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지연 우려해 과정 생략…법원 “고의 아니나 중대한 과실 인정”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대우건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17년 7월 대우건설의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 공사 현장소장으로 일하던 A 씨는 발전설비 중 고온의 증기가 지나가는 통로인 추기계통에 대한 수압시험을 실시하다 급수가열기에 손해를 입혔다.
통상 수압시험을 할 경우 추기계통만 단독으로 시험하는데 당시 A 씨는 추기계통에 급수가열기를 결합한 상태로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 실시 전 이미 급수가열기가 추기계통에 결합돼 있어 연결 부위를 절단하고 다시 연결하면 공사가 지연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추기계통 시험엔 문제가 없었지만, 해당 급수가열기 중 3대가 누수 현상을 보여 사용 불가 판정을 받고 폐기됐다. 이로 인해 공사는 약 6개월가량 지연됐고, 대우건설은 지연배상금과 급수가열기 재설치 비용 등을 합쳐 총 2117억 원의 손실을 봤다.
또, 대우건설이 추진 중이던 인수·합병(M&A)도 무산됐다. 당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호반건설은 2018년 2월 대우건설이 사고로 인한 손실이 포함된 경영실적을 발표하자 다음 날 곧바로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해외 잠재부실의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고 이후 대우건설은 A 씨를 해고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복직을 명령했다. 대우건설은 중노위의 명령에 불복하고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행정법원은 대우건설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A 씨가 발주처에 ‘급수가열기는 시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로 보고하고서도 결합한 채 시험을 진행하고 사후 관리를 하지 않는 등 잘못이 무겁다고 봤다.
재판부는 “(A 씨의 행위가) 고의에 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고 원인이 된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징계의 수준도 적정하다”고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