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이 잘 아는 분야, 인수위 보고도 안해…동기나 특수통 배제 분위기, 의외로 기수 올라갈 수도
장관 후보군을 3명 정도 추려서 당선인에게 올리는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법무부 장관 후보자만큼은 예외다. 윤 당선인이 워낙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수위에서도 아예 챙기지 않는 상황. 윤 당선인을 잘 아는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의외의 기수 상승 후보군’이 등장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선배들로부터 ‘추천’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후보들의 기수가 생각보다 높기 때문이다.
#"당선인이 예측 가능한 사람 고를 것"
윤석열 당선인은 4월 10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 8명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낙점하지 않았다. 인수위 실무진에서 ‘추천’이 올라가는 게 일반적인 구조지만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아예 보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윤 당선인이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인수위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인 만큼 ‘당선인이 직접 고르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소속이었던 법조인은 “가까운 법조인 선배들로부터 추천을 받고 있는데 다른 부처 장관 후보자들처럼 3배수가 아니라 1명을 선택해서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도 돈다”고 귀띔했다.
새 정부에서 임명될 첫 법무부 장관의 역할은 중요하다. 당장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의 수사권 조정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 중 처벌·형량 강화 범죄들과 관련해서도 법무부를 이끌며 여소야대 구조의 국회에 대한 설득 작업도 해야 한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부분이고, 실질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와 가깝다’는 평가 속에 승승장구한 검사들에 대한 인사 및 개혁도 주도해야 한다. 앞선 윤석열 캠프 출신의 변호사는 “새로운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들의 면면과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오는 6월이나 7월 중 이뤄질 인사에서 윤 당선인이 생각하는 검찰의 정상화를 구현할 수 있다”며 “때문에 윤 당선인이 누구보다 믿을 수 있고, 어떻게 일처리를 할지 예측 가능한 사람을 고르고 골라 모시려고 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언론에서 추린 후보군 놓고 ‘과연’
당장 주요 언론에서는 사법연수원 21~23기, 검찰 특수통이나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을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하고 있다.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사법연수원 21기),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22기), 이상호 전 대전지검장(22기), 조상철 전 서울고검장(23기), 강남일 전 대전고검장(23기) 등이 대표적이다.
법조계에서 모두 우호적인 평가가 나오는 인물들이다. 동시에 윤 당선인과 가깝거나 신뢰가 있다는 평을 받는다. 특수통 출신의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 대부분 검찰 내에서 ‘실력도 있고 인품도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며 “누가 되더라도 검찰과 법무부를 파악하고 끌고 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인물들”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사법연수원 동기인 23기 출신 법조인들은 친분은 있지만 동기라는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당선인보다 기수가 높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주변 얘기를 들어보니 윤 당선인에게 ‘동기와 특수통은 배제하라’는 조언이 많이 전달됐고, 윤 당선인도 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들었다”며 “강남일 전 고검장처럼 가까운 관계이기도 하고 능력도 있는 이들은 동기라는 점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 같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연락을 받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없지만, 정작 연락이 와도 ‘그동안 변호사를 하면서 벌어들인 돈이 많은 분’들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4년, 18억여 원을 보면서 청문회 통과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검찰을 떠난 지 2년 이상 됐고 변호사 활동을 열심히 했다면 그동안 번 돈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거론된 후보군에서 제안이 실제 온다고 해도 승낙할 수 있는 사람은 한두 명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윤 당선인과 업무 코드가 맞지 않다는 평도 나온다. 앞선 윤석열 캠프 출신의 법조인은 “윤 당선인이 검찰 시절 보여줬던 업무 스타일이나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서울대 출신의 핵심 엘리트들과는 다소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며 “언론에서는 21~23기 사이의 검사장 이상 출신 법조인들을 그냥 언급하는 것 같은데 코드 측면에서 아예 거론되는 것이 안 맞는다 싶은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거꾸로 더 선배 기수(17~19기)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낙점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 당선인이 편하게 전화해서 자문을 구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특수통 출신 선배들이 많고 이들은 윤 당선인에게 더 노련한 선배 기수들을 추천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17기)이 유력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서는 당선인보다 기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지만, 법원에 비해 기수가 낮아진 검찰의 인사 구조를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는 것은 장점으로 꼽힌다.
검찰총장 출신이지만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는 법무부 장관에게 일임하는 방식으로 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윤 당선인보다 기수가 높은 문제’는 큰 걸림돌이 아니라는 평이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기수로는 윤 당선인의 선배여도 사석에서는 형이나 선배, 혹은 당선인의 직함을 부르면서 존칭을 쓰고 윤 당선인도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관계가 형성돼 있다”며 “선배라는 이유로 윤 당선인이 장관 후보자로 낙점하지 않는다는 것은 크게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