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홍준표 자당 대선후보 측근 저격 ‘시끌’…“정치신인 윤석열과 비주류 이재명 후보 된 탓” 분석도
‘이핵관(이재명 핵심 관계자)’ 논란은 이재명 선대위 현근택 대변인의 친문 ‘딥페이크’ 조작 주장이 발단이 됐다. 현 대변인은 1월 18일 본인의 SNS(소셜미디어)에 “(친여 유튜브 채널인) 열린공감TV가 딥페이크를 이용해 이 후보가 욕설을 내뱉는 장면을 설 연휴 전 배포할 계획임을 포착했다”며 “소위 ‘문파’로 불리기도 하며 똥파리로 비하 받는 일부 세력에 의해 자행될 것이라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
비판이 거세지자 현 대변인은 글을 삭제했지만, 친문 지지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친문 커뮤니티에서는 현 대변인을 두고 “이핵관인 현근택은 선대위 대변인 공식 자리를 내려놔야 한다”는 글이 쇄도했고, ‘윤석열 찍으면 현근택 너 때문인 줄 알아라’는 이미지도 제작 유포됐다. 김효은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1월 18일 “현 대변인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강성 친문 지지자라고 특정한 건지 설명해야 할 것 같다”며 진화에 나섰다.
친문계 정청래 의원의 ‘이핵관’ 폭로는 이러한 내홍에 기름을 부었다. 정 의원은 ‘해인사 통행세’ ‘봉이 김선달’ 등의 불교계 비하 발언으로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정 의원은 1월 18일 자신의 SNS에 “‘이핵관’이 찾아왔다”며 “이재명 후보의 뜻으로 불교계가 심상치 않으니 자진 탈당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라고 썼다.
정 의원의 이핵관 표기는 윤핵관을 빗대 쓴 단어로, 이재명 후보 측근 실세들이 권력을 쥐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으로 읽혔다. 정가에서는 정성호 김영진 의원 둘 중 한 명이 정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한 이핵관이란 얘기가 돌았다. 정 의원은 선대위 총괄특보단장, 김 의원은 당 사무총장 겸 선대위 총무본부장으로 선대위 내 공식 직함을 갖고 있는 상태다.
정 의원 폭로 이후 당은 즉각 수습에 나섰다. 국민의힘이 핵관 논란으로 심각한 파열음을 겪었던 만큼 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후보는 “내용을 잘 모르는 부분이라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고, 선대위는 “이 후보에게는 이핵관은 없고, 당이 정 의원의 탈당을 종용한 바는 없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 진영에선 정 의원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대선을 앞두고 원팀 기조를 이어가는 데 본인의 입지를 위해 돌출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선대위 관계자는 “정 의원의 이핵관 발언은 당을 작정하고 분열시키는 발언”이라며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정 의원 입장만 생각하는 추태”라고 비판했다.
여권에선 이러한 집안싸움이 자칫 계파 간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친문 진영에선 비주류인 이 후보가 친문을 배제하고 ‘핵관’을 비롯한 일부 측근에게만 의존한다는 불만이 쌓여 있다. 반면, 이 후보 측은 친문계가 적극적으로 선거를 돕지 않는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핵관 논란 역시 이런 차원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도 심상치 않다. 홍준표 의원이 1월 21일 윤 후보 선대본부 합류 거부 의사를 밝힌 후 원팀 결성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다. 홍 의원은 1월 19일 윤 후보와 회동에서 선대위 상임고문 합류 조건으로 처가 비리 엄단 선언, 국정 운영 능력 담보 조치 등 두 가지를 제시했다. 회동 막바지에는 윤 후보에게 서울 종로구 재보궐 선거 지역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대구 중남구에는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월 20일 윤 후보 측은 홍 의원이 특정인의 공천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는커녕 당원으로서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홍 의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엔 윤 후보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홍 의원은 “대선 전략에 대해 많은 것을 논의했던 보람찬 만찬이었는데, 느닷없이 수하들이 나서서 나를 구태 정치인으로 공격했다”며 “참 음흉한 사람들”이라고 저격했다.
홍 후보는 윤 후보 측 도발을 공천 제안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 처가 비리 엄단 등에 대해 윤 후보 측근들이 강하게 반발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대표적인 ‘친홍계’ 인물로 꼽히는 이언주 국민의힘 전 의원은 1월 22일 “‘윤빠’가 주동돼 홍 의원에게 모욕을 줬고 언론플레이했다”며 “통합의 정치가 시대정신 중의 하나인데 이런 식으로 경쟁자를 모욕 주고 뒤통수나 치며 뺄셈정치 하는 세력들을 국민들이 어찌 생각할까”라며 윤핵관을 정면 겨냥했다.
윤 후보 측은 윤핵관 논란이 다시 떠오르자 긴장하고 있다. 앞서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 갈등으로 당 내홍이 극에 달한 적이 있어서다. 이후 윤 후보 지지율은 급락해 선대위 해체 수준에 이르렀고, 당시 윤핵관으로 지목된 권성동 윤한홍 의원 등은 주요 직책을 내려놔야 했다. 윤석열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없는 얘기(윤핵관)로 당의 분열이 계속되면 승리와 멀어지는 것”이라며 “홍 의원이 지목한 윤핵관은 이번 갈등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정가에서는 이번 대선의 뜨거운 감자가 된 ‘핵관 논쟁’이 정치 신인인 윤 후보와 비주류 이 후보의 정치적 입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수민 평론가는 “윤 후보는 신인이고, 이 후보의 정치 경험은 오래됐지만 공식적으로 정당에서 검증된 리더십은 아니다. 두 후보 모두 정당 조직을 거쳐서 체계적으로 육성된 리더십이 아니다 보니, 알음알음 사적인 인맥이 동원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런 비선 실세는 핵심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다”고 전했다.
후보 중심 선대위가 꾸려진 점도 핵관 논란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어느 선거든 핵심 관계자가 없는 캠프는 없지만 이번 대선에서 유난히 이런 논란이 불거진 것은 윤 후보는 0선에 당내 기반이 전혀 없어 세팅된 사람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봤다.
이어 엄 소장은 “이재명 후보는 혈혈단신으로 정치적 난관과 고난을 헤쳐나간 사람이다. 비주류에 당에 기반이 없다 보니, 과거에 의존했던 참모들한테 기대는 비중이 크다. 과거에는 당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면 당이 결합했는데, 이번에는 후보 중심으로 양쪽 선대위가 꾸려지면서 핵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