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령 전 이사장 정계 진출설 안팎

뿔난 여동생의 반란이 시작되나

▲ 최근 박근령 전 이사장의 내년 총선 출마 소문 등 정치참여설이 흘러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여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정치 행보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박근령 전 이사장 주변에서 ‘총선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또한 한발 더 나아가 ‘정당 조직을 만들어 본격적인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까지 구체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른바 대구·경북(TK)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영남신당(가칭)’을 출범시킨다는 것이 정치참여설의 요체다.

정치권에서는 박근령 전 이사장의 정치행보를 예사롭게 볼 수만은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최근 한나라당 주변에서 잇단 ‘보수신당’ 창당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아직은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열린 ‘설’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총선-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경우 ‘한나라당 밖’에서 만들어지는 외곽 정당들이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박근령 전 이사장이 정치 행보에 나설 경우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도 여파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육영재단 운영권을 두고 박 전 대표 및 박지만 EG그룹 회장 측과 오랫동안 다툼을 벌여왔던 박근령 전 이사장은 그 ‘존재’만으로도 박 전 대표에게 부담이 되어왔던 게 사실. 그런데 박 전 이사장이 본격적으로 정치전면에 나설 경우 자칫 ‘자매의 난’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근령 전 이사장의 정치참여설과 그것이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미칠 영향 등을 따라가 봤다.

최근 친박 외곽 조직 중 하나를 이끌고 있는 한 인사는 기자에게 “대구·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이른바 ‘영남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이다.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도 뜻을 함께할 것이다. 내년 총선을 전후로 한나라당에 대격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때’를 대비하고 박근혜 전 대표를 돕기 위해서라도 외곽의 이탈 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두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내년 총선을 전후로 친이-친박계 다툼의 결과물로 대대적인 세력 재정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친이 인사들뿐 아니라 적지 않은 친박 인사들까지 미래권력인 ‘박근혜 라인’에서 배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이탈된 친박세력이 대구·경북을 주된 축으로 해서 정당 형태의 조직이 만들어질 경우,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이 정당출범의 주축에 박 전 대표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자리하게 된다면, 자칫 ‘자매의 난’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박근혜-박근령’ 자매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경우 ‘동생의 반란’이 대권을 노리고 있는 언니에게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전 이사장의 정치 행보를 ‘자극’시킬 만한 하나의 변수는 바로 남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가 최근 구속된 일이다. 박 전 이사장보다 열네 살 연하인 신동욱 전 교수는 지난 2007년 2월 산상약혼식에 이어 2008년 10월 박 전 이사장과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던 인물. 그러나 신 전 교수에 대한 정치권의 평판은 그리 좋지 못했고 신 전 교수 측과 ‘박근혜가’ 사람들 사이에선 적지 않은 잡음이 일기도 했다.

신 전 교수는 지난해 9월 처남인 박지만 EG그룹 회장의 5촌 조카 박 아무개 씨와 비서실장 정 아무개 씨가 자신을 중국으로 납치했고, 자신이 중국에서 마약을 했다는 소문 등을 퍼뜨렸다며 박 씨와 정 씨를 고소하는 등 여러 차례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를 받은 바 있다. 또한 지난 2007년엔 정 씨 등이 자신을 강제로 중국으로 끌고 가 살해하려고 했으며, 박지만 회장이 이를 교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 전 교수는 박지만 회장을 ‘살인교사 혐의’로 고소해 법정 공방을 벌여왔고, 결국 지난 8월 24일 박지만 회장에 대한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른다.

이와는 별개로 인터넷에 박근혜 전 대표에 관한 비방 글을 게재해 박 전 대표 측으로부터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남편 신 전 교수의 구속에 대해 박근령 전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을 정도로, 크게 분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측근 인사는 “박 전 이사장이 울분에 겨워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는 것을 극구 말려서 참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일요신문>은 박 전 이사장의 입장을 직접 전해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받지 않았다.

박 전 이사장 측과 신 전 교수 측근 인사들 사이에선 신 전 교수의 갑작스런 구속에는 ‘모종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겠느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 친박계 인사는 “신동욱 씨는 정치적 야망이 큰 인물이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근령 전 이사장 주변에서는 신동욱 전 교수의 구속으로 인해 정치 행보 여부를 두고 고민해온 박 전 이사장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이사장과 함께 신당 창당 작업에 관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인사들 중 상당수가 신 전 교수에 대해서는 반감과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 신 전 교수는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상임고문직을 맡고 있는 박 전 이사장을 주축으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한 이 인사는 “그동안은 박 전 이사장이 정치전면에 직접 나서는 것을 원치 않았던 상황이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박 전 이사장의 정치 행보는 본인의 의지 못지않게 주변 인사들의 요청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이사장은 신당 창당과 함께 내년 총선에 직접 출마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경북 구미와 문경·예천, 충북 옥천 등 세 곳의 지역구를 두고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와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 또 박 전 대통령이 젊은 시절 교직 생활을 했던 경북 문경·예천은 모두 박근혜 전 대표뿐 아니라 박 전 이사장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지역이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문경·예천은 박 전 대표가 정계에 입문할 때 대구 달성 대신 본인이 출마를 원했던 곳이기도 하다. 만약 박 전 이사장이 세 지역에 대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자연스레 ‘박심’이 표심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령 전 이사장의 정치 행보가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만약 현실화될 경우 과연 박근혜 전 대표에게 어떤 여파를 미치게 될지 현재로선 단정하긴 쉽지 않다. 현재 박 전 이사장을 ‘따르는’ 일부 인사들의 속내엔 그렇게라도 ‘박심’에 기대어 미래를 꿈꿔 보려는 바람도 어느 정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박 전 이사장 측의 한 관계자 역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게 될 경우 현재의 한나라당 내 친박 세력에도 변화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탈당과 같은 예상외의 돌발 변수가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느냐.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만드는 신당이 박 전 대표를 돕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다소 바람 섞인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이 신당의 일차적인 목표는 내년 총선 공천에서 친박 인사들 중 탈락하는 이들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지난 18대 총선 공천 파동 이후에 만들어졌던 ‘친박연대(현 미래희망연대)’와 흡사한 성격의 조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친박연대는 18대 총선 20여 일을 앞두고 급조되었으나 정당득표율 14%에 가까운 파란을 일으키며 14명의 당선자를 내기도 했다.

만약 박근령 전 이사장의 총선 출마가 현실화된다면, 당락 여부에 따른 파장은 자연스레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친박 측 한 핵심인사는 “박근혜 전 대표와 동생(박근령 전 이사장) 사이엔 현재 아무런 ‘교류’가 없다”고 말했다. 친인척 문제를 포함해 돌다리도 두들겨 봐야 할 박 전 대표로선 여동생의 정치행보 가능성을 바라보는 심기가 결코 편치는 않을 것이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언니의 장단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근령 전 이사장이기 때문에 차기 대선 후보 검증과정에서 그의 말 한마디가 정치적 여파를 줄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과연 그동안 ‘언니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박근령 전 이사장이 ‘정치인’으로 재평가 받을 수 있을까. 한 정치컨설턴트는 “그동안 박근령 전 이사장은 집중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아왔던 언니 박근혜 전 대표에게 늘 가려져 있는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심’이 아닌 ‘박(정희)심’을 이용한다면 ‘정치인 박근령’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령 전 이사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정치라는 것이 내 적성에는 안 맞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정치행보를 결심하고 있는 박 전 이사장의 속내엔 어떤 계획이 담겨 있을까. 그리고 그의 정치 투신은 언니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짐이 될 것인가 아니면 힘이 될 것인가. 그동안 육영재단 운영권과 남편 신 전 교수 구속 등과 관련해 서운한 감정이 더 많았다는 점에서 박 전 이사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성아 기자 [e-mail]

‘최태민 미스터리’ 끝나지 않았다

‘언니를 그의 손아귀서 건져주세요’ 탄원서 쓴 배경 다시 거론 가능성

▲ 박근혜 전 대표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충북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지만 이후 박근혜 전 대표를 의식해서인지 정치권에서는 다소 멀어져 있었다. 박 전 이사장은 박근혜 전 대표, 박지만 EG 회장과 운영권 다툼을 벌여왔던 육영재단에서 손을 뗀 이후 현재 대한댄스스포츠실업연맹과 한국재난구호 총재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어왔던 것처럼 보이지만, 박 전 이사장 역시 정치와의 ‘끈’을 놓긴 어려운 신분이었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박 전 이사장은 지난해 6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세종시 문제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당시 박 전 이사장은 “내가 언니와 가족의 정을 자주 느끼지는 못하지만 TV에 나와 큰 이슈가 되는 정책에 대해 입장을 밝힐 때 언니와 내 생각이 일치한다고 느꼈는데 세종시 원안 고수, 호주제 폐지 등에 대해서는 언니와 생각이 다르다”고 밝혔다.

또한 박 전 이사장은 지난 1990년 고 최태민 목사의 전횡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 성격의 편지를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냈던 것으로 전해져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시 박 전 이사장은 동생 박지만 회장과 함께 쓴 편지를 통해 ‘저희 언니와 저희들을 최 씨(최태민 목사)의 손아귀에서 건져 주십시오’라고 노 전 대통령에게 요청했었다고 한다.

지난 대선 때도 제기된 바 있는 고 최태민 목사에 관한 소문이 다음 대선에서도 또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큰 만큼, 박 전 이사장이 정치인으로 나선다면 이 ‘탄원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