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실현 전략? 가맹점주 반발과 충성 고객 이탈 여부 주목…신사업 중 ‘3자물류’ 수익성 확보 키워드 꼽혀
#수익화 시동 거는 쿠팡
쿠팡이 수익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2021년 12월 30일 ‘로켓와우 멤버십’ 요금을 4990원으로 변경했다. 기존 월 2900원에서 72%나 인상됐다. 멤버십 변경은 12월 30일부터 신규 회원에 한해 적용된다. 이번에는 기존 회원에 적용하지 않았지만, 추후 안내를 통해 인상될 예정이다. 쿠팡은 “2019년 ‘와우 멤버십’을 론칭한 이후 무료배송과 무료 반품에만 수조 원을 투자했고, 고객들에게 전달된 무료배송 주문 건수만 10억 건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멤버십 가입자는 로켓배송 무료배송, 무료 반품서비스, 로켓프레시 새벽배송, 로켓직구 무료배송, 쿠팡플레이 등 10개의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동시에 쿠팡이츠 수수료 개편도 단행됐다. 수수료 변경안은 서울 지역의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본인의 사업 형태에 따라 네 가지 요금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입 점주들은 수수료 일반형과 절약형, 배달비 절약형과 포함형 등 네 가지 요금제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기존 업체는 2월 3일부터 수수료 변경안이 적용된다. 모든 지역의 신규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3개월 프로모션은 변함없이 유지된다.
요금 인상 후 가맹점주 반발과 충성 고객들의 이탈에 어찌 대응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점주들은 중개 수수료에 적용되던 프로모션 혜택을 종료했고, 배달비를 높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9년 5월 쿠팡이츠는 서비스 론칭 이후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를 각각 1000원, 5000원씩만 받아왔기 때문이다. 다만 쿠팡이츠는 “가격 인상이 아니라 서비스 론칭 이후 26개월 동안 8차례 연장해왔던 3개월 단위의 프로모션 연장을 종료할 뿐”이라며 “주문 건당 배달비는 6000원에서 5400원으로 인하됐고, 중개 수수료도 기존 15%에서 9.8%(수수료 일반형), 7.5%(수수료 절약형) 등으로 낮춰진다”는 입장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쿠팡 요금 인상을 두고 “인건비, 물류비 상승 등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 최근 수익성 악화 등에 기인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번 신규 회원 대상 가격 인상은 기존 회원에게도 시차를 두고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기존 회원 대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면 연간 매출과 이익은 각각 1250억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쿠팡이 제공하는 다양한 상품 구색,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 쿠팡플레이 시청 등의 부가 서비스를 감안하면 로켓와우 멤버십은 여전히 가성비 있는 서비스”라고 덧붙였다.
#‘5조 원’이 계획된 적자라기엔…
그간 누적된 적자가 잇단 요금 인상과 신사업 발굴 배경으로 꼽힌다. 쿠팡의 2021년 연간매출은 2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급속도로 외형 확장을 이뤄내긴 했지만, 적자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3분기까지 쿠팡의 누적 적자는 5조 원에 육박한다. 2021년 1분기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한 2억 9503만 달러(약 3321억 원)로 집계됐다. 2분기와 3분기 영업손실은 각각 5억 1800만 달러(5957억 원), 3억 1511만 달러(약 3717억 원)에 달했다. 물류센터 화재 비용을 빼더라도 2분기 순손실은 2억 2310만 달러(약 2581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배(119%) 이상 증가했다. 3분기 역시 순손실이 같은 기간 대비 46% 증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주가도 신통치 못했다. 2021년 3월 쿠팡 주가는 상장 첫날 63.50달러로 시가총액 100조 원을 넘기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새해 1월 4일 기준 26.41달러로 곤두박질쳤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영업손실 축소가 가시화되지 않는 한 주가 부담은 계속돼 쿠팡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여전히 풀지 못했다는 평가다. 네이버, 신세계와 함께 이커머스 3강 구도를 굳히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2021년 롯데쇼핑은 전략적 투자자(SI)로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와 가구업체 한샘 등에 투자했다. 11번가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Amazon)과 손잡고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열었다. GS리테일은 요기요·메쉬코리아·어바웃펫·쿠캣 등 13개사에 5500억 원 규모의 직접 투자를 단행했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있는 배달앱 시장도 비슷한 처지다.
박상준 연구원은 “부가 서비스 매출 비중 확대는 전사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흑자전환으로 이어지기엔 아직 부족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대주주들은 대규모 보호예수 물량 차익실현에 나섰다. 2021년 9월 14일 1대 주주인 비전펀드는 보유 주식의 약 10%(5700만 주)를 16억 9204만 달러(약 2조 원)에 매각했다. 같은 해 2대 주주인 그린옥스캐피탈은 8월 13일 5769만 3991주(약 2조 3000억 원), 9월 15일 151만 5511주(약 540억 원), 11월 16일 1950만 3997주(약 6500억 원), 12월 15일 4999만 1781주(약 1조 6000억 원) 등 연이어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단행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도 기업공개에 따른 구주매출로 쿠팡 주식 120만 주를 4200만 달러(약 475억 원)에 매도한 바 있다.
신사업 중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쿠팡이 준비 중인 3자물류(3PL)다. 3PL과 풀필먼트는 상품 입고부터 포장, 출하,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해주는 것은 같지만 서비스 대상 등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쿠팡이 그간 집중해온 풀필먼트 서비스 ‘로켓제휴’는 오픈마켓을 위해서 입점업체들의 다품종 소량 상품을 일반 소비자에게 운송하는 B2C사업인 반면 3PL 사업은 소품종 다량의 화물을 기업에 운송하는 B2B사업이다.
사실상 사업 준비는 끝마친 상태다. 2020년 10월 쿠팡로지스틱스는 택배 사업을 하기 위해서 국토교통부에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고, 2021년 1월 국토부는 이를 승인하면서 쿠팡에 택배 운송사업자 자격을 부여했다. 당초 ‘로켓배송’에 집중하겠다며 택배 사업 자격을 자진 반납한 지 1년 만에 입장을 바꾼 셈이다. 전국 170여 곳에 배송 및 물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아마존처럼 3자 판매자에게 로켓배송을 개방함으로써 물류를 위탁받는 배송서비스로 물류 시장에 본격 진출할 전망”이라며 “쿠팡은 이미 전국 배송망을 갖추고 있어 택배업체와 당장 경쟁이 가능하며 단시일에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쿠팡 관계자는 “별도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