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위 결정 이후 티맵 대리운전 사업 확대 발목…오픈마켓 주력 11번가 경쟁사와 체급 차이 못 좁혀
#티맵, 더 난해해진 수익성 확보 방정식
지난 5월 24일는 동반위는 본회의에서 대리운전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앞서 지난해 5월 대리운전사업자를 대표하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연합회)가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면서 동반위에 신청서를 낸 지 1년 만이다. 지난해 동반위는 실태조사를 거쳐 관련 업체들과 자율조정 협의체를 꾸려 대리운전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두고 논의했다.
이번 동반위의 대리운전업 적합업종 합의·권고는 전화 유선콜 시장에 한정된다. 대기업은 6월부터 2025년 5월 31일까지 대리운전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 이미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서 사업을 확장해선 안 된다. 현금성 프로모션 홍보는 전화 유선콜뿐만 아니라, 플랫폼 시장에서도 자제해야 한다. 이 밖에도 대‧중소기업은 대리운전 기사의 처우개선 및 복지향상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합의사항 준수를 위해서는 협의체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논의해 동반위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 카카오모빌리티는 “동반위의 적합업종 권고 결정을 존중하며 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며 “앞으로 3개월간 진행될 부속사항 논의에도 중소상공인들과의 상생협력 의지를 갖고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티맵모빌리티도 “동반위의 권고안을 존중하며 향후 3개월간 진행될 부속사항 논의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입장문을 냈다.
2025년까지 연매출 6000억 원, 기업 가치 4조 5000억 원으로 높여 증시에 상장한다는 티맵모빌리티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중소기업 점유율 총량제가 권고안에 빠졌지만, 후발주자인 티맵모빌리티가 M&A나 현금성 프로모션 없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점유율을 뺏어오기란 쉽지 않기 않다는 것이 관련 업계 분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과 전화콜 점유율을 합치면 전체 대리운전 시장점유율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동반위는 추정하고 있다. 대리운전 시장은 전화콜(80%)과 플랫폼(20%)으로 나뉜다. 특히 플랫폼 점유율은 카카오모빌리티가 99%의 점유율로 티맵모빌리티를 압도하고 있다.
대리운전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사업을 통해 흑자전환하며 순이익 271억 원을 기록했지만, 티맵모빌리티는 528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카카오모빌리티(5465억 원)와 티맵모빌리티(745억 원)의 매출 차이도 7.3배에 달한다”며 “전화 유선콜 시장의 점유율은 점차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티맵모빌리티가 현금 프로모션이나 M&A를 할 수 없다면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와 함께 택시 호출 플랫폼 우티(UT)를 운영 중인 티맵모빌리티에게 대리운전 사업 의미가 남다르다.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 중에서 대리운전만이 사업성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7~2020년 동안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별 매출 비중은 택시보다 대리운전 사업이 더 컸다. 2020년 기준 시장 80%를 장악한 택시 호출 사업보다 10%대 점유율의 대리운전 사업에서 더 많은 매출을 낸 셈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수익성 확보를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상장은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2025년 상장 목표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티맵모빌리티는 부속사항 논의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 열리는 동반위 본회의에서 유선콜 중개 프로그램 운영 사항, 현금성 프로모션 관련 세부사항 등에 대해서 재논의할 예정이다. 티맵모빌리티는 플랫폼 시장에 한해서는 자유로운 경쟁을 허용해달라는 입장이다. 다만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연합회는 동반위 결정에 대해 “전화 유선콜 시장에 한정해 보호하는 동반성장위에 한계를 느낀다. 대기업이 플랫폼을 통해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현재의 권고안은 모든 것이 모호해 논쟁의 여지가 많다. 이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IPO 해야 되는데, 우울한 11번가
11번가도 내년 하반기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 선정에 착수했다. 지난 4월 11번가는 국내외 증권사 10여 곳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고,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의 경우,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IPO 시장 분위기도 가라앉은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이커머스 성장 추세에 11번가는 빗겨나 있다. 11번가 매출은 2019년 5305억 원, 2020년 5456억 원, 2021년 5614억 원으로 3년째 5000억 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커머스 3강인 쿠팡(22조 8000억 원), SSG닷컴(1조 4942억 원), 네이버(1조 4751억 원)와 체급 차이가 크다. 영업이익은 2019년 마케팅비를 줄이며 14억 원의 반짝 흑자를 낸 뒤 적자 행진 중이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영업손실 98억 원, 694억 원을 기록했다.
경쟁사와 달리 오픈마켓을 주력 사업으로 삼은 것이 경쟁사와의 체급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직매입은 판매되는 물품 가격이 매출에 반영되지만, 오픈마켓 사업은 중개수수료만 매출로 잡힌다. 현재로선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매출비율(PSR),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 등의 방식을 적용한다면 11번가 몸값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난 5월 하형일 11번가 대표는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빠른배송·선별 상품으로 고객 구매 경험 제고하는 직매입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경쟁력 강화 △우주패스 중심으로 한 SK텔레콤-아마존-11번가 시너지·충성고객 확보 △오픈마켓 경쟁력 등의 전략도 제시했다. 앞서 지난해 11번가는 아마존 스토어, 라이브커머스, 익일 배송서비스 ‘쇼킹배송’ 등 신규 서비스를 출시했다.
11번가가 IPO에 나선 건 재무적투자자(FI)와의 약속 때문이다. 2018년 국민연금, MG새마을금고 등으로부터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5년 내 IPO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23년 9월 30일까지 IPO에 실패하면 투자원금에 3.5% 이율까지 더해서 FI들에게 지급해야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투자를 받을 때 기업가치는 2조 7000억 원으로 평가받았고, 현재 11번가는 4조~5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계획대로 상장을 준비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5월 11일 SK스퀘어 자회사 원스토어가 SK쉴더스에 이어 상장 철회를 결정하면서 연이은 흥행몰이에 나서겠다는 전략은 일단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다. 같은 달 12일 SK스퀘어 주가는 4만 28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현재 주가는 4만 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SK스퀘어 자회사 티맵모빌리티, 11번가 IPO도 차질을 빚는다면 SK그룹의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10월 SK텔레콤은 인적분할을 발표하며 26조 원에 달하는 SK스퀘어의 순자산가치(NAV)를 신규 투자와 자회사 IPO 등을 통해 2025년까지 75조 원으로 키운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