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코로나19부터 지역·이념·세대·젠더 갈등 해소까지…이준석-안철수 관계, 거대야당과 협치 문제도
윤석열 대선 후보의 당선으로 국민의힘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5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국민의힘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했다. 그 과정에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당명을 세 차례나 변경했다.
궤멸의 위기까지 몰리다 반등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다. 총선 참패 이후 김종인 위원장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섰다. 김종인 비대위가 당 쇄신에 나서고 LH 사태 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겹치면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이후 이준석 대표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30대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 대표는 전통적 보수 지지층에 ‘이대남(20대 남자)’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규합했다. 이대남은 윤석열 후보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불공정 문제, 코로나19로 인한 민생경제 어려움 등으로 높아진 정권교체 민심도 한몫했다.
대선이 끝나면서 윤석열 당선인의 차기 정부 구상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역·이념뿐 아니라 세대·젠더 갈등까지 골이 깊어진 대한민국을 통합하고,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극복 및 부동산문제 해결과 민생경제 회복의 과제를 안게 됐다.
이에 윤석열 당선인은 ‘통합’과 ‘협치’를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겠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자는 3월 10일 대선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이제 정부를 인수하게 되면 윤석열의 행정부만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라는 여당의 정부가 된다. 당정이 긴밀히 협의해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고 피드백을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이 되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선거 때는 경쟁하지만, 결국은 국민을 앞에 놓고 누가 더 국민에게 잘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경쟁해온 것 아니겠느냐”며 “야당과도 긴밀하게 협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가에선 선거 막판 단일화에 응해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를 두고 예상이 한창이다. 이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는 3월 3일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부터 운영을 함께한다’며 ‘국민통합정부’ 구성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안 대표의 인수위원장 내정부터 초대 총리 임명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도 관심사다.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할 윤 당선인으로선 국회 원내 세력을 최대한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은 3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당선인사에서 “일단 신속한 합당이 중요하다”며 “안 대표는 우리 당과 정부에서 중요한 도움을 주시고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당 방식과 지분 배분,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대표의 관계 등 해결해야 할 갈등요소가 많다. 양당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에도 합당을 추진했지만 앞서 언급한 이유 등으로 불발된 바 있다.
윤 당선인의 기대와 달리 벌써부터 합당을 두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 측은 흡수 통합, 안 대표 측은 당대당 통합 방식을 선호해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 전 ‘합당은 당의 영역’이라며 윤 당선자 측 합의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으로 합당이 지연되면, 윤 당선인의 ‘통합정치’가 초반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민주당과의 스탠스도 윤 당선인 고민이 깊은 부분이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 몸담았던 야권 한 관계자는 “여소야대 정국은 정말 풀어나가기 힘들다. 민주당에서 170석을 갖고 마음먹고 반대하면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이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윤석열 당선자가 이런 정국을 풀어낼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이 야당일 때 문재인 정부 인사청문회 등에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고, 민주당에서 이를 비판해왔다. 민주당이 똑같은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또한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의 삶이 어렵다. 윤석열 정부가 합리적인 행보를 보인다면 무조건적인 반대는 하지 않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 초반부터 여야가 강하게 맞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개월 후 바로 지방선거가 예정돼있기 때문.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로 침체된 당을 추스르겠다는 각오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 마냥 허니문 기간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석열 당선인으로선 당선과 동시에 정치적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여소야대 정국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사정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그럴 경우 국회는 또 다시 강대강 대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협치는 그동안 실종된 정치를 다시 살리는 것이다. 그 주체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돼야 한다”며 “민주당이 협치에 나서게 하려면 여론의 압박이 있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행보를 보여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수위원회와 차기 정부 구성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당선 다음날 장제원 의원을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낙점하면서, 선거 내내 끊이지 않았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를 의식한 듯 또 다른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은 3월 1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저는 인수위에 안 간다”며 “윤핵관이 인수위를 차지하면 정치권과 언론에서 가만히 두겠느냐. 비판받을 일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26년간 검찰생활만 해 정계 인맥이 많지 않은 윤 당선인로선 ‘윤핵관’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윤 당선자가 내세운 국민통합정치 실현에 의문부호가 붙을 수 있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윤석열 선대본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이 여러 의견을 종합해 듣고 있다. 국민의힘 구성원 모두가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국민통합정치 구상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