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치 때 묻지 않아 더 잘할 수 있다…이준석·김건희 언행 더 조심해야…국민의힘 기득권 프레임 벗어나길”
김형오 전 의장은 윤석열 후보를 두고 “진실성만큼은 타고난 사람”이라며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없는 진실성이 윤 후보의 가장 큰 무기”라고 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올해 대선에서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며 “국민의힘에 씌어 있는 기득권 세력 프레임에서 이제는 벗어나길 바란다”며 당을 향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김형오 전 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총선 때 사천 논란이 있었다. 공천관리위원장 중도 사퇴 후 어떻게 지냈나.
“공천관리위원회가 욕을 많이 먹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사천이다. 나는 사천을 한 게 하나도 없다. 사천 논란이 세 곳 있었다. 전체 200군데가 넘는 지역구 중 세 곳을 두고 사천이라고 한 것도 잘못된 지적이지만, 논란이 있었던 이들이 당선됐는데도 계속 사천 얘기다. 그럼에도 내가 왜 얘기를 안했느냐. 선거에서 참패했기 때문이다. (논란을) 아니라고 하면 비겁해지는 것이니, 입을 닫고 있다. 떨어진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잠이 안 온다. 그 사람들 생각하면…. 당시 공관위 기록을 남기기 위해 '총선 참패와 생각나는 사람들'을 정말 힘들게 공들여 썼다.”
―대선까지 40여 일 남았다. 윤석열 후보 행보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본인이 국민의 후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윤 후보는 국민의 부름을 받고 나온 사람이다. 처음부터 정치하겠다고 나선 사람들과 다르다. 정치인으로서는 아직 부족하지만, 대한민국을 살려내겠다는 호소가 필요하다. 공동체 위기 속에서 국민을 위해 모든 걸 던지겠다는 결의를 보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면이 보이질 않는다.”
―윤 후보 공약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공동체를 어떻게 살릴 것이냐에 대해 더 큰 어젠다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책임장관제 공약은 마음에 들었다. 그런 방식으로 환경, 복지, 안보 등에서 더 큰 어젠다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병사 월급 200만 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이 불필요하단 말은 아니지만, 더 큰 판을 짜고 치고 나가야 한다.”
―정치신인인 윤 후보에게 조언을 한다면.
“모든 인간은 약점이 다 있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민주당에서 문제가 많다고 하겠지. 그럼 거꾸로 보자.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정치 9단으로 꼽히는 YS(김영삼), DJ(김대중)는 어땠나. 콘크리트 지지층이 두터운 그들도 청와대 나올 적에 울면서 나왔다. 가족들 감옥 가고…. 오히려 정치신인이 더 잘할 수 있다. 이 양반(윤 후보)은 정치 때가 묻지 않았다. 경선 때 중진들도 다 꺾지 않았나. 그 초심을 가지고 하면 된다. 좀 서툴면 어떤가.”
―윤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리더십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재명 후보는 국회만 안 들어갔지, 선거를 여러 차례 했다. 기질도 타고난 정치인이다. 세력이 상당하면서도 단기필마로 보이지 않나. 당선을 위해 목적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 누구든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노하우도 있다. 반면에 윤 후보는 선거가 처음인 정치신인이다. 앞에 있는 차보다 빨리 가려면 선을 바꿔서 추월해야지. 따라가면 만년 2등이다.”
―윤 후보가 추월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검찰 조직에 수십 년 있었는데, 정치인 흉내 내면 안 된다. 특히 이 사람(이 후보) 흉내 내면 절대 안 된다. 이 후보만이 가진 탁월한 것들이 있다. 그런 능력에서는 윤석열이 밀린다. 그렇다면 이 후보의 치명적인 약점이 뭐냐. 바로 진실성이다. 국민에게 신뢰감을 못 준다. 머리는 굉장히 좋은 사람이지만, 언론이 가만히 있나. 언제는 이렇게 얘기하고 또 지나면 저렇게 얘기하고…. 이 후보 말에는 진실성이 없다. 반면에 윤 후보는 진실성만큼은 타고난 사람이다. 윤석열의 가장 큰 무기가 이 후보에게 없는 진실성이 되는 거다. 사실 윤 후보가 이 후보보다 훨씬 뛰어난 걸 갖고 있다. 리더십이란 게 그런 거다.”
―홍준표 의원 합류 무산으로 ‘원팀’ 결성이 어려워 보이는데.
“기본적으로 대선 후보는 원팀 결성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경선했던 사람들 달래는데 시간을 못 보내겠지만, 그런 정성이 필요하다. 경선에 같이 참여했던 이들 역시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지 않았나. 비록 본인이 대선 후보는 아니어도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그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 후보에게 힘이 돼주는 역할을 하면 분명 박수를 받을 거다.”
―이번 대선에서 유독 ‘핵심 관계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간단하다. 윤 후보가 정치신인이기 때문이다. ‘핵관’은 어딜 가나 있기 마련이다. 윤 후보가 아직 사람을 다루는 능력이 미숙하고, 어색하다. 그러니 언론이 윤핵관을 다루기도 좋지 않겠나. 핵관 문제가 불거지면서 분신처럼 조언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다 찍혔다. 무슨 말만 하면 핵관 문제가 거론되니, 후보가 정신적으로 외롭지 않겠나. 선거에서 내부총질하는 사람들이 제일 무섭다.”
―윤핵관 갈등의 시작은 이준석 대표였다.
“이 대표가 윤핵관을 공언하는 바람에 문제가 불거졌다. 이 대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얘기했으면 문제가 좀 더 빨리 수그러들 수 있었다. 그런 건 내부에서 해결할 문제다. 언론에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건 문제를 키우는 거다. 옳은 처신은 아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단일화 문제는 어떤가.
“단일화는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 안 되면 위험하다. 우리가 야당이라는 것을 자꾸 잊으면 안된다. 상대는 역사상 가장 막강한 여당이다. 청와대, 입법부, 행정부, 선관위 다 여당이 장악했다. 윤 후보 여론 조사 결과가 조금 높게 나온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된다. 이재명 후보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으면 대선에선 1%포인트 차이다.”
―이준석 대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야권 후보 모두 공동정부를 창출하겠다는 자세와 각오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단일화는 쉽지 않다. 안 후보에게도 명분과 조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선거판에서는 말을 아껴야 한다. 안 후보를 인정해줘야 하지 않겠나. 이준석이 당 대표가 아니면 무슨 말을 해도 괜찮지만, 현재는 대표 아닌가. 언론은 잘 되는 것보다 기사가 되는 걸 쓰는데, (이 대표가) 그런 것에 맛 들이면 대선을 앞두고 배가 방향을 잃을 수 있다.”
―선대위 쇄신 이후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물러났다.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11월 5일 윤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됐다. 선거까지 네 달 남은 시점이다. 11월은 김종인을 모셔오기 위한 한 달이었다. 12월은 김종인이 모심을 받는 한 달이었다. 그리고 1월 초 김종인이 물러났다. 그때부터 지금까진 김종인이 선대위에서 물러난 한 달이다. 그리고 나머지 3월까지는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는 달이다. 윤 후보가 11월 경선 당시 절정을 찍고, 두 달 내리 하락세를 걸었다. 김종인이 물러난 1월부터 다시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그림이 나왔지 않나. 김종인은 지금처럼 뒤에서 정치적 조언자로서 역할을 하는 게 맞다.”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를 향해 “시키는 대로 연기하면 된다”고 발언을 했다.
“의도는 충분히 짐작되지만, 공개석상에서 할 발언은 아니다. 공개된 자리에서 그런 발언을 했으니, 당연히 김종인 체제로는 못 가는 거다. 김종인 체제로 갔으면 후보는 ‘김종인 꼭두각시’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윤 후보의 어쩔 수 없는 결단이었다고 본다.”
―김건희 리스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상대 당과 상대 후보에게 이미 호재로 작용했을 거다. 하지만 더 이상 엄청난 게 나올 게 있겠는가. 있었다면 진작 나왔을 거다.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은 다 미쳤다고 본다. 하지만 김 씨 역시 좀 더 조심해야 한다. 조언하자면, 말려들지 마라. 아무리 조심해도 말려들게 돼 있다. 살얼음을 걷는 듯해야 한다.”
―원로로서 국민의힘에 해주고 싶은 말은.
“국민의힘에 씌어 있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잘 먹고 잘 사는 기득권 세력이라는 프레임에서 이제는 벗어나길 바란다. 난 더 이상 정치할 생각도 없고, 아쉬움도 없다. 그런 내가 왜 사랑했던 이준석 대표를 그렇게까지 비판했겠나. 올해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 무지한 586 운동권이 중심이 된 나라를 구하기 위해 한 몸 바치겠다는 각오와 결의, 강단이 있었으면 한다. 의원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겠다는 자세를 가진다면 우리가 뭘 못하겠나.”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