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과 LTV·DSR 등 법 개정 없이 완화 가능…자칫 ‘영끌·빚투’로 이어져 가계부채 뇌관화 우려도
#대통령 취임 직후 풀릴 규제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즉각 실현 가능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의 검토에 돌입했다. 야당의 협조 없이도 추진 가능한, 즉 법 개정 필요 없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접근이다. 핵심은 역시 정비사업 규제 완화다.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 조정은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추진할 수 있다. 청약제도 추첨제, 가점제 비중 조정을 비롯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청약과 분양가 관련 정책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신속히 바꿀 수 있는 분야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에서 담보인정비율(LTV)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2억 원 초과 차주에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나, 금융사별로 적용되는 대출 총량 규제도 풀릴 전망이다. LTV를 아무리 높여도 DSR 규제가 계속되면 한도가 높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분양가 9억 원 초과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금지,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 실행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 등 세부적 대출 규제도 검토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모두 법 개정 없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출 규제 완화로 ‘영끌·빚투’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더욱 증가하게 되면 자칫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주택자나, 최초로 주택을 구매하는 실수요자들에게 DSR을 확대해주는 건 문제가 없다. 그런데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나 중·저신용자들에게까지 대출을 늘려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계부채 원인이 DSR, LTV다. 가계대출 관리는 주택 가격을 안정화시켜서 해야지 DSR을 확대한다고 해서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기에 맞물려 우리나라 대출금리도 큰 폭으로 상향될 수밖에 없다”며 “주택공급을 통해 시장을 안정화한 이후에 대출 규제 완화 등에 나서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DSR 등을 완화해주면 경제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대출이 향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용산과 종로의 운명은?
현재 미군기지 이전 부지를 국가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과 함께 용산역 서쪽 정비창 부지를 활용한 국제 업무 지구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한남동·후암동·남영동·한강로동 일대 재개발과 이촌동 아파트 재건축 등 민간 정비 사업도 많다. 관건은 고도제한 등의 규제다. 이미 국방부 주변은 ‘대공방어협조구역’으로 고도 제한이 있지만 최대 257m에 달해 큰 의미가 없다. 규제권을 가진 서울시도 추가 규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청와대 주변은 건물 높이가 20m 이하로 제한되고 있다. 청와대뿐 아니라 경복궁·인왕산 등 주변 문화재와 자연경관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지금의 청와대가 국민들에 개방되고 삼청동에 인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소장품 약 2만 3000여 점 등을 전시하기 위한 ‘이건희 기증관’도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지어질 예정이다. 청와대 집무실 이전으로 고도 제한이 일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