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부위원장 시절 매각 관여 의혹 “금융농단 연루” 공수처 피고발…추경호 측 “원론적 입장 전달, 절차 따라 처리”
MG손해보험은 1947년 설립된 국제손해재보험이 그 모태다. ‘국제화재해상보험(1965년)-그린화재해상보험(2002년)-그린손해보험(2008년)’으로 사명을 변경해 운영돼 오던 중 경영상태가 악화돼 2012년 5월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 8월 공개매각이 추진됐다.
3개월 후인 같은해 11월 새마을금고가 참여한 사모펀드(PEF) ‘자베즈제2호유한회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13년 5월 그린손보는 자산 및 계약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이전하고, 사명을 새마을금고 고유 브랜드인 ‘MG’를 붙인 MG손해보험으로 변경해 재출범했다. 당시 사모펀드 자베즈파트너스의 그린손보 인수를 두고 여러 말이 나왔다. 자베즈파트너스는 2009년 박신철 전 대표가 최원규 전 대표와 함께 만들었다. 설립 당시 자본금은 5000만 원에 불과했다. 2011년에도 자본금은 10억 5000만여 원 수준이었다.
자베즈파트너스가 그린손보 인수를 위해 조성한 출자금액은 1800억 원이었다. 새마을금고와 대유에이텍, 대한예수교장로회 연금재단이 각각 400억 원, 교원인베스트 300억 원, 하나은행 200억 원이었다. 인수·합병(M&A) 실적도 없고, 자본금이 10억 원가량에 불과한 자베즈파트너스가 어떻게 1800억 원에 가까운 출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따라붙었다.
당초 그린손보의 매각설이 돌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곳은 BNK부산은행이었다. 부산은행과 그린손보는 모두 부산에 기반을 둔 기업으로, 2008년 그린부산창투도 함께 만드는 등 교감이 있었다. 실제 부산은행은 인수를 목적으로 실사까지 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부산은행은 별다른 설명 없이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당시 정부가 산업·금융자본의 무분별한 종합손보업 시장 진출을 규제하던 상황이었는데, 부산은행이 보험업에 진출할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이러한 논란들의 중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떠올랐다. 박 전 대통령 조카사위인 대유그룹 회장의 조카가 자베즈파트너스를 설립한 박신철 전 대표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박신철 전 대표 부친인 박영호 씨도 자베즈파트너스 사내이사를 맡은 바 있다. 앞서 언급했듯 대유에이텍은 MG손보 인수 과정에 400억 원을 출자했다. 뿐만 아니라 자베즈파트너스가 매각주관사 예금보험공사에 지급한 이행보증금 60억 원도 대유에이텍에서 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업계에선 ‘친박’계 금융관료, 정권 실세 등이 개입한 기획인수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자베즈파트너스 그린손보 인수 확정은 2013년 2월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다.
추경호 후보자 이름이 거론된 것은 그로부터 5년이 흐른 후다. 추 후보자는 매각 때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MG손보지부 김동진 지부장은 2018년 10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모펀드가 우선협상자로 지정됐다. 사모펀드의 경우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이후 재매각을 하기 때문에 저희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심사를 강화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3년) 1~2월경 당시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이 나를 직접 불러 ‘실제로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직접 경영할 것이다. 고용 보장도 할 것이니 더 이상 반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금융업계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와중에 금융위 부위원장이 직접 나서 특정 사모펀드 입장을 대변하고, 인수가 문제없이 진행되도록 편의를 봐주는 행동이 적절하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당시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MG손보) 매각 당시 관여했던 주요 인물로 금융위 부위원장(추경호 후보자), 예보 사장(김주현 현 여신금융협회장), 박지만 EG 회장이 있다. (추 후보자와 김 회장은) 행시 동기고, (김 회장과 박 회장은) 고교 동창이다”며 “매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금융농단’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금융위와 금감원이 자베즈파트너스의 MG손보 인수 과정에서 불법요소를 축소·은폐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문서 등에 따르면 자베즈파트너스는 새마을금고 측에 확정이자와 손실보전을 약속해주는 이면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현행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새마을금고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수익률을 보장하며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도 이러한 혐의가 담긴 문서를 지난 2014년 자베즈파트너스를 상대로 진행한 현장검사에서 확보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자베즈파트너스에 경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추가로 검찰에 고발 조치를 해야 하는 사안이었음에도, 따로 고발은 하지 않았다. 당시 추경호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1차관을 맡고 있었다. 이후 추경호 후보자는 공직을 떠나 2016년 20대 총선에서 대구 달성 지역구를 공천 받아 당선됐다. 대구 달성은 과거 박 전 대통령이 내리 4선을 지낸 곳이었다. 이에 공천 과정에서 추 후보자를 두고 친박계 ‘낙하산 후보’라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해온 고발인 A 씨는 지난해 10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자베즈파트너스를 둘러싼 비리 의혹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추경호 후보자에 대해서도 직권남용·직무유기·배임·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이 사건은 검찰을 거쳐 경찰로 이첩돼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추 후보자에 대해서도 향후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는 대목이다.
MG손보는 재출범 후에도 경영난에 빠졌다. 2019년 6월 경영개선명령을 받았고 JC파트너스가 구원투수로 나서며 이듬해 4월 자베즈파트너스에서 JC파트너스로 위탁운용사(GP)가 변경됐다. 지난 4월 13일 개최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MG손해보험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MG손보와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서울행정법원에 부실금융기관 지정 처분에 대한 본안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와 별개로 채권단은 MG손보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별도의 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매자들과 개별협상을 통해 최종 인수후보를 선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인 자베즈파트너스의 인수가 잘못 끼운 첫 단추라고 보고 있다. 또한 인수에 관여한 추경호 후보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진 지부장은 “추경호 후보자를 당시 만난 것은 사실이다. 인수 과정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친인척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정황은 나중에 알게 됐다”며 “추경호 후보자도 MG손보의 부실경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MG손보의 경영 정상화와 매각 절차, 고용문제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겠다는 확답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경호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팀 관계자는 “추 후보자는 MG손보 노조지부장이 고용에 신경 써달라고 요청해 면담했다”며 “매각지연에 따른 부실확대 등 방지를 위해 조속한 매각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법령상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금융위가 자베즈파트너스에 대해 경징계만 내리고 검찰 고발을 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당시는 추 후보자가 금융위에 재직하던 시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MG손보가 최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것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현재 금융위 결정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언급이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