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즈삭스’ 유행 끝나 애물단지 전락한 양말 기계와 자전거 결합…관광객 체험 상품으로 굿
1990년대 일본에서는 헐렁한 양말인 ‘루즈삭스’가 크게 유행했었다. 당시 양말을 짜는 편물 기계도 덩달아 생산량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유행이 끝나면서 공장들은 기계제작을 중단했고, 이제는 과거의 유물이 돼 가고 있다.
소키삭스는 이 기계들을 자전거와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데 성공했다. 공장 측은 “자사 공장부지 내에 체험시설을 마련, 누구나 즐겁게 양말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양말 편물기계와 자전거를 결합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래 “나라 현은 일본 제일의 양말 산지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염가의 해외 제품에 밀려 공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고, 시장 점유율 또한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키삭스의 데바리 고헤이 사장(42)은 “즐거운 체험을 통해 지역 산업의 현황을 알리고, 나라 현산 양말 팬을 늘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더했다.
시스템은 대략 이렇다. 공장 방문자들은 사용하고 싶은 실의 색상과 양말 사이즈를 선택한다. 이후 자전거에 올라타 페달을 밟으면 양말이 실시간으로 짜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한 켤레를 만드는 데는 대략 10분이 소요된다. 딱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시간으로, 페달 밟기가 끝나면 직원이 그 자리에서 마무리 작업을 해주기 때문에 직접 짠 양말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예전만큼 여행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자, 공장 방문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에 소키삭스 측은 온라인 서비스를 함께 실시 중이다. 기존처럼 실과 사이즈를 선택한 후 페달을 대신 밟아줄 스태프를 지정하면 된다. 가령, 야스히코 회장과 고헤이 사장, 사원들 가운데 한명을 선택할 수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야스히코 회장은 68세이지만, 오랫동안 사이클링을 즐겨 타와 페달을 밟는 것이 특기”라고 한다. 이들이 열심히 페달을 밟는 모습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업로드되며, 완성된 양말 한 켤레의 가격은 2200엔(약 2만 2000원)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양말을 뜨는 지루한 작업을 비틀어 대중화로 이끌고 있다”면서 소키삭스의 시도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