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직영 택시 매각해야” vs 카카오 “그럴 의사 없어”…“장애인 고용 등 ESG 경영에 활용해야” 주장도
카카오모빌리티와 지역 택시 조합과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카카오 T 프로멤버십’이 논란이 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해당 서비스를 택시 기사들의 운영 효율과 수익을 높이고자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일단 멤버십 가격이 월 9만 9000원으로 적지 않았다. 문제는 목적지 부스터 기능 등 멤버십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들이 즐비해 기사들이 양질의 호출을 받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멤버십에 가입해야 했다.
결국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해 해명했다. 같은 달 카카오모빌리티는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택시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기존에 존재했던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폐지하고 프로멤버십 가격은 3만 9000원으로 인하하는 게 골자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 이후로도 지역 택시 조합과의 상생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3월 29일에는 서울개인택시조합과 상생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의 주요 내용은 △상호 상생 환경 조성을 위한 직영 택시회사 해결 방안 모색 △개인택시 사업자들의 이익 제고를 위한 상생 체계 구축 △상호 상생발전과 카카오모빌리티의 신뢰 회복을 위한 양 단체 의사 결정권자 상시 협의 테이블 구성 등이다.
그러나 여러 해 동안 이어진 갈등이 하루아침에 봉합될 리는 없다. 업계에 따르면 조합 측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직영 택시 매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KM1~KM7과 진화택시, 동고택시 등 총 9개의 택시 법인을 보유 중이다. 2019년 설립된 티제이파트너스라는 자회사를 통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현재 직영 택시 규모는 900여 대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는 부인하고 있지만, 직영 택시에 콜을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가맹·중개 서비스로 카카오모빌리티에 참여 중인 조합 입장에서는 직영 택시가 눈엣가시일 터다. 상생 협약으로 가장 먼저 처리하고 싶었던 안건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직영 택시 매각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직영 택시는 지난해 두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직영 택시는 새로운 서비스나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전에 시범 운영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직영 택시 운영을 막연히 수익적인 측면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택시법인 가치가 크게 줄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월 28일 기준 법인 택시 면허 1대당 운전자 수는 1.09명이다.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2월 28일 1.29명과 비교해도 0.2명 감소했다. 택시 1대당 2명이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기사들은 주간·야간을 선택해 근무하는 실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같은 실정 탓에 법인 택시 가동률은 30%대로 떨어졌다. 택시법인을 인수할 만한 이점이 부족하기 때문에 직영 택시 매각 시 카카오모빌리티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업계 일각에서 플랫폼 운영사가 직접 택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시선이 있었고, 당사는 택시 업계와의 상생 측면에서 지속해서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이러한 업계 일각의 의견이 직영 법인 매각에 대한 추측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직영 택시 매각설을 일축했다.
따라서 양측의 의견은 당분간 상충할 가능성이 높다. 한 조합 관계자는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구체적으로 드릴 답변이 없다. 하지만 일각의 주장이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로서는 최소한의 밑그림만 그려놓았기에 상황이나 입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사실 조합과 카카오모빌리티 간의 관계가 그동안 경색돼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배제하고 아무렇지 않게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는 없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양측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조합과의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매각과 맞먹는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화두는 ESG 경영이다. 이를 적극 이용해야 한다”며 “가령 카카오모빌리티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이동 약자 교통편의 개선 등에 직영 택시를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처럼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7월 코액터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코액터스는 장애인을 택시 기사로 고용하고,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다만 앞서의 관계자는 “코액터스가 이전의 ‘타다’처럼 기사와 차량을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운송사업자이기에 코액터스의 사업이 성장할수록 둘 간의 협업은 택시업계의 또 다른 반발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협업보다는 코액터스의 사업을 가맹으로 전환해 직영 택시로 끌어들이는 것이 옳다고 본다. 경쟁자도 사라지고 ESG 경영으로 직영 택시를 지킬 수 있는 명분도 생기는 셈”이라고 조언했다.
게다가 장애인 택시 기사 고용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불거진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결할 방법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장애인들의 택시 기사 취업 의지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액터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사 채용 설명회 당시 수백 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애인 기사 고용으로 법인 택시 가동률을 높여 시민들의 불편함을 일정 부분 해소하고,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에도 기여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