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SK-KIA-롯데-LG 거쳐 다시 SSG로…1승 6홀드 평균자책 2.7 야구인생 새롭게 꽃피워
2002년 2차 1라운드 전체 6번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고효준은 신인 첫해를 마치자마자 방출 선수로 내몰렸다. 그는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신인이었고, 1군에서도 던진 경험이 있었는데 방출 통보를 받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나한테 남은 팀이 9개 팀이 있었다. 롯데가 안 된다면 다른 팀을 찾아보자고 생각했고, SK 와이번스와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SK에서도 희로애락을 반복했던 고효준은 2009시즌을 앞두고 당시 김성근 감독에게 트레이드 요청을 하게 된다.
“당시 SK에서 내가 설 자리가 없다는 생각에 절박한 마음으로 김성근 감독님을 찾아가 트레이드시켜 달라고 부탁드렸다. 무릎 꿇고 읍소까지 했는데 감독님은 못 들은 걸로 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설령 내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절대 다른 팀으로 보낼 생각 없으니 여기서 살아남으라고 하시더라. 그해 좋은 결과를 냈고 한국시리즈 7차전 동안 6경기에 등판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다. 그때 새삼 느꼈다. 인생은 기회라는 사실을.”
2009년 SK에선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이후 KIA 타이거즈에서 고효준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우승 반지까지 받았다.
고효준은 2018년 KBO리그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무려 15년 만에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2019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획득한 그는 나름 기대를 부풀릴 수밖에 없었다. 2년간 118경기에서 94.2이닝을 소화하며 4승 10패 22홀드, 평균자책점 5.51을 기록한 것이다. 롯데는 고효준을 잡으려 했고, 고효준도 잔류 의지가 컸지만 금액에서 이견이 있었다. 결국 고효준의 FA 계약은 진통 끝에 2020년 3월에 마무리됐다. 계약 기간 1년에 연봉 1억 원, 옵션 2000만 원이었다.
“19년 만에 얻은 FA였다. 대박을 노리지도 않았다. 한 만큼만 받고 싶었지만 구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때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선수 생활을 지속하려면 구단과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은퇴 직전까지도 갔지만 1년에 1억 원이란 계약서에 사인한 심정은 어느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효준은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개인 훈련할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고 한다. 그는 SK 시절 눈에 담아둔 문학경기장의 주변을 떠올리고선 인천으로 거처를 옮겨 문학경기장과 축구장 사이를 뛰어 다니며 몸을 만들었다.
롯데와의 동행은 2020년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2021시즌을 앞두고 또 다시 방출 선수의 몸이 된 고효준은 뒤늦게 LG의 입단 테스트를 거쳐 현역 연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LG와도 1년 동행이 끝이었다. 이후 고효준의 손을 잡은 사람은 SSG 김원형 감독이었다. 입단 테스트를 거쳐 고효준을 영입시킨 것이다.
2016년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친정팀에서 고효준은 방출 선수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고효준은 6월 2일 현재 20경기 20이닝 1승 6홀드 19탈삼진 평균자책점 2.7을 기록 중이다.
“김원형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직구로만 승부하지 말고 투구 패턴에 변화를 주라고 조언해주셨는데 그 부분이 잘 맞아 떨어졌다. 특히 와인드업의 투구 동작을 세트 포지션으로 바꾼 게 주효했다. 타자와 승부할 때도 칠 수 있으면 쳐보라는 마음으로 자신 있게 승부한다. 나이를 먹어도 야구에 대한 배움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고효준의 목표는 모교 세광고 선배인 송진우처럼 43세까지 현역 선수로 뛰는 것이다. 그는 충분히 목표를 이룰 자신도 있다. 항상 벼랑 끝 승부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처절하게 살아온 야구 인생이 마흔 살이 돼 새롭게 꽃피우고 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