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잇단 수수료 인상, 클릭당 과금 방식도 도입…업주들 “배민이 고객과의 소통 막아”
서울시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이 아무개 씨(29)는 최근까지 1만 원 이하 소액 주문 접수와 무료 배달 이벤트를 시도했다가 포기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최근 중개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배달비가 기본 6000원 등으로 바뀐 탓이다. 메뉴 당 3000~4000원의 저렴한 음식을 파는 이 씨 식당의 주문금액은 평균 8000~1만 5000원 정도다. 이 씨는 “가게로 직접 오는 손님들에게는 ‘배달시킬 일이 있으면 배민1이 아닌 일반 배달로 부탁드린다’고 읍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이 3월 22일부터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에 적용되던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수수료 체계를 조정하면서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져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배민1은 한 번에 한 건만 배달하는 방식으로 앞서 업계 경쟁자인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로 손님을 끌어 모으기 시작하자 배달의민족에서 대응책으로 내놓은 서비스다.
원래 배민1은 배달 한 건당 중개수수료 1000원과 배달비 5000원을 받았다. 배달비는 업주 재량껏 총액 5000원을 만들어 내면 됐다. 통상 식당이 2000원을 내면 손님이 3000원을 내곤 했다. 그러나 개편된 요금제는 건당 수수료가 아닌 음식 값에 비례해 중개수수료가 정해진다. 즉, 주문금액이 커질수록 배민에 지불하는 중개수수료도 높아지는 셈이다.
새로운 요금제는 기본형, 배달비 절약형, 통합형, 총 세 가지다. 이 가운데 다수의 자영업자가 선택한 ‘기본형 요금제’의 경우 음식 값의 6.8%(부가세 포함 7.48%)를 중개수수료로 책정했다. 여기에 배달비 6000원(부가세 포함 6600원)이 별도다. 앞서의 이 씨는 “손님과 식당을 연결해주니 중개료를 받는 건 당연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건당도 아니고 주문금액 비율로 수수료를 가져가는 건 기업의 횡포다. 조만간 배민1을 탈퇴할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요금제 개편 일주일이 지나고 정산된 금액을 눈으로 확인한 업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배민1을 탈퇴하거나 메뉴 설명란이나 리뷰 댓글·영수증·메모 등을 이용해 손님에게 배민1이 아닌 일반 배달을 부탁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배민1의 배달료를 과하게 높여 주문 자체를 막은 업주도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손님과 업주가 내는 배달비가 가게 매출로 계산돼 세금을 내는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배민은 이번 개편이 수수료 인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적용된 요금제는 배민1 출시 당시 가입 유도를 위한 프로모션 요금이었고 지금은 그 기간이 종료되었다는 논리다. 배민1 해지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업주들의 탈퇴 동향이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배민은 3월 29일부터 배민1 전용 3000원 할인쿠폰을 발급하는 등 배민1 이용을 독려하는 행사를 벌였다. 특히 3월 29일에는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커피와 할인쿠폰을 나눠주는 등의 홍보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내 가게 운영권도 뺏기는 느낌”…배민, ‘수수료’ 들어간 소개글은 반려
업주들 사이에서는 수수료 체계 개편을 기폭제로 그동안 쌓여있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일요신문이 만난 업주들은 본사와의 소통 장벽도 답답한 점이라고 호소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카페를 하는 김 아무개 씨(30)는 “배달기사가 제시간에 오지 않는다거나 배민1인데도 다른 곳에 들르는 등의 행동을 해도 해당 기사와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배민 쪽에서는 배달기사 보호라는 명목으로 우리에게 배달 기사와 연락할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매번 고객센터 상담원을 끼고 말을 전달해야 하는데 전화할 때마다 상담원이 바뀌니 처음부터 설명을 다시 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사이 음식이 식거나 문제가 생기면 손님들은 식당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다시는 주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 중구에서 한식당을 하는 또 다른 자영업자도 “내 가게의 불만사항을 내가 직접 들을 수가 없다. 코로나19로 배달이 주매출이 되면서 배달앱 신세를 많이 지고 있는데 하면 할수록 기업에 주도권을 빼앗기는 기분”이라며 “음식이든 배달이든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손님은 식당이 아닌 배민에 컴플레인을 걸도록 돼 있다. 그럼 전화를 받은 상담원이 불만 내용을 업주에게 전달하고 업주가 해명을 한다. 이 내용을 상담원이 다시 손님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삭제되고 추가되는지 말을 전달 받는 입장에선 알 도리가 없다. 내 업장에서 발생한 문제도 남의 입을 빌려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참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배달료 인상에 대한 설명조차 하지 못하게 막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업주들이 가게 정보란을 통해 수수료 및 배달료 인상 이유를 알리려고 하자 배민이 관련 내용 게시를 반려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반려 경험과 함께 “배민이 사장들의 입막음을 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비판 글이 올라왔다. 이들이 받은 배민의 안내 내용을 보면 “수수료 관련 문구는 기재가 어렵다”, “가게나 서비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단어는 사용이 불가하니 수정해 달라”고 쓰여 있었다.
이에 대해 배민 측은 “수수료 관련 문구는 가게 소개란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수정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일부 업주들은 배민 측에 수수료 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집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배민이 4월 28일 새로 도입하기로 한 클릭당 과금방식의 ‘우리가게클릭’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게클릭은 네이버 등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이미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광고로 실제 판매 여부와는 무관하게 소비자가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업주에게 광고비가 부담되는 방식이다. 배민이 업주들에게 안내한 내용을 살펴보면 앱 안에 별도 영역을 마련해 가게를 노출하고 손님이 이를 클릭할 때마다 업주가 미리 충전해둔 충전금에서 광고비가 차감된다고 했다.
현재 배민은 음식 카테고리 최상단에 상호명을 노출해주는 오픈리스트(주문금액의 6.8%의 정률제)와 반경 2km 이내 지역의 소비자에게 상호가 노출되는 울트라콜(깃발 1개당 한 달에 8만 8000원) 방식의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데 하나가 더 추가된 셈이다. 상단 노출 및 광고 효과를 원하는 업주들의 자발적 신청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지만 내 가게가 뒤로 밀리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업주 입장에서 불가피하게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