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외야 수비 나서야 후배들도 저때 쉴 쉬 있어…KBO 외국인 선수 중 푸이그 가장 기대”
#수술만 여섯 번, 그래도 두렵지 않다는 ‘맏형’
한국 나이로 마흔 한 살. 추신수는 자신의 나이에 숫자 ‘4’가 붙는 게 여전히 어색하다. 마냥 피 끓는 청춘일 줄 알았는데 세월의 흐름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법. ‘불혹(不惑)’의 나이에 여섯 번째 수술을 경험한 그는 “내 존재가 팀에 도움이 되고 옵션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수술했다”고 말한다.
“내가 만약 지명타자만 소화하려 했다면 굳이 수술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수비에 나서야 외야수를 맡는 후배들한테 쉴 수 있는 시간들이 제공된다. 지난 시즌 더운 날씨에 매일 수비에 나서는 후배들을 보며 정말 미안한 마음이 컸다. 한유섬, 최지훈 등 휴식이 필요한 선수들이 제때 쉬지 못했다. SSG와 재계약하면서 바로 수술 스케줄을 잡고 미국으로 출국해 미국 도착 다음 날 수술을 받았다.”
추신수는 부상과 수술, 그리고 재활하는 건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여전히 자신은 정신이 몸을 지배하고 컨트롤한다는 믿음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수술 소식이 알려지자 지인들이 굳이 네 나이에 수술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묻더라.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잘하고 싶어 수술했다고 말해줬다. 그만큼 야구가 좋고 야구를 정말 사랑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 모습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다. 라커룸에 들어갔을 때 유니폼이 걸려 있는 걸 보면 선택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면 기분이 안 좋아 퇴근하지만 다음 날 야구장 갈 때 웃으며 출근할 수 있는 게 야구 인생이다. 그래서 가끔은 내 자신한테 주문을 걸 때가 있다. ‘신수야, 너의 야구 열정은 20대 초반이니까 주저앉지 말라’고 말이다.”
지난해 팔꿈치 통증으로 송구가 힘들었던 추신수는 수비를 보고 있을 때 상대 팀 주자가 자신이 공을 던지지 못할 거란 사실을 알고 한 베이스를 더 달리는 모습에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한다. 팔이 끊어지더라도 송구해서 주자를 아웃시키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지만 그럴 때마다 김원형 감독이 자신을 자제시켜줬다는 것.
수술 후 혹독한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해낸 추신수는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야구를 통증 없이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설렐 정도”라며 2022시즌에 기대를 부풀린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 관심을 기울인 추신수
추신수는 텍사스에 있는 재활 센터에서 친분 있는 선수들과 자주 만났다. 그중 콜 해멀스, 엘비스 앤드루스 외에 LA 다저스 1루수인 맥스 먼시와도 인사를 나눴는데 맥스 먼시가 KBO리그에 대해 이런저런 궁금증을 나타내면서 류현진에 대해 물어봤다고 한다. 류현진이 한국에서 얼마나 유명한 선수냐는 게 질문 요지였다. 추신수는 한국에서 야구 선수들 중 가장 유명한 선수가 류현진이고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고 대답했다는 후문이다.
“비시즌 동안 재활하면서 관심을 기울인 게 SSG 랜더스에서 뛸 외국인 선수 영입이었다. 우리 팀과 잘 맞을 것 같은 선수가 눈에 띄면 스카우트 팀에 자료와 정보를 넘겨줬다. 그중 친한 선수들과는 직접 연락하기도 했는데 대니 산타나, 데릭 홀랜드, 마틴 페레즈 등은 꼭 데려오고 싶은 선수들이었다. 모두 KBO리그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100만 달러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액과 메이저리그에서 더 커리어를 쌓고 싶은 바람 등의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들도 현재 MLB 노사협정 문제로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라 고민을 많이 했지만 외국에서 뛰려면 더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추신수는 SSG에서 함께하길 원한 선수들 중 단순히 야구만 잘하는 선수보다 선수의 인성과 단체 생활 태도, 그리고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는 말도 덧붙인다.
올시즌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 중 추신수는 키움 히어로즈의 야시엘 푸이그가 가장 기대된다고 말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도 정상에 있을 선수인데 여러 가지 문제들로 미국에서 야구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한 그가 한국에서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길 진심으로 바랐다.
“무엇보다 푸이그가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팀마다 고유의 문화가 있는데 그걸 무시하면 팀이 망가지기 때문에 절제와 인내를 통해 한국 야구 문화에 스며든다면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리라 본다.”
푸이그 외에 롯데 자이언츠의 DJ 피터스와 LG 트윈스의 리오 루이즈도 관심을 끄는 선수라고.
“피터스는 키도 크고(198cm) 좋은 체격에다 운동 신경이 뛰어난 편이다. 타격 외에 송구 실력과 빠른 발도 매력적인 것 같다. 요즘에는 ‘툴’이 최소 두 개 이상은 뛰어나야 한다. 그런 면에서 LG의 리오 루이즈도 재능이 뛰어난 선수다. 외국인 타자들 중에선 그 두 명의 선수가 눈에 띄었다.”
올해 SSG에서 뛰게 된 투수 이안 노바는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상대 팀 투수로 만났던 사이. 추신수는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투수였다”고 회상했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 관련 소신 발언
추신수는 올 시즌부터 변경되는 스트라이크 존 확대와 관련해서 소신 발언도 했다. 기사를 통해 스트라이크 존이 변경된다는 걸 알게 됐는데 선수협회랑 의견 교환 없이 KBO에서 일방적으로 룰을 바꿀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냈다.
“스트라이크 존이 너무 좁아서 야구가 재미없고 볼넷이 증가하면서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보더라인에서 하나 빠진 공을 골라낼 수 있는 건 엄청난 능력이다. 파워가 부족한 타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힘을 키울 수 있지만 선구안은 노력으로 키울 수 없는 부분이다. 타석에서 자기 공을 칠 수 있는 건 엄청난 능력이고 쉽게 만들 수 없는 재능인데 우린 왜 그걸 없애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KBO는 그동안 투고타저 현상이 나타나면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고 타고투저가 되면 존을 넓혀왔다. 방향성이나 원칙을 적용하기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을 변경했다. 지난 시즌 타고투저 현상이 이어지자 KBO는 투수들이 좀 더 공격적으로 투구하게 만들고 타석에서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게 하려는 취지에서 올시즌 스트라이크 존을 확대하기로 했다. 추신수는 KBO가 시행하는 방침이니 선수 입장에선 당연히 따르고 적응해 나가겠지만 자신의 존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난 내가 해오던 대로 할 거다. 내 존을 고수하느라 삼진을 당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좋지 않은 공에 방망이를 댔다가 외야 뜬공이나 땅볼 아웃 되면 그게 더 리그 발전을 해치는 거라고 본다. 타자들은 이제 타석에서 쫓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2월 5일 입국한 추신수는 현재 SSG 랜더스 강화 퓨처스파크에서 타격 훈련을 시작했고 다음 주부턴 제주도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미국 텍사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