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일의 포스코케미칼 4연승 원톱, 신예 주축 의정부도 선두권…2강 7중 예상 깨고 ‘혼전’
올 시즌 바둑리그는 총 9개 팀이 정규시즌 18라운드를 마친 후 포스트시즌 경기를 펼쳐 최종 순위를 다툰다.
들어가기 전의 예상은 신진서를 보유한 셀트리온과 변상일을 비롯한 선수구성이 탄탄한 포스코케미칼이 양강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였으나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예측이 됐다. 포스코케미칼이 4연승으로 초반부터 선두권으로 치고나간 반면 2020-2021시즌 챔피언 셀트리온은 3승 3패로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 2021-2022시즌 바둑리그의 초반을 들여다봤다.
#포스코케미칼 1강 급부상
지난 시즌보다 한 팀 늘어난 9개 팀이 열전을 치르는 이번 시즌은 바둑리그 출범 18년째를 맞아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먼저 모든 대국의 제한시간을 1시간으로 통일, 매 경기 다섯 판의 대국을 저녁 7시에 동시 시작하는 것이 종전과 크게 달라진 점. 여기에 정규시즌을 전·후반기로 나눠 치르고 포스트시즌에 ‘플레이인 토너먼트’ 제도를 신설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들이다.
개막전에서 신생팀 유후를 5-0으로 완파하며 막강화력을 선보인 포스코케미칼은 전문가들로부터 빈틈을 찾기 어려운 팀으로 평가받는다. 박빙의 차이로 승부가 가려지는 게 일반적인 바둑리그에서 포스코케미칼은 4라운드 물가정보에 5-0, 5라운드 정관장천녹에 4-1 대승을 거두면서 ‘1강’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열린 국수산맥 국제대회에서 신진서 9단을 꺾고 정상에 오른 1지명 변상일 9단이 핵심 구동축이다. 여기에 2~5지명의 실력도 녹록지 않다.
송태곤 9단은 “2지명 최철한 9단과 3지명 이창석 9단의 페이스가 굳건한 데다 4지명 박건호 5단의 눈부신 활약상이 더해져 한마디로 무시무시한 전력”이라고 평했다. 그는 또 “변상일 9단은 좀처럼 이기기 어려운 바둑도 계속 비틀고 흔들어서 결국 이겨내고 있다. 국수산맥 결승에서 신진서의 벽을 넘은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금이 본인의 최전성기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포스코케미칼의 23~25세로 구성된 변상일(4승), 이창석(5승), 박건호(4승)의 삼각편대 활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예중심 의정부, 타이젬 선두권 합류
개막 전 ‘의문의 여지가 없는 독보적 우승 후보’라고 꼽혔던 셀트리온은 지난 시즌 우승 멤버를 고스란히 지켰다. 하지만 초반 페이스는 지난 시즌만 못하다. 1지명 신진서 9단이 6연승으로 선봉에서 팀을 이끌고 지난해 퍼펙트 한 모습을 보여줬던 원성진 9단이 4승 2패로 제몫을 하고 있지만, 어딘지 박자가 맞지 않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는 3지명 강승민 7단의 부진이 고민거리다. 4지명 조한승 9단과 5지명 금지우 3단이 3승 3패, 2승 2패로 살아나는 추세여서 강승민 7단만 살아난다면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주춤하고 있는 셀트리온의 자리는 바둑메카 의정부 팀이 채웠다. 의정부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5위에 머물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김영삼 감독은 멤버 전원을 보호지명으로 묶었다.
“2~3년을 내다보고 선발했다”는 김영삼 감독의 말대로 의정부는 젊은 피 설현준 6단(2지명), 박상진 5단(4지명), 문민종 4단(5지명)이 팀 전력의 키포인트다. 그리고 “이번엔 터질 때가 됐다”는 김 감독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박정환 9단을 잡은 설현준이 5승, 문민종이 4승 1패로 분위기를 이끌자 맏형 김지석 9단이 4승 1패로 호응하고 나선 것. 덕분에 의정부는 4승 1패로 포스코케미칼과 선두권을 형성 중이다.
셀트리온이나 포스코케미칼에 비해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던 수려한합천은 막상 본 경기에 들어서자 높은 평가를 받는 팀으로 돌변했다. 4승 2패로 포스코, 의정부에 이어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시즌 부진했던 2지명 박영훈 9단과 새로 영입된 4지명 김진휘 5단의 맹활약 덕분이다. 박영훈은 6승으로 주장 박정환 9단(4승 2패)보다 나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으며, 5지명 박종훈도 4승 2패의 호성적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한편 하위권으로 예상됐던 컴투스타이젬의 도약도 눈에 띈다. 타이젬은 개막 후 2연패로 부진했지만 이후 3연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안형준 감독의 신예 중심의 과감한 선수 선발이 통했다는 평. 1지명 박하민 8단(3승 2패)의 무게감이 타 팀에 비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2지명 한승주 8단(4승 1패), 3지명 최정 9단, 4지명 박진솔 9단, 5지명 한상조 4단의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어 다크호스로 손색없는 팀이 됐다.
바둑계 한 관계자는 “2강 7중이라는 예상이 셀트리온의 예상치 못한 부진으로 인해 상위권, 중위권의 구분이 모호한 혼전 상태로 가고 있다”면서 “기존 이름값에 기댄 팀들보다 바둑메카 의정부나 컴투스타이젬처럼 신예들을 과감히 기용한 팀들의 성적이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했다.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우승상금은 2억 원이며 준우승은 1억 원, 3위 5000만 원, 4위 2500만 원, 5위 15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상금과 별도로 지급되는 대국료는 승자 300만 원, 패자 60만 원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