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의 보령과 전년 우승 삼척 강력 우승 후보…신예 멤버들 눈길, 여수·부안 등도 복병 꼽혀
지난해와 같은 8개 팀이 참가하는 여자바둑리그는 3판 2승제, 팀당 14라운드(더블리그)의 정규리그를 펼친다. 총 56경기, 168대국이다. 또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스텝래더 방식으로 열릴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우승팀을 결정한다.
#초미의 관심 김은지는 여수로
선수 선발식 나흘 전 있었던 사전지명 결과 15명의 선수들이 전년도 소속팀의 부름을 다시 받았다. 이번 시즌에 뛰게 될 총 32명 중 절반 가까운 숫자다.
최정 9단, 오유진 9단, 김채영 7단, 조승아 5단 등 여자바둑 ‘4천왕’은 예상대로 지역연고 또는 보호선수로 전년도 소속팀에 연속 지명됐다. 지난해 우승팀 삼척해상케이블카는 우승을 일궈냈던 4명의 멤버(김채영 7단, 조혜연 9단, 김은선 5단, 김수진 6단) 전원을 그대로 보호 지명했다.
또 2020년 우승, 2021년 준우승의 보령머드도 최정 9단, 강다정 3단, 김경은 3단, 박소율 2단으로 지난해와 같은 라인업을 구축했다. 보령 출신 여자랭킹 1위 최정은 지역연고로, 그 외 3명은 보호선수로 다시 묶은 것.
서울 부광약품 권효진 감독은 1~3지명 허서현 3단, 박지연 5단, 정유진 2단을 그대로 잡아두었으며 서귀포 칠십리는 1, 2지명 조승아 5단과 이민진 8단을, 순천만국가정원은 1지명 오유진 9단을 붙잡았다.
반면 지난 시즌 하위권에 머물렀던 섬섬여수와 포스코케미칼은 보호선수를 한 명도 지명하지 않았다(전기 섬섬여수의 1지명 김혜민은 출산과 육아로 이번 시즌 불참).
선발식 초미의 관심사는 1년 만에 여자바둑리그에 복귀한 여자랭킹 5위 김은지 2단이었다. 2020년 치팅 사건으로 인해 지난해 뛰지 못했던 김은지가 이번 시즌 다시 돌아온 것이다.
요즘 김은지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김은지는 얼마 전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내선발전 결선에서 조승아, 오정아, 박지연을 제치고 역대 최연소인 만 14세 11개월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은지는 앞서 열린 호반배 세계여자바둑패왕전 선발전에서도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최정, 오유진 등과 함께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은지는 1월부터 여자 기사들 상대 16승 3패를 기록 중인데 김혜민 9단, 조승아 5단, 오정아 5단 등 여자바둑리그 주장급 선수들도 그의 질주를 당해내지 못했다. 기가(棋街)에서 “15세 김은지를 막을 사람은 이제 최정밖에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드래프트 순번 1번을 뽑은 섬섬여수 이현욱 감독이 숨도 쉬지 않고 김은지를 호명한 것은 당연했다. 섬섬여수는 이어 지난해 입단한 이슬주 초단(2006년생), 김노경 2단(2002년생), 김상인 2단(2002년생)을 뽑았는데 이는 여자바둑리그 역사상 최연소 팀이다.
#팀 컬러 제각각, 판도 예측 어려워
선수 선발식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면서도 일단 최정의 보령머드와 전년도 우승팀 삼척을 조심스럽게 우승후보로 꼽았다. 또 김은지가 이끄는 섬섬여수와 입단 1년 차 김효영과 김민서가 1, 2지명 자리를 꿰찬 부안 새만금잼버리를 복병으로 지목했다.
먼저 보령은 최근 2년간 여자바둑리그에서 24연승을 기록 중인 최정이 그야말로 확실한 ‘1승 카드’다. 삼판양승 승부에서 1승을 거의 확보하고 시작한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다. 승리에 필요한 나머지 1승만 동료들이 받쳐주면 되는데 김경은, 박소율 등 10대들이 지난해보다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우승후보 영순위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도원 감독은 “선수단 출범 첫 해 선발했던 선수들 4명이 더 강해졌기 때문에 보호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보호연한 만기로 이 멤버로는 올해가 마지막이니 반드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우승팀 삼척은 우승멤버를 고스란히 간직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다만 조혜연이 결혼을 하면서 주부 기사가 3명으로 늘었고, 김은선이 출산을 하는 등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다른 팀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편 무서운 10대들로 무장된 팀들이 얼마나 파괴력을 보일지도 관심거리다. 섬섬여수 이현욱 감독은 “전원 신예들로 구성된 우리 팀은 감독인 저마저도 예상이 안 되는 도깨비 팀인 것 같다. 경험이 부족한 것은 분명 단점이지만, 김은지가 제 역할을 해주고 초반 기세만 탈 수 있다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 반 걱정 반의 속내를 내비쳤다.
또 10대들을 1지명과 2지명으로 내세운 부안 김효정 감독은 “기대 이상으로 선수 선발이 잘됐다. 지난해 상위권 팀들의 전력이 강해 보이지만 이 정도라면 우리 팀도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밖에 여자기사들 중에서도 조승아 5단, 이민진 8단, 김윤영 5단이 팀을 이룬 서귀포 칠십리와 허서현 3단, 박지연 5단, 정유진 2단의 부광약품도 충분히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받는 팀들이다.
5월 26일 개막하는 2022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우승상금은 5500만 원, 준우승상금은 3500만 원이며 상금과 별도로 승자 130만 원, 패자 40만 원의 대국료가 주어진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