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커머스 대신 ‘콘텐츠 커머스’ 택했지만 업계 시선 싸늘…티몬 “라이브커머스 시장 성장 성과 날 것”
#"콘텐츠 커머스로 승부하겠다"
티몬은 최근 콘텐츠를 결합한 커머스로 전략을 바꿨다. 지난해 말 인플루언서들과 공동으로 상품을 기획하는 자체 브랜드 ‘위드티몬’을 론칭했다. 유튜브 구독자 58만 명의 고기 전문 인플루언서 ‘정육왕’과 함께 한우 상품을 기획해 단독 판매한 것이 첫 번째 결과물이다. 지난해 하반기 업무협약(MOU)을 맺은 아프리카TV·프리콩과 함께 커머스와 결합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구상 중이며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같은 시기 MOU를 맺은 틱톡과도 커머스 크리에이터 육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자체 제작한 웹예능 '광고천재신드롬'도 내놨다. 개그맨 정준하가 광고를 의뢰한 기업을 찾아가 기업 홍보 전단을 직접 그려주고, 의뢰 대가로 고객 혜택을 얻어내는 과정을 담아낸 프로그램이다. 해당 콘텐츠 상품을 티몬에서 판매하는 구조다. 2021년 11월 KFC편을 시작으로 피자알볼로, 네네치킨, 배스킨라빈스, 명륜진사갈비에 이어 올해 1월 이디야커피편으로 시즌 1을 끝내고 현재 시즌 2를 준비 중이다.
라이브커머스는 티몬이 2017년 업계 최초로 해당 플랫폼 ‘티비온’을 론칭하며 진행해온 사업이었다. 다만 기존 핵심 사업은 10분, 100초 등 특정 시간대마다 다양한 상품을 최저가에 제공하는 ‘타임커머스’였다. 전략은 수장 교체와 맞물려 바뀌었다. 타임커머스를 내세웠던 이진원 전 대표가 지난해 5월 사임했고 티몬은 그해 7월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 피키캐스트를 운영하는 아트리즈를 인수하면서 장윤석 대표를 새 수장 자리에 앉혔다. 이후 장 대표가 강점을 지닌 콘텐츠를 커머스와 결합해 단순 홈쇼핑처럼 판매만 했던 기존 방식에서 보다 차별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관계형 커머스도 티몬이 내세우는 핵심 전략이다. 외부 업체 및 지자체와 손잡고 협업과 상생 체계를 구축해 질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일례로 신선브랜드 ‘티프레쉬’를 론칭하고 농축수산물을 생산하는 농가가 이 브랜드를 통해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이외에도 △전시상품과 이월상품, 유통기한 임박상품을 모아 판매하는 ‘티아웃렛’ △생활용품 PB브랜드 ‘236:)’ △티몬캐시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티몬은 자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웹예능 광고천재씬드롬의 경우 전체 편의 누적 조회 수가 150만을 넘었고, 편당 평균 판매 금액은 2억 원 이상으로 누적 매출은 약 12억 원을 기록하며 콘텐츠 커머스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새롭게 구축한 전략들로 실적이 개선되기를 기대하면서 올해 상반기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를 계획 중이다. 이르면 연내 IPO를 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시사했다.
#업계 반응 미지근한 이유
티몬의 이 같은 행보에도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차별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티몬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라이브커머스는 이미 빅테크와 유통업체들이 대거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 콘텐츠를 가미했다는 웹예능은 유튜브 채널 달라스튜디오가 커머스를 결합한 ‘네고왕’을 2020년 7월부터 시리즈별로 내놓으며 흥행 중이고, 위드티몬 역시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유튜버, BJ, 연예인을 섭외해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라이브커머스의 가장 핵심 요소는 플랫폼 경쟁력인데 티몬은 이 지점에서 밀린다.
전국 농축수산물 생산자와의 상생 플랫폼도 네이버와 11번가, G마켓, 배달의민족까지 앞서 도입해 업계 일반화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쓱닷컴과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IPO를 준비 중인 가운데 티몬만 부정적 평가가 짙은 이유다.
수년째 악화일로를 걷는 실적도 부정적 전망의 근거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티몬의 매출액은 연결기준 1512억 원, 영업손실은 631억 원이다. 자본잠식률은 100%가 넘는다. 쿠팡·위메프와 함께 2010년 출범해 소셜커머스 시대를 열었으나 쿠팡의 도약과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전환, 네이버와 카카오의 커머스 시장 진출로 입지가 약화하면서 11년째 적자 상태다. 최근에는 신선식품 강자 마켓컬리나 의류 특화 무신사 등 버티컬 플랫폼(특정 관심사를 가진 고객층을 공략하는 서비스)이 난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티몬이 다른 커머스 업체들에 비해 얼마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진들이 새롭게 차별화하겠다는 것이 콘텐츠 커머스인데 이 분야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엄청 치고 나가는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경쟁자들하고는 결이 다르다고 얘기하는데, 플랫폼 자체가 경쟁력이 없으니 고객이 유입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사업을 시작한 쿠팡은 빠른 배송을 강조하며 도약 기회를 마련했고 마켓컬리도 신선식품 새벽배송이라는 새 시장을 개척했다”며 “티몬은 전환점이 없었다. 소비문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매출이 커질 때 열매만 따먹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도 티몬에 대해 “고객들이 더 이상 소셜커머스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데 따른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는데도 빠르게 대응하거나 배송 등 고객 수요가 있는 부분에 대폭 투자하지 못하고 기존 전략을 계속 끌고 간 것이 패착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장윤석 대표가 더 좋은 회사와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힌 만큼 티몬이 매각되는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시장에 직접적으로 진출하거나 이미 몸을 담고 있는 전략적 투자자(SI)보다는 차액 실현을 노리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인수 후보에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티몬의 대주주도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와 앵커에퀴티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다.
앞서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돈을 써서 인수했을 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메리트가 있다면 모를까 불확실하다면 SI들은 인수 우선순위에 티몬을 둘 필요가 없다. 강력한 한 방이 있어야 하는데 티몬이 이를 가졌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투자자들도 몇 번 바뀌었고 창업자들도 많이 빠지지 않았느냐. 매각이 답일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일부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각 부처나 지자체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라이브커머스 등 새롭게 바뀌는 이커머스 트렌드를 잘 하는 기업으로 티몬이 종종 언급된다”며 “새롭게 도전하는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른다는 후문이 있다”고 말했다.
티몬은 현재의 목표는 IPO가 아니라 새로운 전략들을 활용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티몬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로는 변별력 없다는 지적은 티몬뿐 아니라 이 사업을 하고 있는 모든 이커머스 업체들에 해당되는 얘기”라며 “라이브커머스가 더 이상 티몬만의 전략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자체가 성장하는 만큼 성과가 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지난해 라이브커머스 최초로 독도에서 생방송을 진행했고 괌 여행상품을 판매할 때 현지 요원 생중계로 호텔과 관광지를 소개하기도 했다”며 “사회공헌활동과 지역 특산품도 판매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고품질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선보이며 기업 가치와 신뢰도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