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당시 추경호 ‘10인 회의’ 참여, 한덕수 ‘김앤장 고문’ 재직…수사 맡았던 한동훈도 질의 받을 듯
론스타 사태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2003년 헐값에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하다 2012년 4조 7000억 원의 배당 및 매각 이익을 챙기고 한국을 떠난 사건을 말한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당시 1조 3800억 원에 외환은행 지분 51%와 경영권을 받았는데, 당시 금융당국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0.0%에서 6.16%로 하향 조작해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사로 만든 뒤 론스타에 싸게 매각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외환은행을 싸게 매입해 되팔아 배당 이익을 본 론스타는 되레 한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한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중재(ISDS)를 신청하며 5조 7700억 원을 청구했다. 론스타가 2006년부터 외환은행을 매각하려 했는데 한국 정부가 승인을 지연시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소송은 2012년부터 벌써 10년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인수위의 초대 정부 내각 인선 발표 이후 론스타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당시 론스타 매각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가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등으로 지명된 까닭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인사청문회에서 이와 관련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 출신의 추경호 후보자는 198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경제부를 시작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재경부에서도 은행제도과장·금융정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금융정책 라인’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조정실장(장관급) 등 경제관료 핵심 요직을 거쳤다. 2016년 정계에 입문한 뒤로 국회에서는 경제정책과 금융정책 모두를 섭렵한 경제통으로 꼽히면서 미래일자리특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대선 이후 합류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았다.
실력 있는 경제통이라는 평가 뒤에는 론스타 사건의 모피아였다는 오명이 뒤따랐다. 추 후보자는 2003년 미국계 헤지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하기 위해 지분을 취득할 때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서 매각에 관여한 실무자다. 은행제도과는 은행업에 관한 정책을 세우고 은행업의 인·허가 등에 관여하는 부서다.
추 후보자는 외환은행 인수 전반을 논의한 ‘10인 회의’에 참여해 론스타 쪽에 막대한 특혜를 주도록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10인 회의는 2003년 7월 25일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과 은행 관계자, 정부 관계자들이 서울 한 호텔에 모여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입에 대해 의논한 것을 말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 등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추 후보자는 이 회의에 참석해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에게 1998년도 유권해석을 인용하면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상황은 이후에도 모순적으로 돌아간다. 2011년 론스타가 막대한 차익을 얻어 ‘먹튀’ 논란이 일자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 자리에 있던 추 후보자가 론스타 문제를 판정하게 된 것이다. 이에 외환은행 노동조합 등은 “론스타 인수에 관여했던 인물이 다시 론스타 문제를 다루면 처벌이 관대해질 수 있다”며 금융위에 기피신청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추 후보자는 이후로도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내며 정부의 ISDS 대응 태스크포스 등에 참여했다.
이와 관련, 추 후보자는 12일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2003년에 일어난 일이고 2005~2006년에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가 됐던 부분으로 대법원에서까지 정리가 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문회 때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그동안 론스타 지적에 대해 금융시장을 조기 안정시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추 후보자는 인선 발표 이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청문회를 준비 중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론스타 연루 의혹을 벗어야 한다. 특히 인사청문회만 거치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장관과 달리 국무총리는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의 과반 동의까지 얻어야 임명이 가능하다. 한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윤석열 정부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낙인이 찍힐 수 있기에 한 후보자의 청문회는 더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1970년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한 그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는 국무조정실장과 재정경제부 장관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역임했다. 여야를 두루 경험한 한 후보자는 당초 새 정부 초대 총리로 무리 없는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인선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액 연봉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그가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거액의 연봉을 받았다는 것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이 시기 김앤장이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이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론스타 커넥션 의혹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다만, 위 문제는 2007년 인사청문회에서 한 차례 제기된 문제라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회의록를 확인해 본 결과, 한 후보자는 김앤장이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입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몰랐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론스타 연루 의혹을 제기하는 일부 의원들의 질의에 국가 정부의 정책 집행자로서는 관여했으나 사적인 관여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론스타를 매각하는 데 있어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도록 정부가 노력을 했을 것이다”라며 “그 부분에 있어서는 검찰 수사가 있으니 재판 과정을 지켜보자”는 취지로 답했다.
그런데 당시 이 수사를 진행한 검사가 최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된 한동훈 검사장이다. 한 후보자는 2001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임관한 후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에서 윤 당선인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이었던 윤 당선인과 함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수사했다. 당시 검찰은 금융위 책임자들이 론스타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했다며 배임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는데, 법원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완전한 패배였다는 평가를 받은 수사였다.
오는 인사청문회에서 한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 후보자에게 론스타 질의가 쏟아질 경우 한 후보자 역시 수사에 대한 질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ISDS 최종 결과는 연내 나올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론스타가 소를 제기한 지 10년 만이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