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발전 통과 7명 중 30~40대 4명, 10대 전무…중국도 신진서 넘을 신예 안 보여 고심
지난 4월 20일 막을 올린 LG배 국내선발전은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216명과 아마선발전을 통과한 7명의 아마추어 선수 등 223명이 출전해 7장의 본선 티켓 주인공을 모두 가렸다. 경쟁률은 대략 32 대 1이었다.
#고참 기사들 강세
20대 기사들이 판치는 요즘 바둑계에서 40대가 성적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불혹을 넘긴 조한승 9단(41)이 그것을 해냈다.
조한승은 불과 3일 전 바둑리그 준플레이오프에서 자신에게 패점을 안겼던 ‘반상 여제’ 최정 9단과의 리턴매치에서 승리를 거두고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초반 팽팽했던 승부는 중반에 접어들면서 최정이 인공지능 판단 99% 이상의 승률로 크게 앞섰지만 후반 끝내기에서 조한승이 힘을 발휘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2013년 이후 9년 만의 LG배 본선에 다시 입성한 조한승은 7회, 9회, 11회 대회 4강이 LG배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 40대 기사가 LG배 예선을 통과한 것은 제12회 대회 조훈현 9단 이후 15년 만이다. 또 37세 원성진도 이현준 5단의 돌풍을 돌려세우고 LG배 13번째 출장에 성공했다. 이 밖에 박진솔(36), 김지석(33) 등 이번 LG배 선발전에서는 전반적으로 30대 고참 기사들의 선전이 빛났다.
20대 중에서는 박하민 9단(24), 박건호 6단(24), 설현준 7단(23)이 본선 관문을 뚫었다. 박하민은 난적 강동윤 9단을 꺾었으며 박건호도 큰 어려움 없이 5연승으로 예선을 통과했다. 본선 진출자 중 최연소는 1999년생 설현준 7단이다. 신진서, 신민준처럼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데뷔한 설현준은 김준석, 김승구, 김채영, 현유빈, 윤찬희를 내리 꺾고 본선에 이름을 올렸다.
LG배는 그동안 각국 기사들이 한데 모여 통합예선을 벌였으나 코로나19 로 인해 2020년부터 각국 선발전으로 대체됐다.
#한중 세대교체 쉽지 않아
이번 국내선발전은 30~40대 기사들이 건재를 과시한 반면 신예들의 활약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연령대별 분포에서 30~40대가 4명, 20대가 3명이었지만 10대는 1명도 들지 못했다. 최근 프로 입단자 수가 과거에 비해 많이 증가했음을 감안하면 세대교체 측면에선 실망스런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데 이 같은 흐름은 중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눈길을 끈다. 중국에선 지난 4월 23일부터 2주 동안 자국 내 기전인 제9기 란커배가 열렸다. 랭킹1위 커제 9단이 토너먼트 첫 판에서 탈락한 가운데 우승은 중고 신인 리쉬안하오 9단(28)의 차지가 됐다.
란커배 8강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승컵을 안은 리쉬안하오를 비롯해 쉬자양(26), 스웨(32), 리웨이칭(23), 당이페이(29), 셰커(23), 판팅위(27), 왕싱하오(19)라는 진용이었다. 스웨를 제외하곤 대부분 20대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전성기를 지나 내리막길이라 평가받는 기사들이고, 실제 신진서 9단에게 잘 안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중국에서도 내심 우려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즉 신진서를 뛰어 넘을 만한 신예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는 것.
이 중 비공식대회이긴 해도 텐센트배 세계 온라인 대회에서 신진서에게 승리, 우승을 안았던 10대 유망주 왕싱하오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왕싱하오는 선배 판팅위의 벽을 넘지 못했고, 층이 두터운 중국에선 유망주가 선배들 등쌀에 치여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도 다반사라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중국은 이번 LG배 본선에 전기 준우승자 양딩신 9단과 커제, 미위팅 9단이 국가 시드를 받았고 스웨, 구쯔하오, 딩하오 9단, 자오천위 8단이 자국 선발전을 통과했다. 또 일본은 시바노 도라마루 9단, 위정치 8단, 사다 아쓰시 7단이 출전하며 대만은 왕위안쥔 9단이 우승컵 경쟁에 뛰어든다. 마지막 한 자리 주최 측 와일드카드의 행운은 강동윤 9단에게 돌아갔다.
올해도 강력한 우승후보는 전기 우승자 신진서 9단이 꼽힌다. 지난해부터 세계대회에서 중국 기사들 상대 24연승을 달리고 있는 신진서는 올해 KB바둑리그에서도 5월 1일까지 24연승을 기록하는 등 언터처블의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LG배는 26회를 이어오는 동안 단 한 번도 연패(連覇)를 허락지 않고 있는데 신진서가 그 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LG가 후원하는 제27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의 우승상금은 3억 원, 준우승상금은 1억 원이며 본선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 40초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제27회 LG배 출전선수 명단
대회 시드: 신진서(전기 우승)·양딩신(전기 준우승)
국가 시드: 박정환·변상일·신민준·김명훈(한국)/커제·미위팅(중국)/시바노 도라마루, 위정치(일본)/왕위안쥔(대만)
한국 선발전: 조한승·김지석·원성진·박하민·박진솔·설현준·박건호
중국 선발전: 스웨·딩하오·구쯔하오·자오천위
일본 선발전: 사다 아쓰시
주최사 시드: 강동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