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로 있는 자동차 업체의 비서 “3년간 시달린 데다 2차 가해 당해”…회장은 ‘묵묵부답’
코스닥에 상장한 자동차부품업체 회장 B 씨는 유명 스포츠협회의 선출직 회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투표를 통해 B 씨가 해당 협회 회장으로 선출되자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회장 취임 이후 1년이 지나지 않아 사고가 터졌다. B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비서실에 2018년 입사한 A 씨는 입사 직후부터 약 3년간 회장인 B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회장의 요구에 A 씨는 수시로 안마를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는 노골적인 신체 접촉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고소장에서 이를 '안마를 빙자한 강제추행'이라고 표현했다.
A 씨의 고소장에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B 씨의 지속적이고 무리한 안마 요구가 상세히 적혀 있다. 뿐만 아니라 A 씨는 약 3년간 지속된 성추행으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고소장에서 "일상적 삶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우울감, 불면증, 탈모, 생리불순, 자살 충동 등 정신과 치료를 요하는 수준의 공황장애 진단을 받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A 씨는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 2021년 10월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퇴직사유에 성추행 등의 내용을 적시했다는 이유에서다. A 씨 측은 "병가를 냈지만 회사에서는 휴직을 명령한 상태"라고 밝혔다.
A 씨 법률대리인 강봉성 변호사는 성추행 외에 회사생활에서 고통도 호소했다. 강 변호사는 "그 회사 직원이 200명 정도인데 그중 사무직 직원은 20명이다. 그들 사이에서 집단 따돌림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종의 2차 가해라고 볼 수 있다. 성추행 외에도 이 부분을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A 씨도 고소장에서 "피고소인은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부하 직원들에게 '내가 사귀다 버린 여자'라고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고소장을 접수한 강남경찰서는 고소인을 불러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고소인에 대한 조사도 곧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i'은 회장 B 씨의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역시 답변이 없었다.
강 변호사는 "조사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좀 지났고 장기간 벌어진 일이다. 증거 수집까지 일정 기간이 지난 이후 추가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