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도 반납하고 확진자 쏟아지는 방역 최전선 근무, 위험수당은 ‘케바케’…취준생들 취업 위해 뛰어들기도
전북 전주시에서 임용 한 달 차 새내기 공무원이 초과 근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기 용인시 기흥보건소 소속 공무원은 과로로 쓰러져 의식을 찾지 못 하고 있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긴 지난 2월의 일이다. ‘하루 확진자 10만 명’은 단지 ‘주변에 확진자가 많아졌다’는 뜻에서 끝나지 않는다. 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는 ‘돌봐야 할 환자가 매일 10만 명씩 생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른 들판에 불길 번지듯 퍼지는 확산세에도 방역체계 최일선에는 ‘보건소 사람들’이 있다.[일요신문] “출근 인사가 ‘살아낼게’예요. 매일 확진자가 나오는 곳으로 일하러 간다고 가족끼리 하는 자조 섞인 농담이에요.” 간호직 공무원 A 씨가 말했다. 그는 현재 수도권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벌써 2년째,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높은 업무 강도, 잦은 야근과 초과근무 등 힘든 점이 많지만 하루 종일 확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은 특히 선별진료소 근무자로서 느끼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다. 선별진료소 사람들의 하루는 언제나 감염의 불안 속에서 지나간다(※전국 선별진료소 및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다수의 증언을 종합한 것으로 특정 선별진료소를 지칭하지 않는다).
[보건소 24시①] “설연휴, 문앞에 재택치료키트 놓고 간 건 ‘사람’이었다”
#“아침엔 물도 안 마셔요”
8시 30분. A 씨의 경우 아침엔 물도 마시지 않고 출근한다. 식사를 하거나 물을 많이 마시면 오전 근무 중 화장실을 다녀오게 될까봐서다. 아무리 늦어도 8시 50분까지는 방호복으로 환복한 뒤 진료소로 내려간다. 9시부터 검사가 시작되는데 인파가 한번 밀려들면 3~4시간은 꼼짝없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
“방호복을 한번 입으면 벗기가 정말 번거롭거든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화장실 한 번 다녀오겠다고 10~20분씩 자리를 비우면 그동안은 동료들이 제 몫까지 일을 해야 해요.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이왕이면 점심시간에 해결하려고 하는 거죠.”
똑같은 방호복을 입어 구별이 어렵지만 선별진료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8시 40분. 이번에는 기간제 근로자 B 씨가 출근해 컴퓨터를 켜고 진료소 곳곳을 소독했다. 그러고는 9시 이전에 온 민원인들의 순서를 구분해 문진 안내를 했다. B 씨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2021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만 2개월 넘게 선별진료소에서 행정 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민원인이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이로 안내를 비롯해 역학조사서 작성과 신속항원검사 감독 등을 맡고 있다. 이외에 각종 폐기물 처리 등 각종 부수적인 업무가 행정요원의 몫이다.
“하루라고 할 것이 없어요. 9시에 검사가 시작되고 6시 문을 닫기까지 같은 업무가 반복돼요. 행정요원은 검사하러 오신 분들 안내하고 순서 엉키지 않게 줄 세우고 6시에 폐기물을 처리해요. 힘든 점이라면 매일 같은 말을 매일 다른 분들에게 1000번씩 반복한다는 점이에요.”
7일 연속 근무도 공무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B 씨도 한때 주말을 반납하고 매일같이 선별진료소로 출근하곤 했다. 정부가 1월 말부터 PCR 검사와 함께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면서 자가진단키트를 준비하는 일이 모두 선별진료소 근로자들의 몫이 된 까닭이다. B 씨는 “대체 휴일이나 수당 등은 잘 챙겨 받고 있지만 업무강도가 높아 재계약을 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고 중도퇴사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인근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선별진료소에서 직접 방문해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동검진은 실제로 검사소가 움직이는 차량형과 지역에 거점을 두고 이동하는 검체팀이 각 학교를 방문해 검사를 하고 돌아오는 방식으로 나뉜다. 형태만 다를 뿐 인력은 기존 선별진료소에서 차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B 씨가 속한 선별진료소도 최근 인근의 한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하는 이동검진을 실시했다.
확진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인력은 항상 부족하다 보니 지차체는 급한 대로 기간제 근로직을 확충하고 있다. 그렇게 구해지는 인력 가운데 상당수는 보건업계 종사를 꿈꾸는 취준생 혹은 재취업준비생이라고 한다. 보건소에서의 근무 이력이 추후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방역의 최일선에 뛰어드는 것이다. A 씨는 취준생들이 방역 일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2021년엔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기간제 근로자로 많이 왔어요. 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써서 내고 싶다면서요. 간호사 면허를 소지한 분들은 같이 검체 채취를 하기도 했는데, 검체통 뚜껑을 하루 700~800개 넘게 여니까 나중에는 엄지손가락 피부가 벗겨져서 피가 나더라구요. ‘고생한다’라면서 밴드 붙여줬는데 너무 미안했어요. 업계 선배로서 후배들을 고생만 시키고 보낸 것 같아서요.”
#"하루 1000명 넘게 사람 마주쳐"
선별진료소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일하는 내내 코로나19 확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최근 A 씨의 동료는 근무 중 확진 판정을 받고 일을 그만 뒀다. “집이랑 선별진료소 말고는 가는 곳이 없는 분인 걸 알거든요. 내심 ‘여기서 감염된 것이 맞구나’ 생각하는 거죠. 하루 1000명 넘게 사람을 마주치잖아요. 그 가운데 양성 판정을 받는 분들도 많으니 개인 방역에 아무리 힘써도 감염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요.”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결과가 이게 맞느냐’면서 찾아오신 이들도 종종 있다고 한다.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가 선별진료소로 찾아와 항의했다는 것인데 B 씨는 담담하게 ‘종종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장시간 코로나19 확진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도 고용형태와 시기, 고용주에 따라 수당이 다르게 지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정부는 2월 27일부터 코로나19 현장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감염관리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대상은 감염병전담병원 종사의료진 및 보건의료기관 종사자다. 상시적으로 확진자와 대면하는 의료진은 하루 5만 원, 간헐적으로 대면 업무를 하는 의료진에게는 3만 원이 지급된다. 응급실 음압병실이나 중증환자 병상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도 2만 원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지침이 발표되자 의료현장의 노동자들은 정부 지침이 형평성에 어긋나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수당 지급 대상에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의 노동자, 재택치료 관리 업무를 하는 의료진이 제외된 까닭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선별진료소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간호사의 경우 이미 전체 임금에 위험수당이 포함되어 있는 곳이 대다수라 이중 수당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선별진료소 행정요원들의 경우 어떤 경로로 일을 하게 되었느냐에 따라 위험수당 지급 유무가 나뉘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지자체 일자리 사업인 희망근로사업으로 채용된 근로자의 경우 다른 근로자들과 동일한 업무를 해도 위험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
일관성 없는 수당 지급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용역업체 소속이다 보니 고용주가 달라 인원이나 대상자를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현재의 예산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과 전문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수당으로 현실적으로 모든 관련자들을 지급 대상에 포함할 수 없었다”고 했다.
희망근로사업을 진행한 수도권의 한 지자체도 위험수당 미지급에 대해 “희망근로사업은 국가보조금과 지자체 예산으로 진행된 일자리 사업으로 의료진 등 전문인력과는 채용절차와 임금산정 등이 달랐다. 전체 임금에 최저임금과 4대 보험료, 식비 등은 포함되어 있으나 위험수당은 별도로 책정되어있지 않아 한정된 예산으로 이를 지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지자체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팀장은 공무직이라는 이유로 위험수당을 못 받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위험수당을 나눠줘 화제가 됐다. 팀원 20여 명의 책상 위에는 ‘그대들의 노고 덕분에 코로나19과 맞서고 있습니다’는 응원 메시지와 함께 3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올려져 있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