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급랭…문재인 전 대통령 종전선언에 대형 걸림돌로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이런 정부의 대처는 당시 남북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2020년 9월 당시 남북관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악으로 치닫던 상황이었다. 2020년 3월 시작된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문 말폭탄’이 연이어 터지면서 임기 초반 해빙무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6월 북한은 개성공단에 건설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 사건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이후 쌓아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무너진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7월엔 탈북민 김 아무개 씨가 강화도를 통해 재월북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앞서의 대북 소식통은 “이래저래 남북관계 스텝이 꼬여가고 있던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 바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라면서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인데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면서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핵심 과업은 종전선언이었다. 2020년 9월 23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나섰다.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에 남아 있는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가 됐다”면서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시아 평화를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면서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중국 거주 대북 소식통은 “한반도 중재자론을 자처하며 잘나가던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이 2020년 초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면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이후 문 전 대통령은 틀어진 남북관계를 다시 바로잡으려는 액션을 보였는데, 이 유엔 총회 연설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여권 관계자는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이라는 문재인 정부 숙원 과제를 강조하는 연설을 앞두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터졌으니, 문 전 대통령 입장에선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너무 거대한 걸림돌이 나타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 관계자는 “이런 제반 사항으로 인해 피살된 공무원 이 씨의 월북 의도가 조작된 것이 아닌지에 대해선 국민 안전 보장 신뢰성 강화 측면에서 반드시 진실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2년이 지난 시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뜨거운 감자인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특정 사건 진실이 왜곡됐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