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적 보이콧’과 선 그으며 불참 선언…남북관계 반전카드 사라지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물꼬를 튼 남북 대화국면은 2018년 4월 27일 ‘2018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5월 26일 ‘2018 제2차 남북정상회담’, 9월 18일 ‘2018 제3자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임기 초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가동하며 높은 국정지지도를 기록했던 문재인 정부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제2의 평창’으로 삼아 남북 경색국면을 돌파할 이음쇠로 계획해 왔다. 2020년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같은해 9월 공무원 피살사건을 비롯해 코로나19 대유행이 겹치면서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제외하면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대화국면을 마련할 만한 테이블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베이징 구상’은 사실상 무산됐다. 1월 7일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올림픽위원회와 체육성은 중국 올림픽위원회와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중국 국가체육총국에 베이징 올림픽 불참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편지는 적대 세력들의 책동과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 확산으로 인해 경기대회에 참여할 수 없게 됐지만 우리는 성대하고 훌륭한 올림픽 축제를 마련하려는 중국 동지들의 모든 사업을 전적으로 지지·응원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강화 움직임에 북한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낮게 보긴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북미·유럽권 국가들이 잇따라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에서 북한이 우방국인 중국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출전 의사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북한의 선택은 불참이었다. 북한은 동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외교적 보이콧과 자신들의 불참 선언은 결이 다르다는 선을 확실히 그었다. 동시에 남북관계 마지막 반전카드 역시 사라진 모양새다.
대북 소식통은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북한이 동계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북한과 대화 채널을 열 수 있는 주요 창구는 모두 사라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