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카스 예술가 설치작품…한때 주민들 철거 서명운동까지
위를 쳐다보지 않고 지나가면 놓치기 쉽지만, 위를 올려다 보면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수백 개의 소름 끼치는 인형들을 보고 놀라게 된다. 낮에 지나기도 소름 끼치는데 인적이 드문 밤에 지나갈 때면 더욱 오싹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특히 비가 내리는 날에는 인형의 얼굴에 묻은 흙과 그을음이 검은 눈물처럼 흘러 내려서 더욱 공포스럽게 보인다.
그럼 대체 누가, 왜 발코니에 이렇게 인형을 매단 걸까. 사실 여기에는 무서운 이야기는 전혀 없다. 온라인 매체 ‘RT’에 따르면 이 발코니는 지역 시각 예술가인 에타니스 곤살레스의 작품으로, 일종의 설치 예술이다. 곤살레스는 “인형으로 장식된 트럭을 몰고 다니는 친구이자 운전사인 헤수스 폴레오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들게 됐다”고 말하면서 “모든 인형을 하나씩 정성껏 손으로 붙였다. 발코니를 완성하는 데 3년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몇몇 이웃들이 인형을 당장 철거하라고 서명 운동까지 벌이는 통에 어려움이 많았다. 어떤 사람은 인형을 악마의 상징이라고 여겼고, 또 어떤 사람은 인형이 실제 아기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극복하고 결국 발코니는 그대로 보존됐고, 지금은 주민들이 지역의 명물로 인정해주면서 유지되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다. 아직도 이웃들 가운데 몇몇은 인형들이 소름 끼친다고 말하면서 곤살레스 가족들이 집안에서 흑마술을 실시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출처 ‘RT’.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