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분류작업 여전” vs 롯데글로벌로지스 “인력 정상 투입”…작업시간 놓고도 주장 엇갈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김 씨가 주 6일 근무로 하루 13~14시간을 근무하며 주당 평균 70시간 넘게 일하는 등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롯데택배 성남 창곡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 김 씨는 오전 6시 30분까지 출근해 오후 9시를 넘겨 일하는 날이 잦았다. 배송 물량이 많으면 김 씨는 일요일에도 출근했다. 김 씨가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택배차를 주차해야 할 위치는 가장 안쪽 자리로 김 씨가 먼저 택배차를 대야 레일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6시 30분까지 출근을 해야 했다. 대책위는 “김 씨가 일하던 서울복합물류센터는 지난해 6월 13일 다른 롯데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진 적이 있는 곳”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김 씨가 일하던 서울복합물류센터는 택배노동자들이 출근 후 손수 레일을 설치해야만 분류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구조라 분류 인력이 투입돼도 노동 시간이 단축되지 않았다. 대책위가 5월 12~13일 롯데택배 노동자 2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회적 합의 이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105명이 ‘분류작업을 직접 한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64명이 ‘분류작업 수행에 대한 비용을 받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대책위는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롯데글로벌로지스를 규탄한다”며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고 지목된 터미널에 대해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를 점검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이러한 노조의 입장에 대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사회적 합의기구 이행안을 성실히 준수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속적인 현장 업무 여건 개선을 위해 시설 및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라며 “당사의 적극적인 노력을 외면한 택배노조의 일방적인 사실 왜곡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먼저 대책위에서 진행한 사회적 합의 이행 실태조사에 대해 롯데택배는 사회적 합의안에 따라 분류 인력을 충실하게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적 특성 등으로 인해 현장 여건상 분류 인력 투입이 어려운 지역은 사회적 합의안에 따라 최저시급 이상을 해당 대리점에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복합물류센터에 분류 인력이 투입돼 있어도 택배노동자들이 레일을 설치하기 위해 일찍 출근해야 하며 분류작업도 여전히 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노사가 합의한 사회적 합의안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은 올해 1월부터 분류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강민욱 전국택배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은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해 노동 시간을 줄여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막자는 건데 해당 센터는 레일이 안 깔려 있어서 결국 택배기사들이 일찍 와서 깔아야 한다”며 “레일을 깔면 분류 인력들이 그때부터 일을 시작하고, 기사들도 빨리 배송을 해야 하니까 분류작업도 같이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강 국장은 “사회적 합의안에 따라 택배요금이 인상됐고, 그 돈을 분류 인력 충원에 써야 한다”며 “그 돈을 각 대리점에서 분류 인력 충원을 위해 제대로 쓰고 있는지 본사에서 점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하라고 지시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해서 실제로 노동환경이 개선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분류 작업 인력은 정상적으로 투입되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택배는 과다한 배송물량과 작업시간으로 인한 과로를 문제 삼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롯데택배에 따르면 김 씨의 사고 직전 12주 평균 작업시간이 전산기록 기준 주당 약 60.5시간으로 김 씨가 주당 평균 70시간 이상 일했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택배 노동자들이 일한 시간은 작업 시작할 때 배송 물건에 스캔한 값과 마지막 배송 물건을 스캔한 값으로 계산할 수 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마지막 배송 물건 스캔 후에도 택배기사들이 배송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산상 노동시간과 실제 노동시간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택배기사가 밤 9시를 넘어서까지 근무할 경우 1시간 정도 추가 작업을 요청하면 연장할 수 있는데 실제로 김 씨는 2월부터 4월까지 9시 이후에 근무한 횟수가 20회가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강 국장은 “사회적 합의안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의 노동시간이 주 60시간으로 정해져 있다”며 “롯데택배가 ‘택배기사 김 씨가 전산상 주 60.5시간 일했다’고 밝힌 것도 떳떳하게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뇌출혈 사고가 있었던 택배기사님이 일하신 성남시는 배송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유명하다”며 “언덕도 많고 오밀조밀 골목도 많아서 기본적으로 노동 강도가 굉장히 높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다른 롯데택배 노동자가 같은 사고가 있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롯데택배 측은 두 택배기사는 다른 대리점 소속이며 배송구역도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강 국장은 “두 분 다 성남시에서 배송했다는 점에서 같은 배송 구역으로 본 것”이라며 “대리점은 다르지만 두 택배기사 모두 서울복합물류센터 C동 4층에서 일한 것까지 동일하다”고 말했다.
택배노조와 롯데택배 간 사회적 합의안 이행 등에 대한 입장이 달라 당분간 노사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택배노조 측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대리점에 분류 인력 예산을 주고, 분류 인력을 투입하라는 지시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어떻게 분류 인력 예산을 쓰고 있는지, 잘 투입되고 있는지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로로 쓰러진 분이나 사고를 당하신 분들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배노조는 국토교통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강 국장은 “사회적 합의안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로 분류작업에서 완전히 해방돼야하는 것이 맞다”며 “실제로 분류작업을 아직까지 하고 있는 택배기사들이 많은데 사회적 합의를 주도한 국토교통부가 합의안 이행 점검을 하더니 양호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부에서 이에 대한 점검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