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장애인도 유아·노약자도 산림욕…서울 전역 22개 무장애길 조성 ‘한번 걸어 봐’
무장애길이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어린이와 노약자 등 보행 약자들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길을 말한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니기 쉽도록 계단이 없고 경사도도 8도 이하다. 경사가 있을 법한 길은 지그재그로 데크를 깔아 경사도를 낮췄다. 덕분에 숲을 더 천천히 누릴 수 있다. 길이 편하니 운동화가 아닌 좀 불편한 신발을 신었더라도 누구나 걸어볼 수 있다.
양천구는 신정산 무장애둘레길을 새로 개통하면서 ‘언제나, 누구나, 찾고 누리는 15분 공세권(공원세력권)’의 개념으로 단순 산책코스를 넘어 숲속 치유공간을 구성하고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정산 무장애둘레길은 신정산을 두루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남명초등학교에서 시작하면 다락골, 장수초등학교, 정랑고개, 유아숲체험원을 지나 다시 남명초등학교로 이어지는 환형이다.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라 산책하기 편하다. 넉넉히 1시간가량 걸린다.
신정산은 동네 뒷산이긴 하지만 양천구에선 나름 대표적인 산이다. 동네 주민들에겐 계남공원, 장군봉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변이 주거지역으로 둘러싸여 있고 목동 도심과도 가깝다. 멀리 사는 친구보다 이웃사촌이 더 좋다지 않았던가. 산책 중인 인근 주민은 “매일 드나들 수 있으니 설악산보다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멀리 있는 보석 말고 내 손에 쥔 돌멩이 하나가, 가까운 것이 소중한 것이라는 뜻일 테다.
둘레길 주변으로 대왕참나무, 단풍나무, 복자기나무 등 숲 군락도 펼쳐진다. 산림욕하며 산책하기에 더 없이 좋다. 운동 삼아 빠른 걸음도 좋지만 때로는 시속 1~2km로 천천히 걷다 보면 자연스레 시야도 조금 느려진다. 아침저녁으로 드나들 수 있으니 마당 없는 빡빡한 도심에 산다고 불평할 일만은 아니다.
무장애숲길은 유치원생들에게는 숲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으니 아이들이 위험 없이 편하게 숲을 누릴 수 있다.
둘레길 중간에 있는 유아숲체험원은 2015년 양천구에선 신정산에 처음 조성됐고 이후 인근 용왕산, 지양산, 매봉산, 갈산, 계남공원 등 모두 6개가 조성됐다. 유아숲체험원에서는 유아숲지도사와 함께하는 숲관찰과 오감체험놀이 등이 진행된다. 유치원 및 어린이집 원아를 대상으로 소규모로 운영하며 3월부터 11월까지 평일 오후에 체험이 가능하다.
무장애둘레길이 좀 짧게 느껴진다면 이어지는 신정산 자락길로 발길을 옮겨도 좋다. 신정산 자락길 역시 완만한 코스로 무리 없이 숲을 느낄 수 있는 산책로다. 총 4.6km로 2~3시간이면 넉넉하다. 지하철 2호선 신정네거리역에서 접근이 쉽고 시립고척도서관과도 가까워 도서관 이용도 가능하다. 자연학습 관찰로를 비롯해 약수터와 조깅트랙, 간단한 운동기구 등도 갖춰져 있다.
무장애길과 자락길 등이 신정산에만 있는 건 아니다. 서울 전역에 22개의 무장애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동떨어진 산중 길이 아니고 모두 동네나 마을과 자연스레 연결되어 있어 지역민들이 무시로 찾기 편하다. 서울 각 지역마다 자락길과 둘레길 등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알고 보면 동네마다 산책 코스가 촘촘하다.
굳이 산속으로 난 길이 아니라도 서울둘레길과 천변길 등이 서울 전역에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 마음은 갑갑한데 코로나19가 무서워 외출할 곳이 마땅치 않다면 사는 동네에서 둘레길, 천변길을 검색해보자. 나만 몰랐던 무수한 길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두루누비’ 앱(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전국의 2188개의 걷기길과 자전거길을 거리와 난이도, 소요시간 별로 찾을 수 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