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 쓰고 법카 사용, 하루 식당 5곳서 수십 수백씩 쓰기도…원희룡 측 “업무 생기면 주말·연가에도 일해”
5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제주도지사 시절 업무추진비 편법 사용 관련 문제가 떠올랐다. 김영란법 위반, 방역수칙 위반, 식사비에 대한 ‘쪼개기 결제’ 의혹 등이다. 원 후보자는 “업무추진비는 매월 인터넷에 공개돼 언론 등이 검증해온 사안”이라며 “법인카드를 본 적도 없다. 도지사 공적 용무 외에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동석자 명단 등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일요신문은 제주도청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등으로부터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제주도지사 시절 업무추진비 내역과 출장내역, 연가 사용내역 등을 확보했다.
연가 사용내역에 따르면 원희룡 후보자는 2019년 8월 9일 ‘개인사정’에 따라 연가를 신청했다. 이날은 도내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 증인 신문 조사가 예정돼 있었다. 원 후보자 역시 신문 조사 핵심 대상이었다. 그런데 원 후보자는 특위에 불출석 의사를 밝히고 연가를 사용했다. 특위의 증인 신문 조사는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으로 이미 6월과 7월 두 차례나 연기된 바 있었다.
특위 증인 신문 조사에 출석하지 않은 원 후보자는 서울로 향했다. 이어 서주산업개발에서 업무추진비로 46만 원을 사용했다. 서주산업개발은 5성급 호텔인 ‘쉐라톤서울팔래스 강남호텔’을 운영하는 업체다. 업무추진비 공개내역에 원 후보자는 부처 관계자 등 16명과 도 주요정책 협의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연가 중 업무추진비 결제는 원 후보자가 해명해야 하는 지점이다.
원 후보자가 하루 업무시간 중 상당시간을 외출로 자리를 비우다가 간담회 및 식사자리를 가진 경우도 있었다. 연가 사용내역을 보면 원 후보자는 2020년 7월 2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개인사정’으로 외출을 한 것으로 나온다. 업무시간 8시간 중 6시간 30분을 외출로 사용한 것. 하지만 이후 저녁에는 제주도의 한 횟집에서 업무추진비로 47만 원을 결제했다. 간부공무원 등 18명과 현안업무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2019년 8월 14일, 2020년 5월 20일, 6월 11일, 6월 16일, 6월 26일, 12월 1일 등 6번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5시간 30분 동안 외출로 보낸 뒤 저녁에 간담회를 가졌다. 이에 따라 각각 업무추진비 39만 2000원, 44만 5000원, 43만 6000원, 40만 5000원, 48만 원, 27만 5000원을 사용했다.
또 오전·오후로 쪼개 외출을 신청하고, 점심에 간담회와 식사를 가진 경우도 있었다. 원 지사는 2020년 6월 15일 ‘개인사정’으로 외출을 신청했다. 오전 9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오후 4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4시간이었다. 업무시간 중 절반을 외출로 소모한 셈이다. 그 사이 점심에는 제주도의 한 고깃집에서 32만 원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는 유관기관 관계자 등 12명과 도 주요정책 협의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고 적혀있다.
2019년 1월 3일과 7월 26일, 2020년 7월 16일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외출을 가진 뒤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에 따라 업무추진비를 각각 44만 7000원, 28만 원, 17만 5000원 결제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도지사는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일이 생겨도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간담회를 갖는 등 일을 처리해야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하루 연가를 낸 상황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외출이라는 ‘꼼수’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후보자의 동선과 동떨어진 곳에서 업무추진비 결제가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출장내역에 따르면 원 후보자는 2019년 1월 22일부터 23일까지 서울로 출장을 갔다. 중앙통합방위회의 참석 등의 일정이었다. 그런데 업무추진비 공개내역을 보면 23일 제주도 한 고깃집에서 42만 500원이 결제됐다. 그 후 다시 서울에서 업무추진비 결제가 이뤄졌다. 내역에 따르면 도정 정책 논의 및 의견수렴을 위해 학계 등 전문가들과 간담회 명목이었다.
이외에도 2016년 7월 8~9일 서울 출장, 2016년 12월 18~20일 서울 출장, 2017년 10월 25~26일 여수 출장, 2018년 7월 22~23일 서울 출장, 2019년 5월 14~15일 서울 출장 기간에 제주도 식당에서 업무추진비 결제가 이뤄졌다. 모두 간담회를 개최했다는 설명이다. 각각 사용액수는 38만 1000원, 16만 원, 41만 5000원, 38만 1000원, 7만 5000원이다.
제주도청 한 관계자는 “도지사의 업무추진비는 도지사의 일정에서만 사용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원 후보자가 서울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에 제주도의 식당에서 결제가 이뤄진 것은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루에 과도하게 간담회 및 식사 일정이 잡힌 적도 있었다. 원 후보자 출장 내역에 따르면 2015년 11월 19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출장을 갔다. 서울 기후에너지 컨퍼런스 참석 및 중앙부처와 업무협의 일정이었다. 그런데 업무추진비 공개내역을 보면 출장 첫 날인 19일 하루에만 제주도에서 다섯 차례 간담회를 가졌다.
구체적으로 도의회 도정질문에 따른 관계공무원 간담회, 제2차 정례회 도정질문에 따른 후속조치 사항 논의,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 홍보를 위한 중앙부처 관계자와의 간담회, 도정 현안 수립을 위한 중앙부처 관계자 의견수렴, 홍보를 위한 언론관계자와의 간담회 등이다. 이에 따라 한식집, 일식집, 고깃집 등에서 각각 69만 원, 45만 5000원, 187만 8000원, 409만 5000원, 149만 4000원 업무추진비를 결제했다.
또한 2016년에도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서울 출장 일정이 있었는데, 업무추진비 공개내역을 보면 19일에만 제주도에서 세 차례 간담회를 가졌다. 이에 따라 고깃집, 전복집 등에서 각각 7만 8000원, 10만 5000원, 48만 5000원이 결제됐다.
이에 대해 원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관계자는 “제주도청으로부터 업무추진비 내역만 받아봤지, 연가나 출장내역과 대조하면서 분석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따로 답변 드리기가 어렵다. 제주도청에서는 ‘도지사는 도정 전체를 책임지는 자리다. 업무가 생기면 주말이나 연가에도 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