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 비판 행보, 심층 적격심사 대상 분류…내부 평가 엇갈려, 임 검사 “잘 감당하겠다”
그런가 하면, 문재인 정부 때 승승장구했던 검사들이 하나둘 사의를 밝히고 있다. 검찰 내 성폭력을 폭로했던 서지현 검사와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의 후배였인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 오는 6월 인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2~3년 중 가장 큰 사직 규모가 예상된다.
#강제 퇴직도 가능하다지만 실현 가능성 ‘글쎄’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국은 올해 검사적격심사 대상자였던 임은정 담당관을 ‘심층 적격심사’ 대상자로 분류했다.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특별사무감사를 의뢰했는데 이는 ‘직무수행 능력이 낮다’는 판단 하에 이뤄진 것이다.
검찰총장을 제외한 검사들은 7년마다 적격심사를 받는다. 수사 등 자신의 업무에 대해 ‘직무수행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부족한 지점이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인데 직무 수행능력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면 심층 적격심사 대상으로 분류돼 대검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대검은 적격심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검사의 직무수행에 대해 평가를 한다. 이 자리에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는 판단이 이뤄지면 법무부 장관에게 퇴직 건의를 할 수 있고 이를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하면 강제 퇴직이 가능하다.
임 담당관이 적격심사위에 회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도 ‘심층 적격심사’ 대상으로 분류돼 적격심사위에 회부된 바 있다. 당시 심사위는 임 담당관의 퇴직을 건의하지 않았다.
당연히 임 담당관은 반발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진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의 신분 보장, 그 진수를 보여줄 각오를 계속 다져왔다. 잘 감당하겠다”며 “전·현직 총장, 검사장 등을 고발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15년 11월 잘릴 거라는 동료의 귀띔을 받고 ‘신분 보장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결의를 다졌다”며 “검사의 신분 보장, 그 진수를 보여줄 각오를 계속 다져왔다”고 적었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 내부고발자의 고단한 삶을 작심하고 결행한 후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견뎠고 윤석열 정부도 마저 잘 견딜 각오”라며 “잘렸을 경우에 대비한 소송은 2015년부터 계속 준비하고 있다.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내부고발자를 자처하고 있는 임 담당관에 대한 평은 검찰 내에서도 극단적으로 나뉜다. 하지만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해서는 ‘언론에 등장하는 만큼 업무 성과도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임 담당관의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는 간부급 검사 중 한 명은 “다른 검사들에 비해 업무 소화량이 많다거나, 완성도가 높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임 담당관이 언론에 주목을 받는 것에 비해 업무적으로는 빈틈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조심스레 평가했다.
임 담당관의 후임으로 업무를 인계 받은 적이 있는 검사 역시 “인수인계로 받은 자료만 놓고 평가를 하면 ‘하고 싶은 일은 열심히 하고, 관심 없는 일은 그만큼 열정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동안 받은 인수인계 중 깔끔하지 않았던 편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5월 17일 임기를 시작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찍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 담당관은 5월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이 존재한다”거나 한 후보자가 검언유착 의혹 사건 당시 자신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수사를 많이 해보신 분들이 수사를 피하는 법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보여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임 담당관의 근태 등은 문제가 없다는 설명도 있다. 앞선 간부급 검사는 “방송 인터뷰 등 각종 외부 행사를 참여하면서도 철저하게 보고를 해 승인을 받고 움직였고, 문제가 될 경우는 연차 등을 쓰는 등 우려했던 것보다는 문제가 없었다”며 “근태는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자연스레 검찰 안팎에서는 ‘징계 수준’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임은정 검사의 내부고발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업무 능력을 확인하는 것 아니냐”며 “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취임과 맞물려 시작된 사직 행렬
이런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동기이자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이정수 검사장(사법연수원 27기)이 사의를 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본격 출범함에 따라 친문(재인) 검사로 분류됐던 이들의 줄사표가 점쳐지는 분위기다.
이 지검장은 한동훈 장관 취임식이 열린 17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올렸다. 그는 “이제 공직의 길을 마무리하려 한다. 그동안 주어진 소임과 역할을 다하고자 온힘을 쏟았다”며 “책임을 다하는 아름다운 이별이 필요한 때”라고 털어놨다.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의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한 그는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뒤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박범계 전 장관이 취임한 이후인 2021년 2월에는 법무부 검찰국장, 같은 해 6월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올랐다.
검찰 내 성폭력을 폭로하고 미투운동을 주도한 서지현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대응 태스크포스 팀장 역시 5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직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는 서 검사를 포함한 일부 검사들에게 법무부 등 파견을 종료하고 17일부터 기존 소속 청으로 복귀를 지시했는데, 이에 서 검사는 “오후 4시 회의를 위한 출장길에 짐 쌀 시간도 안 주고 모욕적인 (수원지검 성남지청) 복귀 통보를 하는 것의 의미가 명확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예상했던 대로이고, 전 정권에서도 4년 동안 부부장인 채로 정식 발령도 못 받는 등 인사를 잘 받은 적이 없다. 끊임없이 나가라는 직설적인 요구와 광기 어린 음해와 2차 가해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온 터라 큰 서운함은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 능력(성과)’과 ‘상사 운(라인)’이 인사에서 중시되는 과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사실 문재인 정부 들어 중용된 여러 검사들에 대해 ‘수사 능력이나 업무 수행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다”며 “과거 보수 정권 때처럼 수사 능력이 있는지, 이를 실력 있는 상사 밑에서 보여줘서 인정을 받았는지가 중요한 인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