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30년 만에 단계적 철거 시작…서울시 “주민 철거 여론 있어 결정한 것”
#선유고가차도, 건설 30년 만에 철거
선유고가차도는 1991년 양평동 국회대로와 선유로가 만나는 경인고속도로 입구 교차 지점에 설치됐다. 서울시는 2022년 12월까지 이를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양평동3가와 당산동 3·4가를 단절시키고 주변 도시미관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철거 작업은 12월 9일부터 시작됐다.
선유고가차도는 단계적으로 철거된다. 먼저 2022년 5월 15일까지 목동에서 여의도 방면 2차로가 통제 및 철거된다. 5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는 목동에서 선유도 방면 2차로를 철거한다. 마지막으로 12월 31일까지 목동 방면 2차로를 철거하면 공사가 끝난다.
철거 후에도 차로 수는 유지된다. 기존 고가 2차로와 하부도로 6차로를 합쳐 8차선은 남아 있는 셈이다. 다만, 차로 폭을 줄여 보도 폭을 2배 넓히기로 했다. 서울시 측은 “국회대로 상부공원화 및 도로 다이어트와 연계해 사람 중심의 도시공간을 조성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철거 기간 동안 차량 통제로 인한 교통정체를 대비해 고가차도 이용자들에게 우회도로를 제시했다. 국회대로를 따라 신월IC에서 강북 쪽으로 이동하는 차량은 화곡고가나 홍익병원사거리에서 오목로를 이용해 당산역 방면으로 우회하거나 신월여의지하도로를 이용해 마포대교 방면으로 우회할 수 있다. 강북에서 강서로 이동하는 차량은 양화대교에서 노들로를 이용해 당산역 방면으로 이동 후 양평로를 이용해 목동방면으로 우회하면 된다.
#도시환경 개선‧지역경제 활성화 vs 교통 체증 불편
선유고가도로 철거를 놓고 시민들 견해는 엇갈렸다. 우선 찬성하는 시민들은 주변 경관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다.
영등포구 한 주민은 “고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불편할 것 같다. 특히 아파트 낮은 층이나 주택에 사는 사람이면 고가차도가 더 가까이 보여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고가차도가 지역과 지역을 막고 있어서 보기에도 안 좋고, 주변 발전도 더디다. 빨리 철거돼서 이쪽 일대가 더 살기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취재진이 인도에서 고가차도 주변 시설들을 바라봤을 때 고가차도가 앞을 가로 막고 있어 건물들이 잘 보이지 않거나 일부만 보였다. 영등포구에서 부동산을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번화가에는 고가차도가 많이 없다. 고가차도가 철거되면 이동이 자유로워 사람들도 많이 오고 가서 지역 간의 단절도 풀릴 거고, 지역 경제가 활발해질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주변 부동산 가격도 올라간다”고 전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있다. 대부분 선유고가차도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다. 이들은 원래 차량 이동량이 많은 곳인데 고가 철거로 차량통제가 되면 주변 교통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유고가차도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시민은 “(선유고가차도를 이용해) 목동을 오갈 일이 많은데 차가 너무 막힌다. 원래 막히는 곳인데 걱정된다”며 “철거가 계속 진행될수록 불편할 것 같다. 잘 이용하고 있었는데 왜 철거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선유고가차도는 영등포구 일대 주민뿐 아니라 목동과 경인고속도로에서 오는 차량들도 이용한다. 이들이 시에서 공지한 우회도로를 이용할 경우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시민은 서울시가 우회도로로 제시한 곳조차 평소 막히는 길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우회도로가 전부 차량이 많은 곳이다. 특히 출퇴근 시간은 이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느낌, 사람중심 도시를 만든다고 했는데 나는 사람 아닌가’, ‘우회도로로 제시한 도로가 전부 정체로 유명한 도로다’, ‘출퇴근 시간 두 배 가까이 늘겠다’ 등과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선유고가차도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불편함을 느꼈다고 했다. 철거 공사로 인해 마트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도에 차량이 많아져 일대가 혼잡해졌기 때문이다.
마트를 방문한 한 주민은 “후문 주차장으로 바로 못 들어가고 정문으로 경유해서 들어가야 한다. 원래도 마트 주차장 들어가는 게 복잡했는데 공사 시작하고 나서 더 복잡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형마트는 철거 공사 진행으로 주차장 내부가 혼잡할 것을 예상해 임시 주차장을 마련한 상태다.
이런 찬반 여론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애초에 영등포구 주민들이 선유고가차도를 철거해달라는 여론이 있어서 서울시에서 철거를 결정한 것”이라며 “각자 거주지에 따라 이용도로가 다르겠지만 기존에 선유고가차도를 이용하던 사람들은 공지된 우회도로 이외에 다른 방법은 딱히 없다”고 밝혔다.
이민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