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 박태규 수사 ‘숨은 1인치’

박 씨 대여금고에 그 양반 흔적 왜?

▲ 왼쪽부터 박태규 씨, 김두우 전 수석

부산저축은행 경영진들로부터 거액을 받고 정·관계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로비스트 박태규 씨가 지난 8월 31일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맡고 있는 중수부는 수감 중인 박 씨를 불러 로비 부분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의도에는 이미 다섯 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박태규 리스트 5인방’으로 불리며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중수부는 현 정권 ‘그림자 실세’로 통하는 김두우 청와대 전 홍보수석과 박 씨 관계를 파헤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 전 수석은 검찰 소환통보를 받고 지난 9월 15일 사직서를 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수부는 박 씨가 보유하고 있는 대여금고 사용일지에서 김 전 수석과 친분이 있는 한 사업가 이름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박 씨 대여금고를 압수수색했더니 현금 다발이 뭉치로 발견됐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으로부터 로비에 써달라며 받은 돈으로 보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 대여금고 사용일지에서 김 전 수석 지인의 흔적이 나와 확인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통상 대여금고는 본인 외에는 엄격히 그 사용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씨와 김 전 수석의 ‘남다른’ 관계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박 씨에 대한 수사가 ‘변죽만 울리고 말 것’이란 전망도 우세한 상황이다. 이미 구속된 로비스트 윤여성 씨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중수부는 윤 씨의 정계 로비 혐의 입증을 자신했지만 결국 은진수 전 감사위원을 구속하는 데 그쳤다.

이번 박 씨 수사와 관련해서도 중수부가 금융당국 고위층 2~3명을 구속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을 것이란 관측이 파다하다. 본격화되고 있는 중수부의 박 씨 수사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진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