량은 “지방으로 이주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대만으로 한정하면 “지방 이주에 흥미를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44.9%나 됐다.
이와 관련,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일본의 지방 인구는 저출산·고령화로 급속히 감소하는 중”이라며 “매우 중요한 시기에 때마침 젊은이들의 의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목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젊은층을 불러 모으기 위해 지역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렸다. 예를 들어 원격근무를 허용하는 기업의 일자리를 소개하거나 지방의 빈집을 불과 455달러(약 54만 원)에 파는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새로운 총리, 기시다 후미오는 이런 시도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시다 총리는 ‘디지털 전원도시 국가 구상’이라는 정책을 내걸고 있다. 요컨대 ‘지방에서 디지털화를 추진해 도시와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구상의 핵심이다. 지난 10월 14일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이라며 “디지털개혁을 통해 지방 인구 감소라는 문제를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랜 세월 ‘도쿄 인구집중’ 현상은 일본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일본 정부는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을 내걸며 공공사업 등으로 지방 분산을 촉구했지만, 전후 고도 경제성장기를 정점으로 끊임없이 도쿄로 인구가 몰려들었다. 유일한 예외가 집값 상승으로 도쿄도 내에 살기 어려워진 버블기(1980~1990년대 초)였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 가지 못했다.
일본 정책연구대학원의 이와마 요코 교수는 “이번 ‘탈 도쿄’는 코로나 대유행 및 디지털화로 인해 일하는 방식이 재검토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현상에 머무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주 1회 출근이나 재택근무 등을 허용하는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거주지의 선택지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홋카이도대학의 고이소 슈지 교수 역시 “대도시에 사람과 기업이 집중되는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면서 “이러한 새로운 흐름을 지방분산 정책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일본의 알프스산맥’이라 불리는 나가노현은 도시를 떠나 풍부한 자연 속에서 일과 생활, 휴가를 함께 즐기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절경을 바라보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작년 9월부터는 ‘신슈(나가노현 옛 지명) 회귀 프로젝트’도 가동 중이다. 지역 기업의 협력을 얻어 이직 세미나와 이주 상담을 조합한 이벤트 개최 등을 강화한다. 젊은층뿐만 아니라 경영관리 등 기술을 가진 중장년층의 이주도 추진한다.
체험 이주를 도입하는 지자체도 증가하고 있다. 도야마현은 9월 하순부터 1~3개월 기간한정으로 재택근무(텔레워크)로 이주하는 개인·기업에 대해 주거비 등을 보조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아키타현도 ‘반농반X 체험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반농반X란 절반은 농사를 짓고, 절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는 삶을 지칭하는 말로, 1995년 일본의 생태운동가 시오미 나오키가 제안한 바 있다.
아키타현은 일본에서 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그만큼 인력부족도 심각하다. ANN 뉴스에 의하면, 아키타현은 반농반X 체험 참가자들에게 숙박과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농사일에 대해서는 시급 850엔(약 9000원)을 지급한다. 가령 이번에 반농반X 체험에 참가한 곤도 씨는 원래 대도시에 거주하는 기술계기업 회사원이다. 본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부업으로 아키타현의 특산물인 파 출하 작업을 도왔다.
후쿠오카현 야메시에서 이주자 전용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는 오키 마유 씨는 “도시에 직장 등 생활 기반을 두고, 시골에 거주하려는 이른바 듀얼 라이프(복수거점 생활) 희망자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주로 20~30대 독신 젊은층이다. 생활비를 억제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야메시라는 시골마을에 매력을 느끼고 “지역 활성화에 협력하고 싶다”고 말하는 젊은이들도 늘었다.
이주 지원 서비스 ‘SMOUT(스마우트)’를 운영하는 나카무라 게이지로 씨는 “지역의 곤란함을 해결하기 위해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서 “사회문제에 대한 젊은층의 의식 향상이 지방 이주 붐을 뒷받침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