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징계→반발 사퇴→제1야당 대통령 후보까지…현직 법관 탄핵 심판 후폭풍도
#한 해 내내 시끄러웠던 검찰
검찰의 2021년은 역대급으로 뒤숭숭했던 한 해로 꼽힌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혼선이 적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으로 확대되면서 ‘사상 초유’의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2020년 12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윤석열 당시 총장이 채널A 사건 감찰·수사를 방해하고 재판부 사찰 문건을 작성·배포했고,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정직 2개월을 의결했고 윤 총장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면서 소송으로 확대됐다. 법무부 장관이 총장에게 징계를 한 것도, 이에 맞서 총장이 장관을 상대로 징계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한 것도 모두 사상 처음이었다.
이후에도 치열하게 여당과 맞선 윤석열 총장은 징계 100여 일 만인 3월 4일 정부와 여당의 검수완박에 반발하며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이후 윤 총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이 제1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일까지 이어졌다.
김오수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0기)이 후임으로 임명됐는데, 그러면서 후임 총장이 전임보다 선배 기수가 임명되는 최초의 ‘총장 기수 역전’ 현상이 벌여졌다. 전임자인 윤석열 전 총장(사법연수원 23기)보다 사법연수원 3기수 선배인 김오수 총장은 ‘검찰 달래기’의 특명을 받았지만 2021년 1월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의 갈등에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은 물론 수사 역량에 대해 의심받고 있지만, 김오수 총장은 ‘검찰’을 대변하는 모습보다는 한 발 물러서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검찰 내부로부터 인정받는 데 실패한 분위기다. 검찰을 둘러싼 뒤숭숭한 분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불거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역시 정치권을 지나치게 의식해 수사 속도 및 방향을 조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 검사들이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위반하고 술자리를 가졌다가 부장검사가 수사팀에서 배제되는 일도 벌어졌다.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대안적 성격으로 닻을 올린 공수처는 2021년 한 해 법조계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곳이다. 검사와 판사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관으로의 책임감을 내세우며 수사를 개시했지만 1년 내내 논란에 휩싸였다. 1·2호 구속영장 청구가 모두 기각됐고, 출범 1년 동안 한 명도 기소하지 못해 능력 부재 지적을 받았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 등 입건한 사건 대부분이 현 정권의 입장에 부합하는 경우가 많아 코드 수사 및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불거졌다.
#법원도 안팎으로 힘든 한 해
2월 4일 국회에서 법관(임성근 당시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일이 벌어졌다. 현직 법관에 대한 탄핵 심판은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이 과정에서 임 부장판사는 “사표를 제출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를 언론에 해명하는 과정에 거짓말을 했다”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임 부장판사는 법관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아 2월 28일 임기만료로 퇴임했고 헌재는 10월 말, 재판관 5(각하) 대 1(심판종료선언) 대 3(인용)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미 퇴직한 상태라 탄핵심판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이들이 많았다. 현직 판사가 국회로부터 탄핵이 될 것을 알면서도 대법원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놓고 “법원이 이렇게 망가진 적은 없었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판사 수급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현행 법원조직법은 법관 임용 시 필요한 최소 법조경력으로 2021년까지 5년으로 하고 2022년부터 2025년까지 7년, 2026년부터는 최소 10년의 법조경력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법관 임용 최소 기준을 10년 이상으로 올릴 경우, 임용 법관 수가 현저히 줄어 재판 지연 사태가 심화될 것이라는 입장이었던 대법원은 10년을 5년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내용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8월 국회에서 부결됐다.
다행히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던 12월 9일, 2025년까지 법관 임용 최소 법조경력을 현행과 같이 ‘5년 이상’으로 유지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한숨 돌렸지만 2025년 이후를 위해 국회를 설득해야 하는 미션이 남게 됐다.
언론의 관심은 잦아들었지만 법원 내에서는 계속 거론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의 공판 갱신 요청 및 재판장 기피 신청 등으로 재판은 사실상 멈춰 섰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200차 공판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수십 명의 증인이 남아있다. 빨라도 2022년 하반기에나 1심 선고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2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지속되면서 대면으로 이뤄져 온 재판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민사와 형사 사건 모두 영상재판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등 영상재판 시대가 더 다가온 것도 2021년 법원이 바뀐 모습 중 하나다.
헌재는 다른 법조계 기관들에 비해 논란에서 자유로웠다. 대신 굵직한 판단들을 결정하는 본연의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헌재는, 음주운전 처벌 전력자가 재차 적발됐을 때 징역·벌금형으로 가중 처벌하게 하는 일명 ‘윤창호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헌재는 재판관 9명 가운데 7 대 2의 결정으로 위헌 판단을 내렸는데, 재판관들은 “과거 범죄를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재범을 가중 처벌하는 예는 찾기 어렵고,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