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박병호 영입으로 ‘어게인 2021’ 기대…KIA 나성범·양현종 가세로 플레이오프 진출 꿈꿔
#디펜딩 챔피언을 향해
지난 시즌 창단 첫 통합 우승의 감격을 이룬 KT는 일찌감치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를 총액 100만 달러(약 12억 원)에 데려왔다. 스위치 타자인 라모스는 평균 이상의 주력과 수비를 자랑하는데 박병호, 강백호와 함께 중심 타선을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외국인 투수는 지난 시즌 22승을 합작한 원투펀치 데스파이네 오드리사머, 윌리엄 쿠에바스와의 동행을 택했다.
야수는 FA를 통해 박병호(3년 30억 원)를 영입한 게 가장 큰 변화다. 키움 시절 2시즌 연속 이름에 걸맞지 않은 성적으로 에이징 커브를 의심받았던 박병호가 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FA 가운데 주전 3루수 황재균(4년 60억 원)과 포수 장성우(4년 42억 원)를 잔류시켰고, 백업 포수 허도환은 LG에 내줬다. 통합 우승을 이룬 전력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박병호가 가세한 KT는 올해도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다.
그러나 변수도 존재한다. 박병호가 유한준(은퇴)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지난 시즌 약점으로 지적된 중간 계투를 강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KT는 이번 스프링캠프 장소로 지난해와 같은 부산광역시 기장군을 택했다.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의 자신감?
한국시리즈에서 KT에 0-4 완패를 당했던 두산은 지난 시즌 MVP 수상자인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와 야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의 재계약을 완료했다. 미란다는 종전 몸값 80만 달러(약 9억 원)에서 올해 190만 달러(약 23억 원)로 수직 상승했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로버트 스탁은 우완 파이어볼러로 직구 평균 구속이 155km에 이른다. 지난해 최고 구속은 162.5㎞까지 나왔다. 빼어난 탈삼진 능력으로 미란다와 함께 타자를 압도하는 피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커리어의 대부분이 불펜이었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두산은 비시즌 때마다 FA 선수들의 이적으로 전력 누수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김태형 감독의 흔들림 없는 리더십 덕분에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올해 8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고 있다.
두산이 해마다 주요 선수들의 이탈을 경험하면서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던 요인은 그 자리를 채운 또 다른 선수들의 활약 덕분이다. 홈런왕으로 자리 잡은 김재환, 5툴 플레이어로 급성장한 박건우(NC), 양의지를 대신해 2019년부터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쓴 박세혁 등이 중심 역할을 이어갔다.
올해도 박건우가 NC로 팀을 옮기면서 외야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김 감독은 박건우의 보상 선수로 받은 강진성과 외야 백업 멤버로 활약한 김인태, 그리고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 김대한 등에게 기대를 건다.
김 감독은 “올해도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하겠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일 것”이라면서도 “두산이라면 우승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삼성과 LG의 동병상련?
2021시즌 6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삼성 라이온즈의 ‘가을 야구’는 정규시즌을 공동 1위로 마무리한 다음 KT와의 정규리그 1위 결정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2차전을 허무하게 내주면서 아쉬움을 곱씹은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 삼성의 전력은 지난해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 중견수 박해민이 LG로 떠났고 왼손 선발 최채흥과 우완 불펜 최지광은 군 입대를 했다. 사이드암 불펜 투수인 심창민은 NC로 이적했다.
그로 인해 새 외국인 투수 앨버트 수아레즈를 향한 기대가 크다. 수아레즈는 2019∼2021년,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3시즌 동안 40경기 10승 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재계약한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가 얼마나 많이 외야수로 출전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관건이다. 피렐라가 좌익수로 나가야 강민호를 지명타자로 기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은 허삼영 감독의 3년 계약 기간 중 마지막 해다. 지난 시즌의 성적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토브리그 동안 가장 바쁘게 움직인 팀들 중 한 팀이 LG 트윈스다. 차명석 단장은 ‘스토브리그=단장의 시간’이란 화두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LG는 구단 역대 최다승(42승) 투수인 케이시 켈리와의 재계약에 성공했고, 지난 시즌 활약한 앤드류 수아레즈 공백을 아담 플럿코로 채웠다. 중장거리 타자로 손꼽히는 멀티 플레이어 리오 루이즈와 신규 계약을 맺었는데 이들은 모두 일찌감치 한국 입국 후 시즌을 준비 중이다.
야수는 삼성의 FA 선수 박해민을 영입한 부분이 가장 눈에 띈다. 삼성이 보상 선수로 김재성을 데려가자 차 단장은 FA 시장에 남아 있던 포수 허도환 영입으로 긴급 수혈을 마쳤다.
LG의 선발진은 케이시 켈리와 아담 플럿코, 임찬규, 이민호까지 4선발 자리는 거의 확정적이다. 문제는 5선발인데 차우찬의 복귀 시점이 미정이라 류지현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할 것 같다.
#SSG와 키움의 변수는?
SSG 랜더스는 올시즌 FA 무풍 지대였다. 단 한 명의 FA 선수도 영입하지 않았다. 외부 FA 영입보다 내부 예비 FA 선수들인 박종훈, 문승원, 강타자 한유섬과 다년 계약을 완성시켰다. FA가 아닌 선수가 소속팀과 공식적으로 장기 계약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 시즌 수술 후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했던 박종훈과 문승원은 시즌 초반부터 팀 전력에 합류할 수 없다. 최소한 6월 중순은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SSG가 어느 정도의 순위를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자칫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내려앉으면 아무리 박종훈, 문승원이 합류한다고 해도 순위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SSG는 지난 시즌 방출된 베테랑 투수 노경은, 고효준을 입단 테스트를 통해 합류시켰다. 두 선수들한테는 박종훈, 문승원이 합류할 때까지 마운드를 잘 이끌어야 하는 것은 물론 팀의 ‘가을 야구’를 위해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주어졌다.
타선에선 팔꿈치 수술을 받은 추신수가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 어느 정도의 활약을 펼치지도 궁금하다. 지명타자가 아닌 외야 수비를 맡기 위해 마흔 살의 나이에 과감히 수술을 결정한 추신수는 2월 5일 귀국해 자가격리를 거친 후 팀의 제주 서귀포 전지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박병호가 빠진 키움의 전력은 이정후한테 부담을 안기고 있다. 각 팀들 마다 이정후는 강하게 견제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김혜성 이용규 박동원 이지영 등이 어느 정도 이정후의 뒤를 받쳐주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의 합류는 상반된 시나리오를 낳고 있다. 푸이그가 각성하고 KBO리그 문화에 녹아든다면 엄청난 인기와 흥행을 이끌겠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라면 시즌 도중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마운드는 군 입대한 조상우의 공백이 크지만 에이스 에릭 요키시가 여전히 중심을 잡고 있고 새롭게 합류한 타일러 에플러와 최원태, 안우진, 한현희의 존재감이 힘을 발휘한다.
이외에 KIA 타이거즈는 나성범과 양현종의 가세로 전력 상승을 이뤘고, 이들의 합류 덕분에 김종국 감독은 KIA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희망을 부풀리는 중이다. 부상 선수만 없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은 자신있다고 말한다.
NC 다이노스는 손아섭, 박건우 등 2명의 FA 선수를 영입하면서 전력 상승을 이뤘다. 물론 나성범의 공백이 눈에 띄지만 이전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대어급 선수 2명의 합류는 이동욱 감독의 부담을 덜어내기에 충분하다.
외국인 감독이 팀을 이끄는 한화와 롯데가 올 시즌 어떤 변신을 이룰지도 궁금하다. 한화는 포수 최재훈과 FA 1호 계약을 맺으며 스토브리그를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더 이상의 전력 보강 없이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롯데는 유격수 이학주를 데려오는 대신 삼성에 우완 사이드암 최하늘과 전면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묶어 내놓았다. 이학주로선 롯데가 마지막 팀이 아닌 새로운 전성기로의 도약을 꿈꿀 수 있는 팀이다. 그걸 해야 할 이는 오로지 선수 자신. 성민규 단장이 고심 끝에 단행한 트레이드 카드가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