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앞선 원천기술 바탕으로 성장, 2024년 IPO 노려…한녹엽 대표 “뒤늦게 성공한 스타트업 지원 필요”
식물성 가공식품은 대기업에서도 '핫한 키워드'다. 지난해 12월 CJ제일제당은 미래성장엔진으로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Plantable)’을 새롭게 론칭했다. 비건 인증을 받은 ‘비비고 만두’ 제품을 국내와 호주, 싱가포르에서 출시하기도 했다. 올해는 플랜테이블 브랜드 육성에 주력하고 가정간편식 다각화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대상그룹은 2017년부터 식물성 대체육 기술개발을 추진해왔고, 최근 식물성 대체육류 브랜드인 ‘청정원 미트제로’를 론칭하고 제품 2종을 출시했다. 농심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고수분 대체육 제조 기술(HMMA)을 갖추고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푸드는 2019년 자체 개발한 ‘제로미트’를 론칭해 현재까지 10만 개 이상 판매했다.
2013년 설립된 인테이크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더욱 쉽게 만든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대체식품을 자체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다. 당질 대체식품과 식물성 식품 분야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가동된 가산디지털단지 제1공장은 소재와 원천기술을 개발한 후 완제품을 생산 중이다. 제품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으면 대량 생산은 아웃소싱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쟁 스타트업들과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녹엽 인테이크 대표이사는 “슈가로로, 이노센트와 같은 B2C 기반의 대체식품 브랜드를 동력으로 삼고 있다”며 “현재 23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자사몰을 비롯해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특히 2030 회원수와 여성 회원 비중이 각각 82%, 78%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녹엽 대표의 인테이크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은 남다르다. 한 대표는 “대기업이나 경쟁 스타트업들은 콩고기를 잘 만드신 분들로 구성된 업체이다 보니까 기술적 한계가 있다. 우리는 국내에서 식품공학 쪽에서 능력 좋은 교수진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연구개발 중”이라며 “연구개발로 탄생한 기술을 제품에 실제 적용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들은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직접 연구진 꾸려서 연구개발하고 있진 않다. 원천기술 확보도 덜 됐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인테이크는 월 매출 16억 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매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자체적으로 올해 최소 3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매출 130억 원보다 2.5배 성장한 규모다. 인테이크는 지난 2015년 동아쏘시오홀딩스로부터 첫 투자를 받았고, 2018년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총 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누적 투자금은 83억 원이다.
인테이크의 포부는 당차다. 2023년 1000억 원의 매출을 돌파하고, 2024년 국내 식품기반 푸드테크 1호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국내 최초의 푸드테크 유니콘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한녹엽 대표는 “IT 기술로 인류를 이롭게 한다는 투자 철학을 가진 소프트뱅크에서 푸드테크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인테이크가 식품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중장기적 시야로 대체식품 기술분야에 더욱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체식품 시장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우선 대체당은 대체식품 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국내 탄산음료 시장이 약 1조 2000억 원이고, 이 중 10%(1200억 원)가 제로슈가 탄산음료다. 비건 베이커리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체유와 대체란도 외연을 넓히고 있다. 국내 시장이 아직 초기이지만 인테이크는 취급 품목수(SKU)를 102개까지 늘려놓았다. 이 중 제로슈가 탄산음료 브랜드인 ‘슈가로로’는 인테이크 실적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한녹엽 대표는 “국내 대체육 시장은 200억 원 정도로 작지만, 해외 시장에선 대체육으로 수천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임파서블’, ‘비욘드미트’ 등의 기업들이 나타났다. 인테이크는 중화권, 동남아시아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Shopee)에 인테이크 제품들이 입점했다”며 “미국을 보면 탄산음료 매출의 3분의 1을 제로슈가 탄산음료가 차지하고 있다. 코카콜라 점유율까지 치고 올라왔다. 중국에서도 대체당 카테고리가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립 10년 차인 인테이크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성공한 사례다. 2013~2017년에는 국내 최초로 소포장 견과류 사업을 시작했고, 해당 사업에만 집중했다. 문제는 시장이 커지자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너도나도 제품을 출시했다는 점이다. 가격 경쟁은 치열해졌고, 실적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차별화를 위해서 기술력이 필요한 사업을 고민했고 식물성 식품사업에 도전한 것.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2019년부터 매출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한녹엽 대표는 “창업 후 3~4년 차에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사업을 접을 뻔했다. 당시 틈새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스타트업과 대기업 등 10곳 이상의 기업들이 똑같은 제품을 들고 시장에 진출했다. 결국 처절한 가격경쟁으로 인해 새롭게 창출된 틈새시장이 무너지는 악재가 겹쳤던 적이 있다”며 “이때부터 대체식품에 초점을 맞추어 투자하기 시작했고, 대체식품에 대한 원천기술과 소재 확보, 그리고 제품화와 B2C 시장 확장까지 연결되는 밸류체인과 인프라를 구축해서 함부로 카피할 수 없고 진입할 수 없는 탄탄한 장벽을 만들어 나가는 데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한녹엽 대표는 뒤늦게 성공한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 지원 배제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한녹엽 대표는 “R&D를 제외한 스타트업 중심의 육성지원사업의 경우 만 7년 이하의 기업에만 고려되는 기준이 많다. 창업 10년 차인 저희와 같은 기업에겐 기회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 육성도 중요하지만, 유니콘의 발판을 준비하기 위한 육성에도 다양한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신경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