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40% 확보한 가운데 티맵 추격까지 따돌린 셈…논의 배제 대리기사·프로그램사 반발
#희비 엇갈린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
오는 5월 24일 동반위는 대리운전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자율조정 협의체가 7차례에 걸쳐 열렸으나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고, 적합업종 지정 여부 결정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강제권고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상생협력법에 따르면, 동반위는 신청일로부터 1년 이내에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서 지난해 5월 대리운전사업자를 대표하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연합회)가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면서 신청서를 냈다. 같은 해 동반위는 실태조사를 거쳐 자율조정 협의체를 11월에 꾸렸다. 협의체는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등 플랫폼 대기업과 연합회만으로 구성됐다.
강제권고안에는 ‘대기업 40~45% vs 중소기업 55~60%’로 점유율을 제한하고 대기업의 프로모션을 일체 금지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기사 수수료 인하 금지, 관제시스템 업체를 포함한 콜업체 제휴 및 인수합병(M&A) 금지 등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연합회가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에 현금성 프로모션 공세와 무분별한 콜 시장 확대 등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반영됐다는 평가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3년간 대기업의 대리운전 사업 확장과 진입 자제 등이 권고된다. 3년의 범위에서 한 차례 지정 기간이 연장될 수 있어 최대 6년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현재 시장점유율 40%를 확보한 카카오모빌리티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에 할당된 점유율을 이미 모두 확보했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업 관련 동반위 협의체가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M&A를 통해 1위 플랫폼 지위를 공고히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전화콜 대리운전 1위 업체 ‘1577대리운전’ 인수에 성공했다. 이후 전화대리운전업체 2곳을 추가로 인수하려고 했으나 정치권과 대리운전업계가 시장독점을 우려하며 반발하면서 인수를 철회했다. 지난해 10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추진한 전화콜 대리운전 업체 2곳의 인수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19년에는 2위 업체 ‘콜마너’를 인수했다.
이와 관련, 동반위 관계자는 “티맵모빌리티가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을 선점한 상황인데, 경쟁을 제한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고 반발하면서 협의체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건 맞다”며 “논의는 계속 진행 중이고 24일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0~20% 수준인 변동 수수료제도 적용하지 않아도 돼 실익을 꾀할 수 있다. 대리기사가 업체에 내는 수수료를 인하하지 말 것을 강제권고안에 명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리운전 수수료를 내리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아도 될 명분을 동반위에서 제공해준 셈이다. 반면 지난해 7월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 티맵모빌리티는 협의체 논의가 시작되면서 수수료 0% 프로모션을 중단해야만 했다. 권고안이 나올 때까지 사업 확대를 자제하라는 동반위의 권고 때문이었다. 결국 티맵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안심대리’를 삭제해야만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점유율을 두고도 입장이 갈리고 있다. 대리운전 시장은 전화콜(80%)과 플랫폼(20%)으로 나뉜다. 플랫폼 점유율은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가 각각 99%, 1%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플랫폼과 전화콜 점유율을 합치면 전체 대리운전 시장점유율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동반위는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대리 시장 전체 규모와 업체별 점유율 등에 대해 객관적인 수치는 아직 없으며, 카카오대리 점유율 40~50%라는 업계의 주장은 1위 전화콜 프로그램사인 ‘로지’의 데이터가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정된 점유율”이라며 “업계에선 수도권 콜 대리운전 1위 로지 등을 포함시킬 경우 카카오대리의 점유율은 25~30%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기사·프로그램사, 강제권고안에 반발
후발주자인 티맵모빌리티는 전체 대기업 점유율 총량제만 시행하고 해당 점유율 내에서 업체 간 자유로운 경쟁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리운전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선 강제권고안대로 시행되길 원할 것이다. 전화콜 점유율은 시간이 흐르면서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데, 현금성 프로모션을 하지 않고서도 점유율을 자연스럽게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경쟁사인 티맵모빌리티가 M&A, 프로모션 없이 대리운전 사업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제권고안이 시행되면 대기업 간 경쟁이 사라지면서 소비자 후생과 대리기사 처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경쟁이 소비자 후생과 대리기사 처우에 큰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지난해 티맵모빌리티가 수수료 0% 프로모션을 시행하자, 곧바로 카카오모빌리티가 변동 수수료(0~20%)로 대응한다고 밝혔다. 당시 콜 수행 건수와 수행 시간대에 따라 대리기사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진행됐다. 그간 콜 대리업체에 수수료, 프로그램 사용료, 보험료, 출근비 등을 내왔던 대리기사들의 부담이 대기업 간 경쟁으로 인해 줄어든 셈이다.
이런 가운데 권고안 도출에서 제외된 이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5월 18일 로지 운영사인 바나플은 동반위에 위법한 권리 침해행위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바나플은 “강제권고안에 ‘대기업의 유선콜 중개프로그램 업체와의 제휴·투자·인수 금지’를 명시하는 것은 경영상 자율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라며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와 동반위 사이에서 진행되는 대리운전에 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합의는 바나플에 대한 직접적인 권리 침해 위험이 있다. 연합회는 일부 대리운전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에 불과하므로, 대리운전사업 영역과 구별되는 대리운전 소프트웨어 공급·운영 영역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연합회의 사업영역과 무관한 다른 대리운전 생태계 운영에 대한 제3자들 간의 일방적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대리운전 기사들도 동반위의 강제권고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5월 12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동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수수료 지키기는 소비자들의 편익과 안전, 그리고 기사들의 생존을 무시한 시장점유율 담합에 불과하다. 동반위가 플랫폼 기업들과 기존 대리운전업체들의 갑질 담합의 장으로 전락했다”며 “카카오모빌리티는 김범수 의장이 상생안을 약속했음에도 매월 2만 2000원의 프로그램비를 대리기사들에게 받아가고 있다. 이 비용은 업체 제휴 등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리운전비의 30~50%를 받아가는 기존 콜 대리업체들이 ‘카카오가 수수료를 내리면 중소업체는 다 죽는다’고 피해자인 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제권고안이 시행되면 IPO(기업공개·상장)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사업을 통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흑자전환하며 순이익 271억 원을 기록했지만, 티맵모빌리티는 410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카카오모빌리티(5465억 원)와 티맵모빌리티(745억 원)의 매출 차이도 7.3배에 달한다. 2017년부터 투자를 받기 시작해 누적 투자금이 1조 원 이상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재무적투자자(FI)와 약속 때문에 올해 상장을 추진해야 한다. SK스퀘어는 지난해 3월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에 성공한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를 2025년까지 상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