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고리목 잉꼬’ 따뜻한 런던서 왕성한 번식…최초 한쌍 지미 헨드릭스 방생설까지
고리목 잉꼬는 히말라야 산맥과 북아프리카 온대 지역의 기슭에서 서식하는 조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난 한 세기 반 동안 런던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새가 됐다. 이론적으로 런던은 잉꼬새가 번식은 고사하고 서식하기에도 적당하지 않은 곳인데 이게 어떻게 된 걸까.
그럴 듯한 추론 가운데 하나는 록의 대부인 지미 헨드릭스에 관한 것이다. 1968년 어느 날 새장을 손에 들고 카나비 거리를 걷고 있던 그가 갑자기 멈춰서서 평화와 사랑을 상징하는 몸짓을 취하더니 새장 속에 있던 두 마리의 고리목 잉꼬인 ‘아담’과 ‘이브’를 풀어준 게 발단이 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험프리 보가트와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1951년 영화 ‘아프리카의 여왕’ 세트장에서 잉꼬새 한 쌍이 탈출한 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실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잉꼬새는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촬영 중에 탈출한 잉꼬새들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입소문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현재 런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잉꼬새들이 단지 한 쌍에서 유래했을 리 없다고 지적한다.
처음으로 런던에서 잉꼬새 한 쌍이 목격된 때는 1893년이었다. 그후 무리를 지은 잉꼬새들이 처음 목격된 건 20세기 후반 들어서였다. 킹스턴-어폰-테임즈에서 무리를 지어 생활하던 잉꼬새들은 수십년간 그 일대에서 살면서 점차 번식을 해나갔다.
그리고 지난 10년 반 동안 잉꼬새들이 런던에서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하이드 파크, 노팅힐, 햄스테드 히스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새가 되고 말았다.
잉꼬새들이 런던에서 자리 잡은 이유에 대해 과학자들은 온화한 영국의 겨울이 히말라야 기슭의 추운 겨울보다 덜 혹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매년 기온이 올라가면서 새들이 지내기에는 더없이 편안해졌다고도 말한다.
넓은 공원, 삼림지, 습지, 묘지, 정원을 포함해 47%가 녹색 공간인 런던의 독특한 환경도 잉꼬들이 살기에 제격이다. 덕분에 잉꼬새들은 견과류, 씨앗, 과일, 딸기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구할 수 있으며, 울창한 나무 위에 쉽게 둥지를 틀 수 있다. 그야말로 온 도시가 잉꼬들이 뷔페 맛집인 셈이다.
현재 집계에 따르면, 런던에는 5만 마리 이상의 고리목 잉꼬가 살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토종 새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며 잉꼬새에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잉꼬새들을 막을 방법은 없는 듯하다. 현재 런던의 잉꼬새들은 어떤 제약도 없이 도심지에서 번식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출처 ‘스카이뉴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