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감소’ 메리츠증권 상표권료 대폭 인상 뒷말

‘메리츠금융지주 최대주주’ 조 회장 이익 직결 논란…“감정평가 법인 통해 상표권료 합리적 책정” 해명

[일요신문] 메리츠증권이 2020년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메리츠금융지주에 지급하는 상표권 사용료를 대폭 늘려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에 이익을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지분 72.17%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다만 일요신문i 취재 결과 메리츠증권은 2021년에 상표권 사용료 산정 기준을 영업수익에서 순영업수익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돼 비판 수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경쟁사 대비 높은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메리츠증권이 2020년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7%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메리츠금융지주에 지급하는 상표권 사용료는 33.5%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2020년 별도기준 영업이익 6522억 원을 기록해 전년 7229억 원에 견줘 9.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은 이 기간 상표권(브랜드) 수수료 명목으로 전년 대비 33.5% 증가한 278억 원을 메리츠금융지주에 지급했다. 영업이익은 감소했는데 지주사에 상표권 사용료는 오히려 더 지불한 것이어서 의아해 보일 수 있다.  

오너가 있는 미래에셋증권과 비교해 메리츠증권의 상표권 사용료는 그 액수가 크다. 미래에셋증권은 상표권 소유 회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2020년 1월 1일~2022년 12월 31일, 3년간 미래에셋 상표권을 사용하는 대가로 236억 원 사용료를 지급하는 계약을 했다. 연평균 78억 원 수준으로 2020년 메리츠증권이 지급한 상표권 수수료의 3분의 1 수준인 셈이다. 반면 이 기간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은 1조 1101억 원으로 메리츠증권(6522억 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메리츠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상표권 사용료 산정방식이 다른 점은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상표권 지급 계약을 맺을 때 순영업수익에 상표권 사용료율을 적용해 산출한다. 제조사의 매출액에 해당하는 순영업수익은 영업이익에서 판관비를 더한 금액이다. 순영업이익을 사용하면 영업수익과 달리 상표권과 무관한 외화환거래이익 등의 수익이 제외될 수 있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영업수익에 사용료율을 적용해 상표권료를 산정한다. 이 때문에 메리츠증권이 상표권 사용료를 산정할 때 영업과 무관한 수익까지 포함해 지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이는 상표권 사용료 과다 지급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메리츠금융지주 최대주주인 조정호 회장의 이익으로 직결될 수 있어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상표권 사용료는 감정평가법인이 합리적인 평가방법에 따라 산정한 공정가치 기준에 따른 것으로 지배주주의 이익과 무관하게 산정됐다”며 “2020년 상표권 사용료 278억 원은 영업비용의 약 0.2% 수준에 불과해 영업이익 감소에도 영향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지난해부터 상표권 사용료 산정 기준을 기존 영업수익에서 순영업수익으로 변경, 불합리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을 개선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부터 메리츠금융지주에 지급하는 상표권 사용료 기준을 영업수익에서 순영업수익(영업이익+판관비)으로 전환했다. 서울 강남구 메리츠타워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리츠증권의 지난 3분기까지 상표권 수수료는 209억 원으로 여전히 미래에셋증권보다 많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기존 계약된 상표권 사용료율(2020년 1월 1일~2022년 12월 31일)을 조정해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미래에셋증권이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지급할 사용료는 137억 원(3년 사용료의 연평균) 수준이다. 반면 메리츠증권의 지난 3분기까지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6196억 원으로 여전히 미래에셋증권의 1조 2142억 원에 크게 밑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메리츠증권이 비록 상표권 사용료 산정 기준을 순영업이익으로 바꾸었지만 업계 통상적인 수준으로 적용해야 뒷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