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갈라서기’ 급하다 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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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전 대표가 10·26 재보궐선거 공식 유세 첫날인 지난 13일 오전 서울 구로구 벤처기업협회를 나서며 환하게 웃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현장에선 이렇듯 뜨거운 환호를 얻었으나, 실제 박 전 대표 측 주변에서는 미묘한 냉기류도 감지된다. ‘박(근혜)’을 연호하는 민심의 속내에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이 팽배해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선거전이었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에게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전 국민적 반감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와도 같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민심이 예전 같지 않더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이번 10·26 재보선에서 예상을 깨고 직접적 지원유세에 나선 것 역시 ‘안철수 열풍’으로 인한 위기론이 근원으로 작용한 게 사실이다. 위기 국면에서 나선 선거전에서 감지한 바닥 민심 역시 박 전 대표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 대세론에 취해 있다가 4년 만에 ‘대선전초전’과 다름없는 10·26 재보선에 전격 나선 박근혜 전 대표. 추락하는 민심을 목도한 그가 꺼낼 대응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이번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에 가장 고심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와 관련된 구설수였다. 과거 한나라당 대변인으로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비판한 바 있기도 한 나 후보는 갑작스레 터진 내곡동 사저 문제의 대처를 두고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야권은 나경원 후보를 겨냥해 이명박 정부의 각종 실정에 대한 비판을 주된 공격 방향의 하나로 내세웠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정권심판론은 재보궐 선거에서 가장 효과를 발휘하는 야권의 전략 중 하나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 정서는 과거 정부에 대한 임기 말 반감보다 훨씬 크다.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탓도 일정 부분 있지만, 임기 초부터 불거진 서민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이명박 정부의 오만불손한 태도와 여러 비리 의혹들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나경원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며 각을 세운 이유도 이러한 민심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후보는 유세 현장을 찾아 현 정부의 업적을 내세우기보다 잘못된 점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주로 해왔다.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해서도 나 후보는 물론 홍준표 대표도 나서서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민심의 기저에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더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장 선거는 물론 이번 재보선의 바로미터 지역 중 한 곳으로 평가받는 부산 동구청장 선거 외에 경남 함양, 강원 인제, 충북 충주 등 전국 곳곳을 돌았던 박 전 대표에게 이번 재보선은 민심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유세지원 방법을 두고 이견이 오갔던 참모들 사이에서도 “이번 재보선이 대선을 위한 좋은 공부의 시간이 된 것 같다”는 자평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전국 유세를 돈 박 전 대표 측 주변에서는 안도와 걱정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우선 박 전 대표는 이번 재보선을 통해 선거전에 강한 저력을 보여주며 여전히 ‘독보적 대선주자’임을 다시금 증명해 보였다. 실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재보선 선거운동 기간 중 한나라당 지지율은 꾸준하게 유지되는 양상을 보였다. 재보선 이전 리얼미터의 정례 주간조사(10월 10일~14일 실시)를 살펴보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는 전주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한나라당 33.1%, 민주당 26.9%로 민주당이 전주보다 2.3%p 하락해 6.2%p의 격차를 보인 것.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재보선 선거운동 기간 중 당지지율 유지 동력을 잃은 반면,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권심판론이 작용하고 있음에도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나선 것이 당 지지층의 결집력을 유지시키는 힘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수치만으로 민심을 판단하기엔 위험요소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이번 선거에 몸담았던 한나라당 인사들 사이에선 예전과 같지 않은 ‘차가운’ 민심이 느껴졌다고 전하는 이들이 많다. 한나라당의 한 친박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는 여전히 스타였다. 어디서나 큰 환호를 받았고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싸늘한 반응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앞으로 박 전 대표가 대선까지 안고 가야 할 무거운 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유세기간 동안 한나라당의 상징인 파란색 점퍼를 거의 입지 않았고, 후보들의 어깨띠도 두르지 않는 등 ‘탈 한나라당’ 행보를 보였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 실망한 민심이 박 전 대표 자신과 동일시되는 역효과를 차단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나경원 후보가 이번 선거전에서도 혹독하게 ‘경험’했듯, 이명박 정부에 대한 노선 정리는 박 전 대표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문제다. 한 친박계 전직 의원은 “이번 재보선 지원 유세를 다니며 박근혜 전 대표도 민심과 여론에 대해 느낀 바가 클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당내 친이계와의 갈등 정리를 위해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과 일정 부분 화해의 제스처를 취해 온 측면이 크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지금보다 훨씬 역동적인 대선전이 펼쳐질 것이다. 퇴임이 다가오는 이명박 정부의 비리도 봇물 터지듯 흘러나올 것이며 이에 대해 야권은 이번 재보선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거센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 역시 이명박 정부와의 확실한 선긋기 작업을 시급히 앞당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 유세에 나섰던 지역은 서울 외에 부산, 영남, 충청권 등 주로 한나라당의 강세 지역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전통적 지지 지역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유세 지역 선택에서는 다소 소극적인 전략을 취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가에서는 ‘변화에 대한 욕구’가 바로 민심의 ‘현재 모습’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안철수 열풍이 불게 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박 전 대표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체득한 민심은 대권이라는 시험지에 대한 가장 정확한 힌트일 것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친박 조직 관리 딜레마
한나라와 미래연합 누구 손 들어줄까나
박근혜 전 대표는 이번 재보궐 선거 지원에 나서며 충주시장과 대구 서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여러 명의 ‘친박 후보’로 인해 고심을 해야 했다. 특히 지난 20일 충북 충주시장 선거 지원 과정에서 벌어진 잡음은 박 전 대표에게 산적한 과제 중 한 가지를 드러내는 일화였다.
애초 박 전 대표는 지난 15일 충주를 방문하려고 했으나 일정이 며칠 연기되어 20일 방문이 성사되었다고 한다. 충주시장 선거에는 한나라당 이종배 후보 외에도 미래연합 김호복 후보가 친박 후보임을 자처하고 나선 데다 박 전 대표의 팬클럽 박사모가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한 상태였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할 경우 박사모를 포함해 친박 외곽 조직의 표심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 이 때문에 측근 일각에서는 충주시장 지원유세는 피하는 쪽으로 논의를 하기도 했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고민 끝에 20일 충주를 찾은 박 전 대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 후보와 미래연합 후보가 현장에서 ‘박심’을 얻기 위한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졌다. 미래연합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우리로선 허탈한 마음 뿐”이라며 섭섭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 전 대표 측에서도 이번 마찰이 박사모를 중심으로 한 충청표심에 악재가 되지 않을까 신경 쓰는 분위기다. 한 친박계 인사는 “기본적으로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해야 하는 박 전 대표의 상황을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일은 향후 한나라당 외에 분산되어 있는 친박 조직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선전에 가용할 것인지에 대해 이제는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때임을 알려주는 ‘경고’이기도 했다. [조]
한나라와 미래연합 누구 손 들어줄까나
박근혜 전 대표는 이번 재보궐 선거 지원에 나서며 충주시장과 대구 서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여러 명의 ‘친박 후보’로 인해 고심을 해야 했다. 특히 지난 20일 충북 충주시장 선거 지원 과정에서 벌어진 잡음은 박 전 대표에게 산적한 과제 중 한 가지를 드러내는 일화였다.
애초 박 전 대표는 지난 15일 충주를 방문하려고 했으나 일정이 며칠 연기되어 20일 방문이 성사되었다고 한다. 충주시장 선거에는 한나라당 이종배 후보 외에도 미래연합 김호복 후보가 친박 후보임을 자처하고 나선 데다 박 전 대표의 팬클럽 박사모가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한 상태였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할 경우 박사모를 포함해 친박 외곽 조직의 표심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 이 때문에 측근 일각에서는 충주시장 지원유세는 피하는 쪽으로 논의를 하기도 했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고민 끝에 20일 충주를 찾은 박 전 대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 후보와 미래연합 후보가 현장에서 ‘박심’을 얻기 위한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졌다. 미래연합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우리로선 허탈한 마음 뿐”이라며 섭섭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 전 대표 측에서도 이번 마찰이 박사모를 중심으로 한 충청표심에 악재가 되지 않을까 신경 쓰는 분위기다. 한 친박계 인사는 “기본적으로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해야 하는 박 전 대표의 상황을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일은 향후 한나라당 외에 분산되어 있는 친박 조직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선전에 가용할 것인지에 대해 이제는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때임을 알려주는 ‘경고’이기도 했다. [조]
서울시장 선거지원 손익 계산서
‘얼음공주’ 벗고 민생접촉
“박근혜 선거인지, 나경원 선거인지 모르겠다.”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이번 10·26 서울시장 선거전에 대해 이 한마디로 평했다. 이상하게도 이 인사의 간략한 ‘총평’에는 나경원 후보를 깎아내리려는 듯한 의도보다는 오히려 박 전 대표에 대한 ‘경외심’이 담겨있는 듯 느껴졌다. 이어지는 이 인사의 평가.
“유세 현장에서 본 박근혜 전 대표는 그동안의 신비롭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미지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대중 속에 매우 편하게 섞여 있는 느낌이었고 시민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려는 모습이었다. 평소 말을 아끼고 ‘얼음공주’라는 닉네임을 얻을 만큼 냉정한 모습을 보여 왔던 것이 오히려 이번 선거전에 유리한 측면으로 작용한 것 같다.”
특히 상당수 시민들은 직접 박 전 대표를 만나보고 편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박 전 대표에 대해 ‘생각과는 다르네’라는 인상을 받은 이들이 많았을 것 같다. 형식적인 지원이 아닌 본인이 직접 ‘후보’로 나섰다는 착각을 줄 만큼 적극적인 유세를 했던 것이 박 전 대표의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데 상당부분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여성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의 여려 보이는 외모가 유세 현장에서는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길거리에서 박 전 대표를 직접 만나본 고령층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저렇게 작은 체구로 고생하고 다니는데 안쓰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선거 캠프 관계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면 딸처럼 여기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또 어린 시절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것에 대한 연민도 상당 부분 표심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보여준 ‘내공’은 야권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의 ‘가세’ 이후 실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상당부분 좁혀졌다는 사실은 야권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을 하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 박 전 대표는 재보궐 선거 유세를 통해 본인의 대선 유세 ‘시험무대’를 가진 셈이다. 일각에서 “설령 나경원 후보가 지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는 크게 잃을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
‘얼음공주’ 벗고 민생접촉
“박근혜 선거인지, 나경원 선거인지 모르겠다.”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이번 10·26 서울시장 선거전에 대해 이 한마디로 평했다. 이상하게도 이 인사의 간략한 ‘총평’에는 나경원 후보를 깎아내리려는 듯한 의도보다는 오히려 박 전 대표에 대한 ‘경외심’이 담겨있는 듯 느껴졌다. 이어지는 이 인사의 평가.
“유세 현장에서 본 박근혜 전 대표는 그동안의 신비롭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미지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대중 속에 매우 편하게 섞여 있는 느낌이었고 시민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려는 모습이었다. 평소 말을 아끼고 ‘얼음공주’라는 닉네임을 얻을 만큼 냉정한 모습을 보여 왔던 것이 오히려 이번 선거전에 유리한 측면으로 작용한 것 같다.”
특히 상당수 시민들은 직접 박 전 대표를 만나보고 편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박 전 대표에 대해 ‘생각과는 다르네’라는 인상을 받은 이들이 많았을 것 같다. 형식적인 지원이 아닌 본인이 직접 ‘후보’로 나섰다는 착각을 줄 만큼 적극적인 유세를 했던 것이 박 전 대표의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데 상당부분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여성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의 여려 보이는 외모가 유세 현장에서는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길거리에서 박 전 대표를 직접 만나본 고령층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저렇게 작은 체구로 고생하고 다니는데 안쓰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선거 캠프 관계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면 딸처럼 여기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또 어린 시절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것에 대한 연민도 상당 부분 표심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보여준 ‘내공’은 야권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의 ‘가세’ 이후 실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상당부분 좁혀졌다는 사실은 야권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을 하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 박 전 대표는 재보궐 선거 유세를 통해 본인의 대선 유세 ‘시험무대’를 가진 셈이다. 일각에서 “설령 나경원 후보가 지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는 크게 잃을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