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팔뚝 염증으로 최소 2주 결장…“단순 근육뭉침이면 휴식으로 충분히 회복”
류현진의 이번 IL 등재가 심상치 않은 건 같은 부위의 부상이라는 점과 직전 등판이었던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에도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던 중 투구수 65구 만에 교체됐다는 사실이다. 당시에도 류현진은 팔에 경미한 통증을 느껴 예방 차원에서 내려갔다고 밝혔다. 다음 등판을 거를 정도의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고, 류현진은 예정대로 5일 휴식을 갖고 로테이션대로 마운드에 올랐다가 부상이 재발되고 말았다.
류현진의 올 시즌 성적은 6경기 27이닝 2승 평균자책점 5.33 탈삼진 16개를 기록했다.
사실 프로 야구 선수들, 특히 투수들은 어깨나 팔꿈치 부분에 경미한 통증을 안고 뛴다. 선수 이력이 더해질수록, 등판 횟수나 투구 수가 늘어날수록, 통증은 누적되기 마련이다.
선수 시절 어깨 수술만 두 차례나 받았던 전 SSG 투수 윤희상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선발 투수가 매 경기에서 전력 피칭하긴 어렵다. 다음 등판까지 4일 또는 5일 동안의 준비 과정에서 컨디션을 80~90%까지 끌어 올린 후 마운드에 오른다. 그렇게 던지다 더 좋아질 수도 있고, 오히려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 이건 등판 전까지 판단하기 어렵다. 던져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굉장히 섬세하고 현명한 선수다. 그런 선수도 자신이 안고 있는 통증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등판 후 예상보다 구속이 안 나오면 더 전력으로 던지고 싶을 것이다. 그러다 부상으로 연결되는 것이고. 지금 류현진 상태는 선수가 그린 그림과 현실이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고 이해된다. 그 중심에는 그동안 류현진이 던진 투구 수와 나이가 존재한다.”
류현진은 고교 2학년 때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았다. 프로 입단 후 한화 이글스에서 7시즌을 뛰며 정규시즌에서만 1269이닝을 던졌고, 2006도하아시안게임, 2008베이징올림픽, 2009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국제 무대에서 에이스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입성 후 지금까지 1003.1이닝을 소화했다. 류현진의 커리어 통산 투구 이닝(대표팀 제외)은 2272.1이닝에 달한다. 이 수치를 그대로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들의 통산 이닝 순위에 대입하면 류현진은 6위에 랭크될 정도다.
2015년 류현진은 어깨 관절와순 손상 진단을 받고 투수들이 가장 두려워 한다는 어깨 수술을 받았다. 2016년에는 왼 팔꿈치에 관절경 변연절제술을 했다. 관절경 변연절제술은 비교적 가벼운 수술인데 떠돌아다니는 조직을 정리 및 세척하고 관절경과 세이버를 이용해 죽은 조직을 레이저로 제거해주는 수술이다.
윤희상은 이런 류현진을 기억하며 “진짜 공 많이 던졌다”면서 “어린 나이서부터 많은 공을 던진 터라 지금의 몸 상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회복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러운 메시지를 남겼다.
류현진이 LA 다저스에서 활약하던 시절 개인 트레이닝 코치로 류현진과 함께했던 김용일 LG 수석 트레이닝 코치는 류현진의 몸 상태를 이렇게 내다봤다.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했던 투수들이 시간이 지나면 그 부위가 불안정해진다. 즉 계속 사용하다보면 팔꿈치에서 후방형으로 분리되는 주두골의 피로 골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팔이 펴질 때 뼈가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주위의 연골과 부딪히는데 자꾸 부딪히다 보면 조직이 두터워지면서 골극(웃자란 뼈)이 생긴다. 투수한테 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골극으로 인해 통증 빈도가 강해지면 구속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PRP(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 주사 치료를 하기 마련인데 PRP 치료를 받고 나면 최소 한 달 이상의 효과가 지속돼야 한다. 류현진이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첫 번째 IL 이후 복귀해서 투구 수를 올리다(탬파베이전 71구, 신시내티전 78구) LA 에인절스전부터 65구, 그리고 이번에 58구를 던졌다. 류현진으로선 상당히 적은 투구 수를 기록한 셈인데 팔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투구 수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김용일 코치는 지금보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팔꿈치 인대 쪽에 문제가 올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만약 제대로 재활해서 회복하지 않고 조급한 마음에 참고 던지는 게 반복된다면 분명 인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수로선 자신이 받는 연봉과 위치 등을 고려해서 고민이 크겠지만 지금은 투구를 멈추고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게 중요하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만 10년을 뛸 수 있었던 건 자신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 자신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은 무조건 쉬어야 한다.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갖고 토론토가 포스트시즌 등 중요한 상황이 됐을 때 등판해도 된다. 인대 손상이 아닌 염증 등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부분이다.”
키움 히어로즈의 수석 팀 닥터인 이상훈 CM충무병원 원장은 류현진의 몸 상태와 관련해서 제한된 자료만으로 판단하긴 어렵지만 자신의 임상을 통해 다음과 같은 의견은 도출할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토론토 구단이 류현진 몸 상태 관련해서 발표한 내용의 원문을 보면 ‘left forearm inflammation’이라고 표현했다. 즉 왼쪽 전완부 근육 염증으로 부상자명단에 오른 것이다. 이건 두 가지 상황을 고려할 수 있다. 심각한 것과 전혀 심각하지 않은 부분이다. 심각한 건 내측 측부 인대가 안 좋을 경우 전완부 근육이 타이트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건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구단이 류현진을 15일짜리 IL에 올린 걸 보면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단순 근육 뭉침이나 긴장 증세라면 시간을 두고 쉬다 보면 충분히 좋아지기 때문이다. 전완부 근육은 역회전 공을 던질 때 사용되는 부위다. 류현진처럼 체인지업이 좋은 선수, 또 직구를 던질 때 팔이 내회전되면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류현진이 15일짜리 IL을 마치고 정상적으로 복귀한다면 부상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상훈 원장은 투수의 구속이 계속 떨어지거나 상승되지 않는 건 에이징 커브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만약 측부 인대가 좋지 않다면 류현진이 지금처럼 공을 던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측부 인대 통증이 있을 경우 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뇌가 브레이크를 걸기 때문에 구속이 나올 수 없는데 류현진이 IL에 오르기 전인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4회까지 던진 경기 내용을 보면 높은 구속을 내진 못했어도 일정한 구속으로 공을 던졌다고 판단했다.
“류현진 선수의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한국과 미국에서 공을 던진 이닝과 투구 수를 떠올린다면 이전의 퍼포먼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KBO리그 선수들도 그 정도의 공을 던졌다면 벌써 구속이 떨어졌을 것이다. 심지어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공을 던지는 건 한국에서와 그 긴장도에 차이가 있지 않겠나. 마음을 편히 갖고 잘 회복해서 복귀하길 바란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