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자발적 참여” 안내 불구 키트 요구하는 학교도…어린이 백신 효과 논란도 가속
#“알림장에 적혀 있으니 숙제 같아”…교육부 “강제 아닌 권고사항”
교육부는 새학기가 개학하는 3월 2일부터 11일까지 2주간을 ‘새학기 적응주간’으로 운영하고, 각 학교장 재량으로 정상등교나 단축수업, 원격수업 등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새학기 유·초·중·고 학생에게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주 2회 제공해 등교 전 검사를 하도록 권고하고, 학교별 접촉자 자체 조사 등 학교 자율방역 체계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등교 방식은 학교마다 다르게 운영될 예정이다. 수업 방식은 각 학교별로 학부모 설문조사나 학교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정했다. 같은 지역에 있는 학교라도 운영방침에 따라 전면 등교를 할 수도, 저학년과 고학년이 번갈아 가며 교대로 등교를 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돌풍 속 문을 연 학교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주범은 학교마다 다른 방역방침이다. 경상남도 창원시에 거주하는 A 씨는 3월 3일 “학교에서 ‘자가검사키트를 배부한다’고 알림이 왔는데, 내용을 보니 검사를 해서 사진도 함께 보내라고 적혀 있었다. 키트 사용은 의무가 아닌 권고라고 알고 있는데 사진까지 찍어서 보내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고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매번 가만히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아예 검사를 한 키트를 가져오라고 한 학교도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과 5학년 자녀를 둔 대구의 B 씨는 “검사 후 30분이 지난 키트는 의미가 없다고 알고 있는데 왜 가져오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도 “일단 알림장에 ‘자가키트 해서 가져오기’라고 쓰여 있으니 숙제 같아서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근에 ‘검사한 키트를 동봉해서 가져오라’고 한 학교가 꽤 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권고사항이라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강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는 자가검사키트 사용은 강제가 아니며 권고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신속항원검사는 자발적 참여에 의해 본인 안전을 위해서”라며 “우리 학교는 하루 종일 밀집된 공간에서 생활하느라 어느 시설보다 감염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고 급우들에게도 감염시키지 않도록 하는 점을 감안했다. 키트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한 후 키트 사진을 찍거나 가져오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교육부 관계자는 “등교 전 신속항원검사는 권고사항이고 자율이다. (증상이 없어) 검사하지 않았다면 별도의 조치도 없다”고 말했다. 또 등교 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하도록 한 ‘학생건강 자가진단’ 앱에 나온 문항의 답변에 따른 별도의 조치도 없다고 했다.
#어린이 백신, 투약 용량 적어 감염 예방 효과와 항체 지속 기간 짧아
이런 가운데 이르면 3월 중순에는 국내에서도 5~11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확진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까닭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월 23일 5~11세용 코로나19 백신인 ‘코미나티주 0.1mg/mL’의 수입을 허가했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이미 해외 60여 개국에서 어린이용 백신을 승인하거나 접종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3일 가장 먼저 5~11세 어린이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다만 접종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5~11세 인구 대비 4명 중 1명가량(약 25%)이 1차 접종을 끝냈고 2차 접종까지 끝낸 비율은 약 17%에 불과했다. CDC는 아직까지 이들에 대한 3차 추가 접종은 권고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어린이용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는 큰 효과를 보이지 못 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2월 28일 “어린이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중증 예방에 효과는 있었으나 오미크론이 급증한 기간 동안 수집된 데이터에 따르면 접종 후 한 달 이내에는 감염에 대한 보호가 거의 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백신의 효과는 청소년이나 성인보다도 어린이에게서 그 효과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뉴욕주 보건국 등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올해 1월 31일 사이에 화이자 백신 1·2차 접종을 완료한 5~11세 어린이 36만 5502명과 12~17세 어린이 85만 2384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백신의 효과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사했다. 이들에게 사용된 백신은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코미나티주 0.1mg/mL’로 현존하는 백신 중에서는 유일하게 5~11세를 대상으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조사 결과, 5~11세 연령의 어린이의 경우, 접종이 끝난 지 약 한 달 만에 감염 예방 효과가 68%에서 12%로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차이는 다른 비교군과 비교해봤을 때 더욱 극명했는데, 12~17세의 경우 감염병 예방 효과 감소가 66%에서 51%로 떨어진 정도였다. 특히 11세와 12세 사이의 낙폭이 컸다. 12세 어린이는 1월 30일에서 2월로 넘어가는 주에도 백신의 효과를 67%가량 유지하고 있었으나 11세의 경우 그 값이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의 차이는 투약 용량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5~11세용 백신은 청소년·성인용 백신 투약분의 3분의 1 수준이다. 즉, 12세 어린이는 성인과 동일한 투약량인 30μg(마이크로그램)의 백신을 맞지만 11세 어린이는 이보다 적은 10μg만 맞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투약량을 늘리면 오히려 고열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코로나19 확진 이후 중증화를 막기 위해 백신 접종은 권장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증 예방 측면에서 백신 여전히 효과가 있었다. 같은 기간 측정된 입원 예방 효과는 5~11세의 경우 100%에서 48%로, 12~17세는 85%에서 73%로 떨어졌다. 다만 입원한 어린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추정치는 오차 범위가 넓다고 연구진은 의견을 덧붙였다. 연구를 주도한 뉴욕주 보건부의 엘리 로젠버그 과학 부국장은 “실망스러운 결과지만 해당 백신이 오미크론 이전 바이러스에 대응해 개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한편,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사는 현재 6개월~4세 영유아를 위한 백신도 준비 중이다. 영유아용 백신 용량은 3μg으로 5~11세의 3분의 1수준이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