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등 이재명 연루 수사 속도전…‘검수완박’ 후에도 특사경 지휘 통한 수사 관여 모색
#취임하자마자 검찰 고위직 인사
경제·부패 범죄를 제외하면 4개월 뒤부터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검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바로 다음날 검찰 고위직 인사 조치를 시행한 것도 ‘빠른 수사 개시’를 위함이라는 풀이가 지배적이다.
인사에 정통한 검찰 관계자는 “인사 전부터 ‘수사할 게 너무 많은데 시간이 없기 때문에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도 인사 폭이 상당했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등 주요 사건이 배당된 곳들은 6월 1일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나면 강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거론되는 것은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의혹 사건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과 맞물려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안팎에서는 재수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의 직접수사 가능 시한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검찰 내에서는 “수사력을 총동원하면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법무부는 ‘4개월 뒤에도 기존 사건 수사는 가능하다’는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후보자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특정 사건을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현재 진행되는 사건은 여죄가 확인되면 (4개월 후에도) 수사할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담겨있던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경찰청에 승계한다’는 부칙이 최종의결안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4개월 안에 수사에 착수하면 그 후에라도 수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법무부의 판단에 검찰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원주민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원주민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도시개발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 안팎에서는 대선 전 이뤄졌던 수사를 배제하고, 처음부터 다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김종현) 역시 이재명 고문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이태형·나승철 변호사를 잇달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이 고문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단에 속했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이 밖에, 경찰이 현재 수사 중인 성남 FC 후원금 사건 역시 4개월 안에 검찰이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 분당경찰서가 수사 중인데 과거 한 차례 무혐의 처리한 사건이라서 경찰의 보완수사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경찰이 9월 전 송치할 경우 검찰이 이를 다시 수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서울동부지검 역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수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다만 6월 1일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출마한 탓에 이재명 고문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는 선거가 끝난 뒤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인사를 통해 ‘할 수사는 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보냈고, 이를 이해한 수사팀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지방선거 일정이 끝나고 나면 그 사이 수사 대상 선정과 적용 혐의 등을 정리한 수사팀들이 강제 수사를 본격화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검수완박 후에도 ‘특사경’ 통해 수사 가능성
검찰은 4개월 뒤에도 수사를 할 수 있는 모델도 검토 중이다. 대검찰청은 4개월 뒤 제한될 수사 영역을 ‘직접 수사하지는 않되, 검찰이 간접적으로 지휘하는 모델’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사법경찰과 협력을 강화해 전문 수사를 이어나가는 방안이다. 이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권한을 활용한 검찰 수사 참여를 가능케 하는 모델이다.
특사경은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해 경찰이나 검찰이 아닌, 담당 행정 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제도인데 현재 식품, 환경, 특허 등 중앙행정기관을 비롯해 서울시와 경기도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까지 총 33개 기관에서 운영 중이다. 애초에 특사경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돼 있다. 수사권한이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는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를 거꾸로 활용해 검수완박 시행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가 축소돼도 민생범죄 수사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내린 1호 지시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 부활을 보면 이런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남부지검 합수단은 검찰수사관, 금융감독원 특사경 등으로 구성됐는데 합수단 소속 검사는 금감원 특사경 등이 조사해 온 내용을 토대로 지휘하는 내용을 담당한다. 법무부는 남부지검 합수단처럼 전국에서 전문수사 분야별로 지정한 중점검찰청 11곳을 운영 중인 만큼, 각 청마다 특사경과 합동수사단을 설치해 전문수사 기능은 유지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자연스레 ‘검찰이 권한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검찰총장 직무대리인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원래 검찰청에 지정되어 있던 중점검찰청이 원활하게 활성화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확대 해석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이미 검찰 일선에서는 “강한 검찰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4개월 뒤에도 수사가 가능한 부패·경제 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부서를 확대하는 방안도 점쳐진다. 현재 반부패부가 설치된 곳은 서울중앙지검 등 5개 검찰청인데 이를 확대 개편해 부패범죄 수사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 특수부를 대체한 반부패부는 검찰청법이 아니라 대통령령에 따라 규모를 결정할 수 있다.
특수통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법무부가 검수완박 입법안과 상관없는 영역들을 찾아 검찰의 수사권한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벌써부터 기업들이 전관 변호사들을 조금씩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