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원 최고책임자’ 허재 영향력 행사 가능성…지방 A 구단도 큰 관심 보여
가장 관심을 모으는 FA 선수 중 한 명은 원주 DB 가드 허웅. 그 이유는 고양 오리온을 인수한 데이원자산운용이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을 구단 최고책임자로 낙점했고, FA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예상 때문이다.
더욱이 데이원자산운용은 19일 초대 사령탑으로 김승기 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데이원자산운용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승기 감독에게 4년 계약기간을 제시했고, 장기간 선수단 운영에 대한 권한을 위임해 구단 이미지와 선수 육성 및 관리 역할을 부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허재 전 감독과 돈독한 선후배 사이인 김승기 감독은 KGC인삼공사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손규완·손창환 코치와 함께 데이원자산운용에서 새로운 지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김 감독 입장에서 허웅 카드는 매력적인 요소일 수밖에 없을 터.
허 전 감독이 전주 KCC 사령탑을 맡고 있을 당시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 나온 허웅을 지명하지 않고 고려대 출신 가드 김지후를 지명한 일이 있었다. 당시 KCC는 1라운드 4순위 지명권을 사용해 허웅을 뽑을 수 있었지만 허 전 감독은 부자가 한 팀에 있으면 팀워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들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그랬던 그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았을 때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허웅과 허훈을 선발했다. 허 전 감독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떠나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들이라 뽑았다고 설명했지만 특혜 시비가 불거졌고,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엔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한 바 있다. 즉 허 전 감독한테 허웅은 아픈 손가락일 수밖에 없다. 이전과 달리 지금은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질 일도 없다. 허웅은 실력으로 KBL에서 이미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허웅은 3년 연속 인기상을 받았고, 2021-2022시즌에는 평균 득점 16.7점 4.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정규리그 베스트5에도 이름을 올려 인기와 실력 모두 입증한 스타플레이어다. 여러 구단에서 허웅한테 관심을 쏟는 게 당연한 상황이다.
일단 허웅의 원소속팀인 원주 DB는 허웅을 무조건 잡는다는 방침이다. DB는 구단 프랜차이즈 선수의 이탈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것이고, 허웅을 잔류시키는 것 외엔 차선책을 생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 DB한테 그리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점.
최근 만난 한 농구인은 허웅이 아버지가 구단 최고책임자로 있는 데이원자산운용이 아니라 지방의 A 팀과 FA 계약을 맺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A 구단은 허웅과 접촉했거나 접촉을 준비 중이고, 허 전 감독도 아들과 한 팀에 있기보다 다른 팀에서 상대 선수로 만나는 걸 선호한다는 것. 다음은 그 농구인의 설명이다.
“허웅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성년이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지방 A 팀에서 허웅한테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고, 허웅 영입전에 뛰어 들었다고 하더라. 아버지가 구단 책임자로 내정된 데이원자산운용에서 관심을 갖고 있지만 거긴 오리온에서 FA로 나온 이승현을 잡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여 지방 A 팀이 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오리온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승현은 이번 FA ‘빅6’ 중 최대어로 꼽힌다. 2014년 오리온에 지명된 후 7시즌을 줄곧 한 팀에서 뛴 이승현은 2015-2016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끈 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일단 김승기 감독은 이승현과 대화를 통해 잔류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시즌 연봉 6억 원을 받은 이승현은 보수 총액 3위에 해당하는데 현재 이승현한테 관심을 두고 있는 팀은 허웅을 지목하고 있는 지방의 A 팀으로 알려졌다. FA 시장에서 큰 손으로 꼽히는 A 팀은 허웅, 이승현을 잡는 데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프로농구 FA는 전 시즌 전체 보수 서열 30위 이내 FA 선수가 이적할 경우 그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보상 선수 1명과 전 시즌 보수의 50%나 전 시즌 보수의 200%를 원 소속 구단에 지급해야 한다.
FA 선수들은 오는 25일까지 1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이 기간에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28일까지 구단들이 영입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다. 복수 구단이 영입의향서를 제출하면 선수가 구단을 선택할 수 있고, 1개 구단만 제출하면 해당 선수는 반드시 계약해야 한다. 여기서도 계약을 하지 못한 선수들은 원 소속 구단과 재협상할 수 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