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유럽 생활 후 K리그서 훨훨…해외파 참가 않는 동아시안컵 합류해 활약 펼쳐야
이승우는 이번 시즌 수원 FC 유니폼을 입으며 K리그에 입성했다. 바르셀로나 유스, 연령별 대표팀 시절부터 그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받는 '이슈 메이커'였기에 자연스레 눈길이 쏠렸다. 입단만으로 '수원 FC 구단이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이승우의 행보에 기대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수년간 그라운드에서 결과물을 거두지 못했기에 경기력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실제 리그 초반 몸이 무거운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폼을 끌어 올렸다. 18경기를 치른 시점, 8골 2도움으로 공격포인트 10개를 만들어냈다. 최근 4경기 연속골을 넣었고 덩달아 팀도 3연승 행진을 벌인다. 그간 K리그의 비중이 적었던 TV 지상파 스포츠뉴스에서도 연일 이승우의 골소식을 전하느라 바쁘다.
#유럽에서의 시련
1998년생으로 현재 만 24세인 이승우는 13세였던 2011년부터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중학교조차 진학하지 않은 어린 선수가 이슈에 오르는 일은 이례적이었다. 이는 한 유소년 국제대회에 출전해 대회 득점왕을 차지했고 이에 힘입어 세계적 명문 바르셀로나에 입단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 유스팀 선수가 된 이승우의 소식은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전해졌다. 바르셀로나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계약 직후부터 유소년 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코리안 메시'라는 애칭도 붙었다. 유럽 내 또 다른 명문 구단들 또한 이승우에게 관심을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곧 시련이 찾아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만 18세 이하 선수는 해외 이적이 불가능하다'는 조항을 내세웠고 공식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게 됐다. 유럽에서의 활약상에 전해지지 않고 잠재력에 대한 평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부터였다.
징계가 끝나 경기 출전을 재개했지만 이전의 '코리안 메시'로 불리던 경기력을 보이지는 못했다. 장기간의 징계로 경기 감각을 되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성인팀에 등록을 해야 하는 시점, 이승우는 2017년 여름 결국 이적을 택했다. 행선지는 이탈리아 세리에A 헬라스 베로나였다.
처음 경험하는 성인 1군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치열한 주전 경쟁이 이어졌고 첫 시즌 리그 14경기에 나서며 선발 출전 기회는 단 1회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베로나의 성적이 좋지 않았고 팀이 세리에B(2부리그)로 강등을 당했다. 2부리그에서는 1년차보다 더 많은 경기에 나섰지만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베로나에서 두 시즌을 보낸 이승우는 다시 한번 이적을 택했다. 벨기에의 신트트라위던으로 옮긴 것이다. 이탈리아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리그이기에 더 많은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벨기에에서의 생활 역시 순탄치 않았다. 주전 선수로 선택을 받지 못했고 약 2년간 17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포르투갈로 임대를 떠나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보려 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빛났던 대표팀 활약
이처럼 이승우는 성인 무대에서 줄곧 시련만을 겪었지만 국내팬들에게 꾸준히 폭발적 관심을 받는 선수였다. 소속팀에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특별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승우는 성장 과정에서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다. 바르셀로나에서 징계를 받았던 시절에는 감각 유지 차원에서 대표팀이 그를 더욱 적극 호출하기도 했다.
U-16 대표팀부터 그는 팀내 핵심 전력으로 활약했다. 2014년 열린 아시아 U-16 챔피언십 예선 과정에서부터 한 경기 4골을 쓸어 담으며 팀을 본선으로 이끌었다. 본선에서도 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매경기 골을 기록하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숙적 일본을 상대로 60m가량을 단독 드리블로 돌파해 골을 기록한 장면도 이 대회였다.
2017년 국내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도 참가해 팀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후 20세 나이로 U-23 대표팀에 합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그 사이 이승우는 A대표에도 이름을 올렸다. U-20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대표팀에도 이승우를 선발했다. 결국 이승우는 교체로 월드컵 무대를 밟기도 했다.
#11년 만에 돌아온 고향에서의 부활
유럽에서 생활하던 시절 소속팀에서 부진이 이어지자 대표팀에서도 이승우의 이름은 사라져 갔다. 마지막 A매치 출전은 2019년 6월이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대표팀으로부터 부름을 받았지만 결국 최종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본선 출전에는 실패했다.
결국 이승우는 2021년 11월, 신트트라위던과 남아있던 계약을 해지하고 자유의 몸이 됐다. 미국, 일본, 중동 등 다양한 무대와 이적설이 이어졌지만 이승우가 선택한 곳은 수원 FC였다.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왔지만 활약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었다. 실제 구단 동계훈련 과정에서 좋지 않은 몸 상태가 전해졌다. 당시 이승우는 반년 이상 실전 경기에 투입되지 않았다.
제 모습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지만 김도균 수원 감독은 이승우를 곧장 경기에 투입했다. 2월 중순 개막전부터 교체로 기용하며 '이승우 살리기'에 나섰다. 이어진 일정에서도 결장 없이 꾸준히 기회를 받은 이승우였다.
리그 초반 일정에서 실제 이승우의 무거운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몸상태가 만들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이따금씩 번뜩이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결과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리그 6라운드에서 K리그 데뷔골이 터졌고 이후의 이승우는 순조롭게 적응해나갔다. 공격포인트를 생산할 뿐 아니라 경기력 자체가 올라갔다. 수원 구단을 이끄는 핵심 선수가 됐고 리그에서도 수위급 공격 자원으로 올라섰다.
리그 내 최상위 공격수로 떠오르는 시점, 자연스레 대표팀 재발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승우는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시기가 참 아쉽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대표팀은 5개월 앞으로 개막이 다가온 월드컵 체제다. 이승우를 새롭게 뽑아서 기회를 줄 시간이 많지 않다. 이승우가 1년만 빨리 국내에 들어와서 지금과 같은 활약을 보여줬다면 대표팀 발탁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이승우는 어린시절인 4년 전 이미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 경험이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승우가 대표팀에 승선하기 위해선 2선 공격수 위치의 권창훈(김천), 김대원(강원), 나상호(서울), 손흥민(토트넘), 송민규(전북), 엄원상(울산), 이동경(살케), 이동준(베를린),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조영욱(서울), 황희찬(울버햄튼) 등과 경쟁해야 한다. 대표팀은 오는 7월 20일부터 중국, 홍콩, 일본을 차례로 상대하는 2022 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치른다. 이 대회는 앞서 언급된 이승우의 경쟁자 중 절반 가량인 유럽파는 참가하지 않는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동아시안컵이 이승우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만약 이 대회에 뽑혀 활약을 펼친다면 오는 월드컵 대표팀에도 승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