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불발로 청산 가능성 커져…평택공장 부지 용도 변경 여부 뜨거운 감자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버리고
쌍용차의 모태는 1954년 하동환 한원그룹 창업자가 경기도 평택에 설립한 동아자동차다. 동아자동차는 트럭과 버스에서 성공을 거둔다. 1967년 정부의 자동차산업 계열화 정책으로 신진자동차로 편입된다. 1975년 신진자동차에서 독립하고 1984년 신진 계열이던 거화(신진지프자동차)를 인수해 4륜구동 차량을 생산한다. 코란도 훼미리 개발 과정에서 자금난을 겪다 1986년 쌍용그룹에 매각된다.
쌍용그룹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코란도 훼미리를 출시(1988년)하고,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제휴를 맺는다. 이후 무쏘(1993년), 뉴 코란도·이스타나(1995년) 등이 돌풍을 일으킨다.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은 돈이 되는 차보다는 좋은 차를 개발하는 데에만 열중했고 빚더미에 앉는다. 1997년 10월 무려 4500억 원이 투입된 체어맨이 출시됐지만 두 달도 안돼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그룹이 공중분해된다. 1998년 1월 대우그룹에 매각된다. 이미 기울기 시작한 대우는 쌍용차를 감당하지 못한다.
1999년 대우그룹과 함께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다. 대우차는 2002년 미국 GM으로,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된다. 이미 2001년 렉스턴, 2003년 뉴체어맨의 성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상황이어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진다. 상하이자동차 인수 후 내놓은 신차들은 모두 기대 이하의 상품력으로 흥행에 참패한다. 상하이차는 투자는커녕 핵심기술을 빼간 사실이 적발된다. 2009년 상하이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떠난다.
2010년 인도 마인드라가 인수하고 소형 SUV 티볼리가 성공하며 2016년 잠시 흑자전환에 성공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2020년 마힌드라와 채권단 모두 추가 자금지원을 거부하면서 두 번째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팔 수록 손해…신차 개발 능력 한계
지난해 쌍용차 매출은 2조 42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7% 줄었다. 전년(5043억 원)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2929억 원의 적자로 자기자본 완전잠식이다. 특히 매출원가율이 98% 이상이다. 판매관리비까지 감안하면 팔면 팔수록 손해다. 새로운 주주가 자본을 투입해도 원가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판매를 크게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다면 생존이 어렵다.
쌍용차는 올해 출시할 중형 SUV J100과, 내년에 시장에 내놓을 중형 전기 SUV U100에 기대를 걸고 있다. 쌍용차는 2016년 매출액이 3조 6000억 원을 넘겼을 때 흑자를 기록했다. J100으로 1조 원 이상 매출을 늘리려면 연간 4만 대가량을 더 팔아야 한다. 지난해 쌍용차 판매량이 8만 5000여 대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판매량을 50%가량 늘려야 하는 셈이다. 쉽지 않은 길이다.
자동차 산업의 핵심은 신차 개발 능력이다. 쌍용차는 쌍용그룹 시절 메르세데스-벤츠와 제휴에는 성공하지만 독자적인 엔진과 변속기(파워트레인) 개발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상하이차와 마힌드라를 거치며 투자가 정체돼 기술력은 더욱 뒤처졌다. 2000년대 이후 쌍용차가 내놓은 새 모델은 대부분 디자인과 편의기능만 바꾼 차량들이다. 핵심인 엔진과 변속기는 1980년대 벤츠 기술 기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플랫폼당 연간 30만 대는 팔아야 수천억 원이 소요되는 독자적인 신차개발 사이클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평택공장 연간생산능력도 25만~30만 대다. 최근 5년간 평균 판매량은 연 15만 대도 채 안된다. 마지막 인수후보였던 에디슨모터스도 전기차로의 전환을 계획했었다. 현재의 쌍용차 기술의 한계가 입증된 셈이다.
#마지막 변수…평택공장 부동산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가 인수한 후 현재의 평택공장을 매각해 새로운 곳에 친환경차 전용공장을 짓는 계획을 준비했었다. 평택은 미군기지 이전으로 최근 부동산 시세가 급상승했다. 특히 쌍용차 본사 부동산은 고속도로와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인접해 노른자위로 평가받는 곳이다.
관건은 평택공장 부지의 용도를 공업용에서 주거용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용도변경의 여부에 따라 가치 차이가 엄청나다. 매매 전이건 후이건 용도변경이 이뤄진다면 특혜 시비가 일 수 있다. 공공임대 등 공적개발도 가능하지만, 시세차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평택공장 부동산은 쌍용차가 존속하든 청산하든 활용방안을 두고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